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수요일. 291일째 날. 할로윈 저녁을 함께 했던 가족들을 집에 초대했다. 다섯 집 아이들이 모이니 온 집안이 시끌벅적. 체스와 장기, 그림 그리기와 레고 놀이에 아이들이 지겨워질 때쯤 차고에 비치 의자와 돗자리를 깔고 포터블 프로젝터로 해리포터 영화를 틀어주었다.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모두가 좋아할만한 영화로 해리포터 만한 것도 없을 듯하다. 마침 얼마 전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다녀온 우리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영화에 빠져있는 동안 어른들은 와인을 곁들인 수다에 빠졌다.
11월 11일 목요일. 292일째 날. 연방 공휴일 중 하나인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이다. 이 날은 1918년 11월 11일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 휴전 협정에 서명한 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오후에 코스트코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플루 백신을 맞았다. 의료 보험 없이도 월그린, CVS, 코스트코 등의 약국에서 맞을 수 있는데 코스트코의 회원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접수를 한 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뒤에야 실제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의 개인 의원이나 보건소에서라면 같은 시간에 스무 명 이상은 너끈히 접종을 받았을 것이다.
약국 체인 별 접종 가격 |
11월 12일 금요일. 293일째 날. 출근하는 길에 근처의 리사이클링 센터를 들렀다. 캔이나 병에 담긴 음료를 살 때 영수증에 CA CRV 또는 CA REDEMP VA라고 적힌 항목이 있는데, 재활용 비용에 대한 수수료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금액을 리사이클링 센터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건 몰랐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리사이클링 센터가 있었다. 직원에게 맥주 캔과 병, 페트병 등을 보여주니 이곳에서 수거가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해 알려준다. 라벨에 CA CRV라는 표시가 있는 것은 확실히 가능하고, 해당 표시가 없어도 재활용 표시가 있는 경우엔 대부분 받아주는 것 같았다. 종류 별로 나누어 갯수나 무게를 확인해 현금으로 돌려준다. 어렸을 적 집 앞 수퍼에 빈 병을 팔았던 기억이 났다. 우리가 머무는 잠시 동안에도 차 트렁크 가득 재활용품을 실은 이들이 두어 명 더 도착했다. 우리는 오늘은 첫날이라 가져온 재활용품 양이 많지 않았다. 1불 지폐 두 장과 동전 몇 개를 손에 쥐었다. 아파트 쓰레기장에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해 버리도록 되어있지만,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과연 재활용이 잘 될까 싶어 마음 한구석이 조금 불편했었다. 이제라도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다행이다. 다음 번엔 좀더 많이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재활용품 별 가격표 |
저녁에 딸의 초등학교에서 무비 나이트 행사를 했다. 아버지회에서 학교 운동장에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경품 쿠폰과 팝콘도 준비했다. 오늘의 영화는 스페이스 잼 2.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꽤 많은 가족이 스크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이번 주 날씨가 여름만큼 따뜻해서 저녁에도 많이 춥지 않았다. 딸은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는데 이미 어두워진 뒤라 친구들을 찾을 수 없어 서운해 했다. 그닥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함께 온 아들도 심드렁.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과의 추억 한 가지가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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