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토요일. 357일째 날. 귀국 짐을 정리하면서 중고로 팔 물건과 버릴 물건을 구분하고 있다. 대부분의 쓸만한 살림은 한꺼번에 넘기기로 했기 때문에 팔 수 있는 물건은 많지 않다. 아이들 책 몇 권과 서핑 수트 등 소소한 물품을 샌디에고 한인 게시판에 올렸고, 오늘은 그중 책 일부가 팔렸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물품 중 아이들 책은 항상 인기가 많다. 다음 주까지 다른 중고 물품을 다 처분할 계획이다.
출국 전날까지 운전을 하는 것으로 하고 이후 남은 기간에 대한 자동차 보험금을 환급 받았다. 1년 간의 보험금을 계산하니 185만원 정도였다. 비슷한 금액 차량에 대한 한국의 보험료를 생각하면 무지 비싼 가격인 건 분명하다.
오후에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무심코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도 있었고 의외로 생각할 거리도 많은 내용이었다. 결국 여섯 편 모두를 한꺼번에 정주행.
1월 16일 일요일. 358일째 날. 플로리다 바닷 바람을 배부르게 마시고 돌아와 일주일쯤 지나니 잊고있던 익숙한 캘리포니아 바다가 생각난다. 오후에 해변에 나가기로 했는데 바다만 보고 오기 심심하니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 생각하다 내친김에 고기까지 구워먹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라이트 비치에는 바베큐 그릴과 피크닉 테이블은 물론 모닥불 터까지 있다. 이곳에 올 때마다 해가 질 때쯤 모닥불을 피우고 피크닉을 하는 이들을 보며 언젠가 한 번은 바베큐를 해보리라 생각했다. 한국의 캠핑장에서도 수없이 했었고 제주의 바다를 보며 고기를 굽기도 했지만 해변 모래사장은 처음이다.
가는 길에 랄프스에 들러 차콜 한 봉지를 샀다. 해변에 도착해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는 동안 그릴에 불을 피웠다. 미국의 차콜을 사용해보는 건 처음이라 생각보다 불이 잘 붙지 않아 애를 좀 먹었지만 그럭저럭 적응이 되었다. 냉장고에 있던 돼지고기가 구이용 목살이 아닌 등심이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배가 고팠던 아이들은 고기가 구워지기 무섭게 입으로 가져간다.
그릴에 올라간 고기가 몇 점 남지 않았을 때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모닥불 터마다 불이 붙고 하늘도 붉게 물들었다. 오늘은 구름이 많은 편이었다. 구름이 저무는 햇볕을 반사해 마치 하늘에 붉은 쇳물이 흐르는 듯 보였다.
문라이트 비치의 일몰 |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을 꼽아 보았다. 아쉬움을 달래는 일종의 소소한 소망 목록이라 할 수도 있겠다. 오늘 한 가지를 실행했으니 남은 기간엔 이 목록을 하나하나 지워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월 17일 월요일. 359일째 날. 마틴 루터 킹 데이로 휴일이다.
S 선생 집에 딸을 데려다주러 갔다가 딸이 언니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른들끼리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가려고 했던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아 버드락 커피 옆에 있는 멕시코 음식점에서 타코와 엔칠라다를 주문했다. 샌디에고에 오래 산 S 선생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아서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출국 전 다음 주에 페어웰을 하기로 했다.
주말 동안 몇 가지 중고 물품을 처분했고, 오늘은 아이들이 입었던 wetsuit를 중고 스포츠용품점에 팔았다.
오후엔 미라마르 호수에 다녀왔다. 몇 번 왔던 곳이지만 이전엔 피크닉 장소 근처에서만 시간을 보냈었다. 오늘은 호수 주변 트레일 코스를 걸었다. 이것 역시 소망 목록 리스트 중 하나이다. 호수를 빙 둘러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포장 도로가 있고 그 아래로 걷기 좋은 흙길도 있다. 샌디에고엔 좋은 트레일 코스가 많은데 이곳도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걷다 심심하면 호수의 물고기도 구경하고 |
한 시간 남짓 걸었다. 1월 중순이 되면서 지난 달에 비해 체감 기온이 조금 높아졌다. 실제 기온은 겨울 내내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온도엔 차이가 있다. 낮엔 걷고 산책하기 참 좋은 날씨다.
저녁은 콘보이의 Katsu cafe에서 먹기로. 샌디에고에서 몇 안되는 맛집으로 추천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짬뽕을 떠올리게 하는 얼큰한 국물의 스파이시 씨푸드 반자이 라면은 특별히 애정하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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