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31일 월요일

연수일기 191. 귀국

1월 30일 일요일. 372일째 날. 오전에 마무리 청소와 짐 점검을 했다. 집 앞에서 마지막으로 가족 사진을 찍었다. 1년 전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하니 아내와 나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아이들은 한 뼘씩은 큰 것 같다. 

가까운 스펙트럼 지점에 가서 모뎀을 반납하고 Gami 스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샌디에고엔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시 식당이 많은데, 이 집도 그중 하나이다. 언젠가 가봐야겠다 생각만 하다 얼마 전 처음 이용했는데 맛과 가격이 괜찮았다. 연어 초밥을 좋아하는 딸과 같이 일찍부터 자주 왔었음 좋았을텐데. 

출국 전날인 오늘 오후에 마지막으로 갈 곳은 역시 솔라나 비치.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돗자리에 앉아 피츠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 날의 일몰을 보았다. 

마지막 날, 마지막 일몰

저녁엔 아파트 이웃들에게 인사를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 좀더 일찍 만나서 더 자주 함께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 좋은 분들과 헤어지는 건 항상 아쉽고 후회스럽다. 


1월 31일 월요일. 373일째 날. 새벽 여섯 시부터 아이들을 깨워 출발 준비를 했다. 이민 가방 여섯 개, 대형 트렁크 두 개, 소형 트렁크 한 개, 그리고 기타와 몇 개의 손가방, 카시트까지. 바쁘게 짐을 현관 밖으로 빼는 동안 날이 밝아졌다. 

한국 기사님이 운전하는 콜밴은 우리 차와 같은 시에나였다. 기사님은 문제 없을 거라 했지만 차에 짐이 다 들어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 짐을 다 실을 수는 있었다. 만약 작은 가방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난감한 상황이 생겼을 것이다. 기사님도 지금까지 손님들 중 짐이 가장 많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LA 공항으로 가는 길. 아내도 나도 아이들도 말이 없었다. 익숙한 길이지만 오늘 기분은 남달랐다. 앞으로 한동안 이 길을 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내와는 언젠가 우리가 살던 동네에 다시 와보자고 약속을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공항에 도착해 수속 창구까지 짐을 나르며 서너 번을 왔다갔다 하느라 진이 빠졌다. 돌아가는 항공편을 비지니스석으로 예약하길 잘한 것 같다. 출국과 귀국 항공편에 그동안 모았던 마일리지를 아낌없이 썼다. 아이들은 비지니스석이 처음인지라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신이 났다. 

지난 일 년 동안 참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사람도 만났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만들었다. 그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여서 더 행복하고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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