4월 22일 목요일. 89일째 날. 오늘도 오전 내내 비가 왔고 오후에도 하늘이 흐렸다. C 선생님, L 선생님과 점심을 먹었다. 세 명 다 같은 시기에 UCSD로 연수를 왔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어쩌다보니 이제야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세 집 다 두 명의 아이들이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런데 입국 초기 아이들의 학교를 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은 가장 가까운 학교를 배정받았지만 이후에 정원이 차서 다른 두 집의 아이들은 각각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다. 다른 학교라 해도 자동차로 가면 기껏해야 5분 정도 차이가 날 뿐이지만. 조만간 아파트 바베큐장에서 다시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4월 23일 금요일. 90일째 날. 어쿠스틱 기타를 샀다. 기타에서 아예 손을 뗀지 십여 년은 되었다. 연수를 가면 꼭 기타를 사서 다시 연습해보겠다 생각했고, 연수를 떠나기 전 두세 달 동안 집 근처 기타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구입이 좀 늦었다. 기타를 산 건 거의 이십 년 만이다. 요즘 기타 브랜드나 모델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악기점 직원의 권유에 맞춰 Eastman PCH1-D 모델을 선택했다. 한국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이곳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입문용으로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이제 연습만 하면 된다... |
저녁을 먹기 전 올드타운에 들렀다. 이곳이 예전엔 멕시코 영토였음을 상기할 수 있을만한 곳이다. 고작 200년 전만 해도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서남부 전체가 멕시코 땅이었다는 것과 그 땅이 미국 국경 안으로 들어오게 된 과정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옛날 서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한 분위기의 건물들과 남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멕시코 고유 명절인 망자의 날을 기념하는 해골 마그넷을 샀다. 영화 코코 때문인지 해골을 소재로 한 기념품이 많았다.
저녁은 필즈 BBQ에서 먹었다. 한국인들 사이에선 샌디에고 맛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거리두기로 좌석을 줄여서 운영하는 듯 했다. 평소에도 대기를 해야 입장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들어서 더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닐지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듣던대로 기본 메뉴인 폭립과 사이드 메뉴의 양이 하나같이 많았다. 양념이 좀 과하긴 했지만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아이들도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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