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1일 일요일

연수일기 153. 뉴욕 여행- 구겐하임 미술관, 센트럴 파크, Birdland Jazz Club

11월 20일 토요일. 301일째 날. 호텔 근처의 UT47 Manhattan에서 샌드위치와 군만두로 아침을 해결했다. 안쪽 공간은 수리 중이어서 식당 앞 길거리 테이블에 앉았는데 아침 날씨가 많이 춥진 않아서 괜찮았다. 주문을 받았던 직원이 아이들을 위해 핫초코 두 잔을 서비스로 가져다 주었다. 

구글맵이 추천한 경로를 따라 구겐하임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미술관 입장 예약 시간에 맞추기 빠듯해졌다. 구글맵 안내가 대개는 정확하지만 버스는 교통 정체 때문에 도착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구겐하임까지의 멀지 않은 거리를 가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맨해튼에선 웬만하면 지하철을 타는 게 좋을 듯 하다. 결국 예약 시간을 이십 분쯤 넘겼지만 다행히 별다른 문제 없이 입장했다. 

달팽이 집을 닮은 건물 입구를 통해 로비에 서서 천장을 올려다보니 특유의 나선 모양 복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구겐하임에서 가장 멋진 예술 작품은 건물 자체라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유명한 작품도 물론 많지만 건물의 명성보단 못한 느낌이다. 칸딘스키를 비롯해 현대 미술 작품이 대부분인 것도 이유일 것이다. Rob은 구겐하임을 두고 작품들은 horrible하니 건물만 보고 나오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말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구겐하임 입구

6층에서부터 복도를 따라 내려오면서 흝어만 보았는데도 두 시간 반이 걸렸다. 미술관을 나와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센트럴 파크를 산책했다. 동쪽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벨베디어성을 지나 반대편 자연사박물관 쪽의 입구로. 색색으로 물든 단풍과 낙엽에서 샌디에고에서 실감하기 어려운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살찐 청솔모가 공원 곳곳에서 나타나 쪼르르 달린다. 공원엔 산책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샌디에고라면 이 날씨에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평범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샌디에고나 LA와는 사뭇 다르다. 

센트럴 파크에서 바라본 맨해튼 도심

공원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컬럼비아 대학교로 향했다. 아내는 오래 전 뉴욕에서 열 달 동안 살았는데 그때 이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자주 갔었던 이스트 아시안 라이브러리에 들어가 보고싶어했는데 판데믹 때문인지 외부인은 입장이 안된다고 해 아내가 아쉬워했다. 아이들이 힘들어해 예전에 살던 동네도 차분히 돌아보기 어려웠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었다가 호텔로 돌아가기로.

지하철로 타임스퀘어까지 이동했다. 여기서 호텔은 멀지 않다. 커다란 전광판이 내뿜는 빛과 자동차와 사람들의 소음과 음악으로 가득한 거리 분위기는 라스베가스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무질서하지만 유흥의 흔적이 넘실거리는 라스베가스에 비해선 상대적으론 더 정돈된 느낌. 크리스피크림 도넛 몇 개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가져온 컵라면과 햇반으로 저녁을 먹었다. 호텔 방의 전자레인지와 집에서 가져온 전기포트가 아이들 식사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다. 

저녁을 먹고 쉬었다가 아이들을 두고 재즈클럽에 다녀오기로 했다. 뉴욕에 왔다면 재즈클럽 한 번쯤은 들러봐야 하지 않겠는가. 근처에 유명한 재즈클럽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 제일 가깝고 예약이 가능했던 Birdland를 선택했다. 찰리 파커와 듀크 엘링턴이 무대에 올랐던 곳이다. 오늘 저녁엔 Alan Broadbent Trio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클럽 앞에 줄을 서 있다 백신 접종 카드 확인 후 입장해 테이블 좌석으로 안내받있다. 일인당 35불의 입장료 외에 20불 이상의 음식이나 술을 주문해야 한다. 아내와 나는 45불짜리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Birdland Jazz Club

연주는 훌륭했다. 한 시간 동안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연주하는 재즈 리듬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곡 한곡이 끝날때마다 사람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두서넛 일행과 함께 온 이들이 많았지만 중간중간 혼자 앉은 사람도 보였다. 옆 자리엔 양복 차림의 남성이 혼자 앉아 우아하게 파스타와 와인을 먹으며 공연을 감상했다. 올 봄 뉴욕의 재즈 클럽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을 때, 음악을 사랑하고 흥이 많은 뉴요커들이 얼마나 기뻐했을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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