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금요일. 349일째 날. 오늘은 종일 플로리다 키에서 머물 예정이다. 숙소 근처의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로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다. 샌디에고의 패스트푸드점 직원 중엔 멕시코인이 많다.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따라 차이는 있는데 인앤아웃이나 스타벅스엔 백인도 제법 있지만 판다 익스프레스나 서브웨이엔 멕시코인이 대부분이다. 이곳 마이애미와 남부 플로리다의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브랜드에 상관 없이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해 주변 국가 출신 사람들과 흑인들이 대부분으로 보인다.
키 라르고로 가는 길에 아이들과 놀 만한 비치를 찾았는데 근처의 파운더스 파크 비치 Founders Park Beach가 적당해 보였다. 야구장과 축구를 할 수 있는 잔디 운동장, 수영장, 테니스장, 야외 공연장이 있는 꽤 큰 공원이다. 캘리포니아의 공원과 비슷한 시설이지만 캘리포니아엔 스케이트 보드장과 펌프 트랙이, 이곳엔 물놀이 해변이 있다는 것이 다르다. 이슬라모라다 섬에 투숙을 하면 공원의 차량 입장료는 면제이다. 해변 피크닉 테이블에 짐을 펼치고 아이들과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곳 해변 역시 물이 맑고 얕아 물놀이 하기에 적당했다. 한 시간쯤 놀다 물 밖으로 나와 샌드위치를 먹고 욘 페네캠프 코랄 리프 주립 공원으로 출발했다.
파운더스 파크 비치 |
이곳 공원에서는 카약과 카누, 보트 투어, 배 낚시, 스쿠버 다이빙, 스노클링 등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미리 스노클링 투어를 예약해두었다. 필요한 장비는 이곳 렌탈 샵에서 모두 빌릴 수 있다. 미리 준비해 간 아이들의 wetsuite 외에 다른 장비를 빌렸다. 코로나 때문인지 튜브의 경우엔 렌탈은 어렵고 구입을 해야 한다. 배를 타고 삼십 분 가량 바다로 나가면 스노클링을 하기 좋은 산호 군락 Grecian Rocks 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한시간 반 동안 스노클링을 한다.
산호 군락 옆에 배를 세우자 사람들은 차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파도가 심하진 않지만 배가 서있는 곳은 좀 깊은 곳이라 수면이 제법 일렁거린다. 먼 바다 스노클링이 처음인 아이들은 잔뜩 긴장을 했다. 먼저 아들을 데리고 물에 들어갔다. 사실 나보다 아들이 수영을 훨씬 잘 한다. 처음엔 물결에 몸이 흔들리고 마스크와 튜브가 익숙치 않아 조금 당황해하는 것 같더니 이내 적응이 되었는지 표정이 편안해졌다. 반면 딸은 생각보다 물이 깊고 파도가 있어 겁이 덜컥 났나 보다. 한참을 망설이다 물에 들어왔는데, 튜브로 바닷물이 들어오니 겁이 더 났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결국 아이를 다시 배로 올려 보냈다. 딸이 이런 스노클링을 하려면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물고기 관찰 중 |
산호 군락이 있는 곳은 깊이가 얕고 물결도 더 잔잔하다. 아들과 나란히 산호초 위를 헤엄쳤다.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인 수많은 열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눈 앞을 지나다닌다. 작은 물고기들이 많지만 바라쿠다와 같은 제법 큰 물고기도 보였다. 배 가까운 깊은 곳을 지날 때 신기하게 생긴 큰 물고기를 보았다. 눈이 튀어나오고 입술이 두꺼운 놈이었는데, 그게 그루퍼라는 물고기란 걸 나중에 알았다. 나는 먼 바다 스노클링 경험이 한두 번 있지만 아들은 생전 처음이다. 새로운 물고기가 지나갈 때마다 손짓을 하며 오리발을 재게 놀린다. 그렇지 않아도 물고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다. 마스크와 튜브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고 표정도 볼 수 없지만 아이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들은 한 시간 반 동안 줄곧 물에서 나오지 않았다. 배로 올라와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눈을 빛내며 수다를 떤다. 아빠, 그 물고기 봤어요?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배에서 눈으로만 오빠의 움직임을 쫓던 딸은 못내 아쉬운 눈치이다. 오늘이 아들에겐 최고의 하루가 되었으리라. 바다에서 아들과 함께한 한 시간 반 만으로도 이번 여행을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았다.
기슭으로 돌아와 몸을 씻고 공원 안 해변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생선과 새우 요리, 오징어 튀김 등을 먹었다. 관광지이지만 이곳 식당들은 전반적으로 맛이 괜찮고 가격도 (캘리포니아에 비해)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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