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수요일. 305일째 날. 내일은 체크아웃 후 바로 공항으로 갈 예정이라 오늘이 뉴욕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원래 일요일에 자연사 박물관에 갈 계획이었는데, 예약한 바우처를 주말에 받을 수가 없어서 오늘로 변경했었다. 예약을 다시 하면서 입장 시간이 12시로 늦춰졌다. 덕분에 오전 시간이 비어 늦잠을 자고 오전에는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그동안 갔던 미술관과 박물관은 개장 즈음에 입장을 해서 붐비는 시간을 피할 수 있었다. 오늘은 입구에서부터 백신 접종 카드를 확인하는 긴 줄이 늘어서있다. 입장 후에도 바우처를 티켓으로 바꾸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1층 로비에서부터 뼈만 남은 거대한 공룡 두 마리가 시선을 끈다. 우주의 탄생과 빅뱅 이론을 설명하는 짧은 영상을 보고 지구의 다양한 광물과 단층을 전시하는 방을 지났다. 1, 2층엔 박제된 동물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 국립 공원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동물들이라 새롭진 않았다. 딸이 보고싶어하는 해양생물관에서 한참 시간을 보낸 뒤 4층의 공룡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등장한 살아 움직이던 공룡 화석 모형이 있는 곳이다. 복원 가능한 공룡 중 가장 크다고 알려진 Titanosaur의 모형은 전시실 하나를 다 차지했다. 아이들은 전시된 공룡 알과 머리뼈를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박물관 로비 |
자연사 박물관은 스마트폰 앱이 잘 만들어져 있다. 전시물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고, 지도는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마치 네비게이션처럼 안내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잘 사용하면 동선을 줄일 수 있다.
박물관의 절반도 못 보았지만 금새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났다. 관람객은 많은데 카페는 대부분 문을 닫아 휴식 공간이 부족했다. 지하의 푸드 코트는 운영을 했지만 막상 내려가 보니 정신없는 분위기에 음식도 시원치 않았다. 아이스크림만 하나씩 먹고 박물관을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호텔 근처로 돌아와 중국 국수 전문점인 Mee noodle shop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딸이 구글 맵을 검색해 찾은 음식점이다. 코코넛카레 국물에 고기를 넣은 요리, 돼지고기 볶음, 국수는 다 맛있었다. 곁들여 시킨 만두는 피가 너무 두꺼웠다.
그동안의 빡빡한 일정에 지친 몸을 달래며 호텔에서 게으름을 피워본다. 방에서 쉬다가 알라딘 뮤지컬을 보기 위해 다시 나섰다. 극장에 입장하기 전 타임스퀘어 근처의 파이브 가이즈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언젠가는 먹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뉴욕에서 처음 먹게 될 줄은 몰랐다. 햄버거는 충분히 맛있었지만 내 기준엔 역시 인앤아웃이 최고.
라이온 킹을 보았던 민스코프 극장에 비해 New Amsterdam Theatre는 고전적인 옛 극장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다. 좌석 간격도 더 좁은 느낌이다. 지난 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극장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브로드웨이 극장이 1년 반 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던 게 올 9월이니 이제 겨우 두 달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의 흥분과 기대가 더한 듯 하다. 뮤지컬이 시작할 때 울려 퍼지는 환호와 박수엔 오랜 기다림에 목말라한 관객들의 마음이 녹아들었을 것이다.
공연 시작 전 |
알라딘 뮤지컬에 대한 한 줄 평은 역시 '지니가 다 했다.'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Whole new world' 신은 괜찮았다. 아이들은 라이온 킹보다 알라딘이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익숙한 음악이 더 많아서인듯. 더 난 라이온 킹에 한 표.
돌아오는 길에 크리스피 크림 도넛에 한 번 더 들렀는데 폐점 시간이 가까워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도넛이 다 떨어졌다. 달달한 도넛에 맛을 들인 아들이 아쉬워 했다. 이렇게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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