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9일 금요일

연수일기 151. 손님,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 (2)

11월 16일 화요일. 297일째 날. 이번 주는 딸 학교의 선생님 면담 주간이라 매일 일찍 하교한다. 아이가 일찍 하교하는 걸 깜빡하고 오후에 선생님 면담 일정을 잡았다. 지난 학기엔 화상으로 면담을 했었다. Back to school 행사에서 선생님을 뵙긴 했지만 따로 직접 면담을 하는 건 처음이라, 되도록 함께 가고 싶었다. 딸을 잠시 이웃집에 데려다 놓고 학교에 다녀오기로 했다. 

지난 번 행사 때도 그랬지만 선생님은 경험이 많고 자신의 교육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의 성격과 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계셨다. 최근에 학교에서 있었지만 우리가 몰랐던 일 몇 가지도 알게 되었고, 덕분에 딸의 생각과 기분에 대해서도 좀더 알게 되었다. 지난 학기에 비해 영어 읽기도 훨씬 나아졌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말을 건네는 걸 꺼려하던 아이가 최근엔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저녁은 아파트 바베큐장에서, B를 보기 위해 온 S 선생까지 함께 했다. 


11월 17일 수요일. 298일째 날. 아침에 B의 렌트카를 반납하고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에 다녀오기로 했다. 지난 9월에 갔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아 B 부부가 오면 함께 다시 가보려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침에 문제가 생겼다. B 부부가 금요일 아침 출국을 위해 월요일에 CVS에서 검사했던 covid-19 결과지를 어제 저녁에 받았는데, 결과 보고 일시가 없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국행 출국 72시간 내에 결과가 보고된 서류가 필요하다. 결과 보고 일시가 적혀있지 않은 경우 결과를 받은 이메일 등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이번 경우엔 내 휴대폰 문자로 결과가 나왔음을 통보받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하루만에 결과가 나오는 유료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나 고심을 하다 CVS에서 검사를 담당하는 MinuteClinic에 전화를 해보았다. 두세 번의 시도 끝에 고객 센터 직원과 연결이 되었고, 사정을 설명해 검사 일시 외에 결과 보고 일시가 표기된 원본을 이메일로 받았다. 올레! 

예정했던 것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어 마음 편히 출발할 수 있었다. 기차역 옆의 Los Rios 역사 지구에 주차를 하고 같은 이름의 거리를 둘러본다. 자동차 한두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작은 오솔길 양 옆으로 버터플라이 가든, 카페, 레스토랑과 소박한 잡화점 등이 듬성듬성 이어져 있다. 이전에 갔던 Ramos House Coffee가 쉬는 날이라 근처의 The Tea House on Los Rios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는데 이곳도 음식 맛이 좋았다. 레스토랑 이름에 걸맞게 차와 스콘이 특히 훌륭했다. 아내들은 실내 분위기와 앙증맞은 식기들을 마음에 들어했다. 

작은 공방 겸 갤러리

만족스런 식사를 마치고 이웃한 작은 공방 겸 갤러리를 구경한 뒤 미션에 입장했다. 두 번째 방문이지만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다. 왜 이 미션이 ‘캘리포니아 미션의 보석 (The Jewel of the California Missions)’이라고 불리워지는지 알 것 같다.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예배당에 들어서면 예상하지 못했던 분위기와 규모에 설풋 놀란다. 십자가 아래 아치 문을 지나 네 개의 종을 볼 수 있는 sacred garden는 작은 공간이지만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1812년 대지진으로 무너지기 전의 규모와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그레이트 스톤 처치의 남은 건물 벽과 잔해는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Sacred Garden

저녁은 집 앞 몰의 데킬라 바에서. 몰에 있는 레스토랑과 바 중에 괜찮은 곳 중 하나이다.


11월 18일 목요일. 299일째 날. 오후에 딸의 covid-19 검사를 위해 랜초 산타페의 CVS에 다녀왔다. 다음 주에 뉴욕에서 뮤지컬을 보려면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 딸은 미국에 와서 pcr 검사만 벌써 세 번째이다. 한국보다 수월한 전비강 검사라 딸도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 건 좋지만 검사를 할 때마다 정확성에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집에서 더 가까운 CVS 검사 예약이 마감되어 좀 먼 곳의 검사소를 선택했는데 길이 막혀 가는 데만 다녀오는 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다음 주 여행을 다녀와 딸도 백신 접종을 하면 이제 검사를 받을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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