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수요일. 340일째 날. 한국으로부터 긴 비행 후 어제 유니버셜 스튜디오까지 다녀온 Y의 가족은 늦잠을 잤다.
라호야 코브의 더 메드에서 점심을 먹었다. 라 발렌시아 호텔 레스토랑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뷰가 좋은 곳이다. 월요일부터 내내 날씨가 흐리고 간간이 비도 흩뿌려서 테라스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식사 후 부머 비치에서 물개와 바다사자를 보았다. 몇 번을 와서 봐도 신기하고 재밌는 광경인데, 오늘은 특히 물개와 바다사자가 많았다. 대충 헤아려도 이백 마리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서울에서 온 아이들은 신이 나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Y 딸의 아이폰을 사러 베스트바이에 들렀다가 언락 폰을 팔지 않는다고 해 허탕을 쳤다. 올 초에 아들의 언락 아이폰은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샀는데 그사이 상황이 바뀌었나 보다. 결국 UTC 몰의 애플스토어에서 구입했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 제외가 몇 주 전 전체 국가로 확대되었었는데, 이후로 4주를 더 연장하는 방침이 오늘 발표되었다. 2월 3일 입국자까지 해당되며,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열흘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2월 1일 한국에 도착하는 우리 가족도 꼼짝없이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귀국 후 계획을 다 바꿔야할 것 같다.
12월 30일 목요일. 341일째 날. 오전엔 Y의 가족과 씨월드를 방문했다. 두 번째임에도 돌고래, 오르카, 바다사자 쇼는 신기하고 재미있다.
오후엔 다운타운의 투나 하버 공원에서 키스 동상을 보고 씨포트 빌리지까지 걸었다. 오늘도 날씨가 썩 좋지 않았지만 해질 무렵이 되자 하늘이 예쁘게 물들었다. 캘리포니아 바다의 낙조를 처음 본 Y의 가족들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저녁엔 집에서 바베큐. 바베큐장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실력이 나날이 느는데, 그래서 가장 맛있는 고기는 항상 오늘 구운 고기이다. 코스트코 소고기와 와인을 곁들인 근사한 저녁 후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어제 저녁에도 수영장에서 한참을 놀았는데, 아이들은 우리 집에 있는 동안 매일 수영장에 갈 기세이다. 항상 따끈하게 몸을 뎁힐 수 있는 자쿠지가 있어 쌀쌀한 날씨에도 수영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12월 31일 금요일. 342일째 날. 아침을 먹고 Y 부부와 버드락 카페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파랗게 개인 하늘이 좋았다.
오후엔 인앤아웃에서 점심을 먹고 샌디에고 주 사파리를 방문. 애뉴얼 패스 혜택인 50퍼센트 할인 티켓 네 장을 Y의 가족을 위해 알뜰하게 썼다. 지난 3월에 가보지 못한 사파리 구역부터 보기로 했다. 아프리카 트램을 타고 사파리 구역을 한 바퀴 돌게 된다. 생각보다 면적이 넓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 탓인지 아프리카 초원의 느낌은 나지 않았다. 다른 동물원 구역에도 동물을 많이 볼 수 없었다. 딸은 지난 번에 보지 못했던 오리너구리를 보고싶어 했는데, 이번엔 안에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오리너구리가 굴 속에 숨었는지 보이질 않았다.
한국은 벌써 새해가 되었다. 가족 어른들께 새해 인사를 보내고 영상 통화를 했다. 감사를 드려야 할 지인들에게도 인사를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을 위해 아껴두었던 샴페인을 꺼냈다. 올해가 시작될 때는 한해를 온전히 바이러스와 함께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모두가 아직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올해의 마지막 날을 아끼는 사람들과 보낼 수 있어 다행이다.
1월 1일 토요일. 343일째 날. 샌디에고에도 솔레다드 산과 같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지만,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 정도로 새해 첫 해에 의미를 두진 않는다. 그래도 산과 바다를 보기에 새해 첫 날만큼 어울리는 날이 또 있을까.
오전 느지막히 토리 파인즈 트레일을 찾았다. 연초에 오고 십개월만이다. 샌디에고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일 코스가 아닐까. 아내가 샌디에고를 떠나기 전 꼭 한 번 다시 와보고 싶어했는데 그럴 수 있어 다행이다. 산보다는 언덕에 가깝지만, 주말에 새해 첫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선선해 걷기엔 딱 좋은 날씨였다. 비치 트레일을 따라 해변의 플랫락까지 내려와 바위에 올랐다. 지난 번에 왔을 땐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있어 트레일 코스로 돌아가야 했었다. 이번엔 해변을 따라 주차장까지 걸었다.
이곳은 샌디에고의 많은 해변 중 맨 처음으로 왔던 곳이다. 도착 후 나흘째였다. 몽돌 해변에 쓸리는 파도 소리와 선선한 바닷 바람이 첫 며칠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파도 소리와 바람은 그대로이다. 모래 위에 군데군데 조약돌로 만든, 새해를 뜻하는 숫자 2022가 보였다. 우리 가족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올해는 모두가 조금 더 평안을 느낄 수 있길.
델 마르 플라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Y 부부의 렌트카를 받기 위해 공항 렌트카 센터에 다녀왔다. 새해 첫 날 휴일이라 그런지 공항 외의 렌트카 사무실은 운영을 하지 않는다.
내일 Y 가족은 세도나를 거쳐 그랜드 캐년으로, 우리는 마이애미로 여행을 떠난다. 며칠 동안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었지만 오늘은 여행을 앞두고 조금 일찍 자리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