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2일 월요일

연수일기 154. 뉴욕 여행-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브루클린교, 브로드웨이

11월 21일 일요일. 302일째 날. 호텔 근처 마트의 푸드코트에서 치킨과 립, 연어회로 아침을 먹었다. 음식 종류가 많아 아이들과 아침 식사 장소가 여의치 않을 때 이용해도 좋겠다. 

지하철로 맨해튼 남쪽 끝에 위치한 화이트홀 스트리트 역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스테이튼 아일랜드를 왕복하는 무료 통근 페리를 탈 수 있다. 휴일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도착하고 바로 11시에 출발하는 페리에 올라탔다. 맨해튼의 빌딩 숲이 멀어지면서 멀리 오른쪽에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자유의 여신상을 좀더 가까이 볼 수 있는 페리도 있지만 우리에겐 이 정도도 충분하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 바람이 세차다. 오늘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다행이었다.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도심 안에선 시큰둥하던 아이들도 사진으로만 보던 자유의 여신상은 신기했는지 연신 셔터를 눌렀다. 아들은 학교에서 배웠는지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가 선물한 것이라는 사실, 에펠탑을 만든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에 참여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구리로 만들어져 처음엔 구릿빛이었다가 산화가 되어 지금과 같은 색이 되었다는 건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아들 덕에 새로 알게 되었다.

자유의 여신상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잠시 내렸다가 돌아오는 페리를 다시 타고 맨해튼에 도착하니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가까운 카페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마신 뒤 월 스트리트로 향했다. 월 스트리트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 동상이 있는 곳은 관광객이 많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황소 앞뒤로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황소의 불알을 만지면 돈을 많이 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WTC가 있는 코트랜드 스트리트 역으로 이동했다. 아이들 때문에 짧은 거리라도 되도록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001년 9.11 테러로 쌍둥이 빌딩이 파괴된 후 현재는 네 개의 빌딩이 새로 들어섰고 두 개는 아직 공사 중이다. 새로 들어선 104층짜리 프리덤 타워도 유명하지만 오늘 여기 온 이유는 오큘러스라 불리는 환승 센터 겸 쇼핑몰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날개를 편 새를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직접 보니 그보다는 뼈와 가시가 드러난 외계 생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새하얀 색깔과 둥그런 곡선을 이룬 지붕 때문인지 엄숙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바트라바의 작품인 이 건물은 워낙 특이해 한 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근처의 베트남 음식점에서 쌀국수와 구운 돼지고기로 점심을 먹었다. 어느 도시에서든 베트남 음식은 진리. 입이 짧은 딸도 잘 먹는지라 처음 가는 도시에선 꼭 선택하게 된다. 테이블도 없이 혼자 먹는 선반만 있는 작은 식당이지만 안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니 백신 카드 확인을 한다. 뉴욕 어느 레스토랑이든 백신 카드에 대한 확인은 철저한 것 같다. 

배불리 식사를 하고 다시 지하철로 브루클린으로 건너간다. 유명한 포토 스팟인 Dumbo의 맨해튼 브릿지 뷰에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우리도 사진을 찍고, 브루클린 브릿지로 올라갔다. 브루클린 방향에서 맨해튼을 보며 다리를 건너는 것이 족보이다. 1883년 완공된 다리는 당시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이자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이 다리의 아름다움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옛스러움과 현대 도시의 분위기가 너무나 잘 어우러져 있고, 다리 가까이엔 뉴욕 특유의 건물들이, 멀리엔 맨해튼의 고층 빌딩 스카이라인이 배경을 이루어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뉴욕의 관광지 중 유명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브루클린 브릿지 위를 걷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Dumbo

브루클린 다리 걷기

다리를 건너고 나니 아이들은 기진맥진. 아이들이 기운을 차리려면 저녁은 한식을 먹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하철로 코리아 타운으로 이동해 설렁탕으로 배를 채우고 뮤지컬 '라이온 킹'을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 민스코프 극장으로 이동했다. 육년 전 런던에서 보고 두 번째이다. Circle of Life의 익숙한 첫 소절이 흐르자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첫 장면의 감동은 여전했다. 하루종일 많이 걸어선지 아내는 중간에 살짝 졸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재미있게 보았다고. 그래도 다음 번 뮤지컬을 보는 날엔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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