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4일 월요일

연수일기 188. 페어웰

1월 20일 목요일. 362일째 날. 출국이 가까워지면서 한국에 계신 고마운 분들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고민이다. 오후에 어머니와 누님께 드릴 선물을 사러 샌디에고 미션에 다녀왔다. 도자기로 만든 종 모형과 십자가를 골랐다. 선물과 함께 캘리포니아 미션에 대한 이야기도 해드리면 의미가 더 깊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L 선생님이 저녁 식사 초대를 해주었다. 여섯 달 사이에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오늘부터 다음 주까지 페어웰 모임이 연이어 있다. 최근에 소파를 샀다고 한다. 가구와 살림을 갖추는 데 몇 달이 걸린 셈이다. 최근엔 물류 문제 때문인지 이케아에 품절 상품이 많아 침대나 소파를 사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서 쓴 논문 원고를 완성해 MESA P&P committee에 보냈다. 위원회의 리뷰를 거친 다음 저널 투고를 진행하게 된다. 


1월 21일 금요일. 363일째 날. 자동차 엔진 오일을 갈고 SMOG 테스트를 받았다. 애초 계획대로 카맥스에 차를 처분했다면 굳이 할 필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떠날 때쯤 오일 교환 시기가 될 것 같아 교환을 해서 넘기기로 했다. 차량이 2017년식이라 SMOG 테스트를 받을 시기는 아니지만 판매를 하려면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판매자가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오일을 갈면서 차를 구매할 분을 위해 타이어 로테이션을 함께 해두려 했는데, 타이어 상태를 확인한 직원이 앞 바퀴 마모가 심하고 편마모도 있어서 교환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18,000 마일 정도를 달렸으니 타이어가 닳았을 만하다. 이것도 중고 업체에 처분한다면 그냥 넘기고 말았겠지만 개인 거래를 하려니 마음에 걸린다. 오늘 타이어 재고가 없어 교환을 하진 못했다. 대신 차를 구매할 분과 상의해 타이어 두 개에 해당하는 가격을 깎아드리기로 했다. 


1월 22일 토요일. 364일째 날. 같은 아파트 L 선생님의 둘째와 오션 비치 피어에 낚시를 다녀왔다. 아이가 갑자기 낚시를 가보고 싶다고 하는데 L 선생님은 이곳에서 낚시를 해본 적이 없는데다 출국을 앞둔 상황이어서 난감한 듯 했다. 떠나기 전에 아들과 다시 한 번쯤 낚시를 가고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우리가 데리고 다녀오기로 했다. 

오션 비치 피어는 집에서 가까운 편이다.(더 가까운 퍼시픽 비치에도 피어가 있지만 구글 지도를 보니 사유지라 아무나 들어가기 어려운 듯 했다.) 미션 베이와 다운타운을 이웃하고 있고 주차장도 작아 주차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근처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션 비치는 처음이다. 아내와 채팅을 하는 할머님들 말씀으론 오래 된 동네이고 다운타운과 가까워 옛날 샌디에고 분위기가 남아있는 곳이라고 한다. 피어까지 거리는 잠시였다. 길가에 좌판을 펼친 잡상인들이 많았고, 흥겨운 음악으로 디제잉을 하는 이도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보였지만 촌스럽지 않았다. 다운타운의 관광 명소보다 더 독특하고 힙한 느낌이다. 오늘도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아이들이 실망을 했지만, 떠나기 전에 이곳에 와볼 수 있어 좋았다. 

오션 비치 거리

저녁엔 아파트 이웃들과 환송회 겸 저녁을 먹었다. 다들 한국에서 사는 도시가 다르고 우리가 먼저 돌아가게 되지만, 나중에라도 가끔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1월 23일 일요일. 365일째 날. 아내의 후배가 샌디에고에 놀러 와 집에 들렀다. 일전에 LA에 갔을 때 만났던 후배로 지난 달에 연수를 왔다. 떠나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어 아내가 반가워했다. 카맥스에서 차를 사는 과정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처음 샀던 차량에 문제가 생겨 급히 교환을 해야 했고, 적당한 차가 없어 총 네 번을 방문해야 했다고. 결국 구입한 차는 내 차와 같은 2017년 식 시에나인데 마일리지가 9만이다. 세금을 제하고 31,000불 가량에 구입했다고 한다. 내가 1년 전 같은 연식에 마일리지 6만인 시에나를 세전 25,000불에 구입했음을 생각하면 최근 중고차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다. 

아내와 채팅을 하는 버지니아 할머니가 프레첼을 구워 나눠 주신다 해서 오후에 할머니 댁에 들렀다. 몇 달 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번엔 나와 아이들도 모두 가서 인사를 했다. 호호 아줌마를 닮은, 작은 체구에 귀여운 얼굴의 할머니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이곳에서도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오늘로 이곳 생활을 시작한지 정확히 만 일 년. 떠날 때가 되니 감사함과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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