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금요일. 76일째 날. 느지막히 호텔에서 일어나 아내와 카지노에 들렀다. 아내는 라스베가스가 처음이었는데, 여기 왔다면 카지노는 한 번 체험해봐야 할 것이다. 3년 전 학회로 이곳에 왔을 때 함께 왔던 동료가 잭팟을 터뜨려 몇백 불을 벌었는데, 이번엔 그런 행운은 없었다. 그래도 슬롯머신에서 30불 정도는 따고 그만두었으니 간식값 정도는 번 셈이다.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3년 전에 갔었던 프랑스 레스토랑에 들렀는데 대기가 1시간 이상이었다. 메인 도로의 다른 레스토랑들도 비슷한 상황인 듯 했다. 오전인데도 거리엔 사람들이 많았고, 아이들은 배고파하기 시작했다.
외곽으로 나가면 좀더 수월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심가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한인 식당을 찾아 감자탕과 보쌈을 시켰다. 둘 다 미국에 와서 처음 먹는 메뉴였고, 아이들이 감자탕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맛있게 먹었다. 식당을 나와 후버댐으로 향했다. 시내에서 1시간 정도 거리이다. 댐은 높이가 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규모로, 이 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미드호 Lake Mead의 길이가 180km에 달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1936년에 이런 규모의 댐을 5년만에 건설할 수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댐을 건설하다 112명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리조나와 네바다의 경계에 위치한 댐 양쪽에 아리조나 시간과 네바다 시간에 맞춘 시계탑이 있다. 썸머 타임을 시행하지 않는 겨울에는 댐을 경계로 1시간 차이가 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네바다주가 썸머 타임을 시행하고 있어서 양쪽 시간이 같았다. 댐 앞쪽 계곡 위로 93번 도로와 11번 고속도로를 잇는 긴 다리를 볼 수 있다. 이 다리가 건설되면서 댐 위의 도로는 관광용으로만 쓰인다고 한다.
댐 위에서 바라본 Mike O'Callaghan-Pat Tillman Memorial Bridge |
카페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시 쉰 뒤 다시 차를 타고 4시간 반을 달려 늦은 저녁에 팜스프링스의 호텔에 도착했다. 오늘은 300마일을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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