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목요일. 369일째 날. 오전에 연구 코디네이터인 Nova를 만나 연구실 열쇠와 주차증을 반납했다. A 교수님과 Nova의 배려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오늘도 이 연구실 문을 여는 것도 마지막이다.
정든 연구실도 안녕! |
연구실에서 가까운 Bank of America 지점 상담을 예약해 두었다. 출국 전에 계좌와 신용카드를 닫아야 한다. 입출금 계좌를 닫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신용카드를 없애는 단계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미국 신용카드는 사용 후 일정 기간 동안 사용 내역이 pending 상태에 있다가 며칠 후 확정된다. 레스토랑에서 결제 후 팁을 추가하는 경우 최종 확정 금액엔 팁이 더해진다. pending 내역이 있으면 신용카드 계좌를 닫는 데 번거로움이 생길까 해 며칠 전부터는 신용카드를 일부러 쓰지 않았었고, 그래서 결제 내역은 모두 확정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갚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있어 balance가 0이 아니었는데, 이 때문에 신용카드 계좌를 바로 닫을 수 없다고 했다. 카드를 없애기 전 balance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은행에 방문한다면 바로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입출금 계좌를 없앤 뒤 담당 banker가 teller(창구 직원)에게 안내해 신용카드 계좌에 남은 balance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체했다. 계좌에 반영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balance가 0이 된 이후 전화로 신용카드를 해지하기로 했다. (다행히 다음날 반영이 되어 국제전화를 걸지 않고 출국 전에 처리할 수 있었다.)
세차를 하고 인앤아웃에서 점심을 먹었다. 인앤아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곳의 햄버거 맛은 한국에서도 생각이 날 것 같다.
Rob 가족을 초대해 아파트 바베큐장에서 저녁을 먹었다. Rob과 Sam, 그리고 Jane까지. 돼지 목살 대신 코스트코에서 산 어깨살을 구웠다. 귀국 짐을 싸는 중이라 바베큐 준비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시즈닝이 되지 않은 한국식 돼지 바베큐를 해주고 싶었다. 해가 지고 날이 꽤 쌀쌀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Rob과 Sam은 고기를, Jane은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정부에서 배포하는 자가 키트가 배송되었다. 2개 들이 2 세트이다. 얼마 전 딸의 초등학교에서 1 세트를 받았으니 총 3 세트, 6 차례 검사가 가능한 키트를 받은 셈이다. 교육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은 이제 아이들 대면 수업은 최대한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이 정해져서 그에 맞춰 대응하는 걸로 보인다. 한국과는 달리 그동안 밀접 접촉자라 해도 자가 격리와 등교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최근 오미크론으로 아이들 케이스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세부 방침이 바뀌고 있다. 아들의 중학교의 경우도 최근엔 밀접 접촉자 개별 통보가 아니라 그룹 통보 후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검사 양성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이삼일에 한 번 꼴로 통보가 오니 현실적으로 검사소 검사는 어렵다. 학교에서 자가 키트를 배부하고, 정부에서도 무료로 배포를 하고 있지만 필요량을 충족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1월 28일 금요일. 370일째 날. 아내의 EIA 수업도, 내 연구 미팅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 미팅에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짧게 발표했다. 이곳에 올 때 처음 계획과 비교하면 겨우 절반 정도 마친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남은 부분은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추후 현재의 연구가 다 마무리 된 뒤에도 A 교수님과는 함께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사이클링 센터에 들러 남은 재활용품을 다 처리했다. 저녁은 S 선생네 집에서 마지막 페어웰을. 딸은 지난 몇 달간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보냈던 언니들과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1월 29일 토요일. 371일째 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한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 버드락 카페에 들렀다. 아내는 한국에 돌아가면 샌디에고에서 즐기던 맛있는 아몬드 라떼를 마시기 어렵다며 아쉬워한다.
집에 가는 길에 Rob의 집에 들렀다. 여러 번 만나면서도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서 지난 목요일에 찍으려 했는데 그날도 깜빡했다. Rob이 직접 내린 차를 마시고 그와 Jane과 함께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와의 만남은 생각한 대로 나오지 않는 영어 때문에 애를 먹는 시간이면서 자극과 활력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와츠앱을 통해 소식을 전하고 들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 Rob을 직접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살면서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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