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9일 금요일

연수일기 45. 그랜드 써클 여행- 브라이스 캐년, 지온 캐년, 라스베가스

4월 7일 수요일. 74일째 날. 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숙소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출발했다. 여행을 하면서 숙소를 떠나기 전 매번 가족 사진을 찍었다. 스마트밴드의 휴대폰 연동 촬영 기능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오늘은 브라이스 캐년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89번 도로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 비지터 센터에 도착했다. 그랜드 캐년과 달리 비지터 센터가 닫히지 않은 상태였지만 입장 인원을 제한해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국립공원 스탬프를 찍고 마그넷을 샀다. 


입구에서 63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중간중간 여러 뷰포인트를 만난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차에서 내려 여유를 즐기면 된다. 도로 끝은 레인보우 포인트로 해발 9115피트(2778m), 백두산보다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짧은 트레일(Bristlecone Loop Trail)도 즐길 수 있다. 고지대라 기온이 선선해 아이들과 걷기 딱 좋았다. 아직 곳곳에 눈이 쌓여있었다. 


해발 9천피트에서 즐기는 트레일

'Canyon'은 흐르는 강물에 의해서 깎여 만들어진 골짜기 지형을 일컫는 단어로, 그랜드 캐년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브라이스 캐년은 산등성이를 따라 줄지어 서있는 붉은색 기둥이 특징인데, 이를 Hoodoo라고 부른다. Hoodoo는 석회암을 녹이고 스며든 산성의 빗물이 빗물이 밤에 얼고 낮에 녹으면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바위에 균열이 생기고 깨지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른 캐년과는 만들어지는 과정이 달랐지만, 그 결과로 만들어진 지형은 결국 다른 캐년과 비슷해 캐년이라고 부른다. 브라이스 캐년은 그랜드 캐년과 전혀 달랐다. 그랜드 캐년이 고집 세고 완고한 노인과 같은 묵직한 느낌이었다면 브라이스 캐년은 좀더 젊고 훤칠한 청년을 대하는 것 같았다. 레인보우 포인트에서 본 붉은 기둥들과 전나무 사이로 펼쳐진 눈쌓인 작은 길을 걷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레인보우 포인트에서 보이는 전경

원래 계획으론 오후에 지온 캐년을 들렀다 갈까 생각도 했었지만 브라이스 캐년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좀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더 여유가 있었다면 다른 트레일도 걸어봤을 것이다. 싸온 음식들로 점심은 간단히 차 안에서 해결했다. 브라이스 캐년을 떠난 건 오후 네시가 다 되서였다. 두 시간 정도 달려 오늘 숙소가 있는 도시인 허리케인에 도착했다. 오늘은 320마일을 운전했다. Lin’s에서 장을 보고 숙소로 향했다. 잔디가 깔린 정원이 있는 전원주택 풍의 숙소가 마음에 들었다. 마트에서 산 돼지 목살을 구워 저녁을 먹었다.


4월 8일 목요일. 75일째 날. 오늘은 지온 캐년을 둘러보고 라스베가스로 가는 일정이다. 9시가 조금 넘어 비지터 센터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비어있는 자리가 없었다. 간간이 나가는 차가 있긴 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들어오는 차들이 많아져 여간해선 주차가 힘들 것 같았다. 캐년 안쪽의 도로는 셔틀 버스 외에 일반 승용차의 통행은 막혀있는 상태였다. 1시간 가까이 주차 자리를 찾다가 안쪽의 박물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박물관은 문을 닫은 상태라 그 앞의 주차장엔 여유가 있었다. 평소 도로를 어디까지 개방하는지 모르겠지만, 차량 수에 비해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해 보이니 비지터 센터 주차장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아침에 좀더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박물관과 가까운 파러스 트레일 Pa'rus Trail 을 걸었다. 길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전체적으로 평탄한 길이라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중간에 아들이 배가 아파 쉬어야 했다. 끝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비지터 센터로 내려와 기념품을 샀다. 지도에서 가까워보이는 브루잉펍에서 점심을 머을까 했는데, 매표소 바깥에 있어서 갈 수 없었다. (차에 두었던 애뉴얼 패스를 가지고 나가면 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다.) 햇살이 강해져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둘째가 힘들어했다. 셔틀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이들과 함께이고 아직은 많은 사람들과 버스를 타기 꺼려져 그냥 지나쳤지만 다음에 다시 오면 버스로 캐년 안쪽의 트레일 코스까지 가보고 싶다. 


파러스 트레일에서 


그랜드, 브라이스 캐년과 함께 그랜드 써클의 대표적인 캐년으로 꼽히는 지온 캐년은 다른 캐년과 또 다른 풍경을 선사했다. 앞의 두 캐년의 모습은 현실에서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처럼 이채로웠고, 그에 비해 지온 캐년에서는 조금은 친숙한 느낌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지 못한 게 아쉬워 다음 번에 브라이스 캐년과 함께 꼭 다시 와보자고 아내와 이야기했다. 


오후 2시에 지온 캐년 입구 스프링데일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라스베가스를 향해 출발했다. 숙소인 코스모폴리탄 호텔까지 3시간이 걸렸다. 호텔 방에 짐을 풀고 벨라지오 분수 쇼를 보고 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거리두기가 무색할 정도로 거리엔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화려한 불빛들과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아이들은 좀 놀란 것 같았다. 며칠 동안 돌과 흙만 보다가 갑자기 휘황찬란한 곳에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호텔에서 보이던 야경

판다 익스프레스를 들렀다가 호텔로 돌아와 창밖으로 분수 쇼를 보며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200마일을 운전했다. 판데믹 상황이 더 좋아진 뒤 올 가을쯤 쇼를 보기 위해 다시 와도 괜찮을 것 같다.  그땐 브라이스와 지온 캐년도 함께 다시 들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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