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3일 화요일

연수일기 47. 여행을 마치고, 썸머 캠프 등록

4월 11일 일요일. 78일째 날. 일주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쌓인 피로로 몸은 무겁지만 가족 모두에게 서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두 달 반 동안 쌓였던 눅눅한 감정들이 사그라든 걸 느낀다. 2000마일을 운전했고, 그 길 위에서 내내 네 가족이 함께 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과 여행을 자주 한 편이지만 이 정도의 로드트립은 처음이었다. 차 안에서 보낸 시간은 운전을 했던 나와 아내에게, 뒷자리의 아이들에게도 지루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웃고 떠들고 때로는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면서 느낀 즐거움이 훨씬 많았다. 끝말잇기와 스무고개는 또 얼마나 많이 했는지.

이곳에서 두 달이 넘게 살면서도 아직까지 여행지에 온 듯한 느낌이 남아있었나 보다. 일주일 만에 돌아오니 이제야 이곳이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이곳에서, 마음 속 기댈 수 있는 너비도 몇 뼘쯤은 넓어진 것 같다. 겨우 일주일인데 집 앞 나무들이 꽃을 피웠다. 찌는 듯한 무더위도 시릴 듯한 추위도 없는 날씨도 조금씩 조금씩, 뭉근하게 변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니 어쩌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도시의 날씨도 더 마음에 들게 되었다.

우편함에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증이 도착해 있었다. '정착'이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이곳에서 일 년이 아니라 십 년을 산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신기루같은 것 아닐까. 하지만 일단 숙제가 다 끝난 것 같아 홀가분하다. 돌아오기 이틀 전, 거리를 가득 메운 네온사인을 보며 처음으로 이 집이 그리웠다. 이곳에 있는 동안 여행을 좀 더 많이 하고 싶다.

집 앞의 나무에 꽃이 피었다.


4월 12일 월요일. 79일째 날. 아이들 썸머 캠프를 등록했다. 이곳 아이들은 긴 여름 방학 중 일부는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들었다. Covid-19 상황이 나아지면서 뉴스에서도 올해 썸머 캠프는 수요가 더 많아질거라 일찍부터 예약이 필요할거라 이야기했다. 6월에 시작하는 여름방학은 총 9주이다. 방학 시작 후 1주일은 세콰이어 국립공원의 롯지에서 머물기로 예약한 상태이고, 그 다음 주말엔 요세미티에 가기로 했다. 남은 기간 중 3주 정도를 캠프에 보낼 계획을 잡고 그동안 적당한 캠프를 찾아보았다. 둘째는 Boys & Girls 캠프 프로그램 중 두 개에 등록했고, 첫째는 지금 하고있는 농구 클럽의 캠프에 등록해두었다. 오늘은 추가로 보낼 캠프를 검색하다가 YMCA 캠프를 발견했다. Boys & Girls도 그렇지만 YMCA 캠프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프로그램도 어느정도 검증이 되어있어 인기가 많다고 들었기에 두 아이 모두 등록했다. 임페리얼 비치라 집에서 거리가 멀긴 했지만 둘이 함께이고 일주일 정도라면 해볼만 할 것 같았다. 

둘째는 3주 캠프 프로그램이 다 채워졌고, 첫째는 1주일이 비어있다. 1주일은 써핑 캠프를 생각해두었는데 눈여겨봐 둔 미션베이의 캠프가 등록 첫날 오전에 마감되는 바람에 예약 대기만 걸어둔 상태이다. 적당한 다른 써핑 캠프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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