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4일 화요일
외할머니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기억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소금과 건강
고대의 나트륨 섭취량은 100mg(소금으로 0.25g)도 안되었다고 합니다. 5천년 전 중국에서 염장법(음식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법)이 발명된 뒤 자연스럽게 소금 섭취가 늘어났습니다. 현대에 들어와 냉장고를 사용하면서 음식을 보관하기 위한 염장은 불필요해졌지만, 가공식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금 섭취는 다시 증가하게 됩니다.
소금의 주요 성분인 염화나트륨은 몸에 필요한 미네랄 중 하나입니다. 너무 많아도 문제지만 부족하면 뇌부종 등 신경계 이상을 일으키며, 탈수를 교정하는 수액에 소금 성분이 포함된 것은 이때문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나트륨이 한국인에게 ‘나쁜’ 미네랄로 인식된 배경은 짜게 먹는 전통적인 식습관 때문입니다.
○ 한국인 하루 섭취량, 권장기준의 2배 이상 초과
세계 보건기구(WHO)와 한국영양학회에서는 하루 소금 섭취 목표량으로 5g (나트륨 2g)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12~13g(나트륨 4.6g)이며, 국민의 87%가 목표섭취량 이상을 섭취하고 있습니다.(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주된 급원 식품은 김치, 양념류(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쌈장), 라면, 국수 등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양에서 가공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참고로 미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8.5g(나트륨 3.4g)이며, 75%가 가공식품을 통한 섭취입니다.
짜게 먹는 습관은 고혈압, 심혈관 질환, 만성신장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인에게 흔한 암인 위암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고혈압은 소금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소금 섭취가 직접적으로 고혈압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권장량에 맞추어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식습관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DASH-Sodium 연구에서 다른 식습관을 그대로 둔 채 소금섭취만 절반으로 줄여도 수축기 혈압이 7 mmHg 가량 낮아졌습니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30~50% 가량에 해당하는 염분 민감성(salt sensitive) 고혈압의 경우에는 소금 섭취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큽니다. 하지만 본인이 염분 민감성 고혈압에 해당하는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일단 고혈압이 진단되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에서 저염식의 혈압 강하 효과는 65세 이상, 비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 더 큽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이 싱겁게 먹었을 때는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풍, 심장병의 원인인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립니다. |
○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인식과 노력이 필요
외국에서는 소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일찍부터 국가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최근 국가 차원의 캠페인과 대국민 교육을 통해 소금 섭취량을 10% 가량 성공적으로 줄인 바 있으며 일본, 핀란드, 포르투갈 등의 나라도 비슷한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50년대 뇌졸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였던 일본은 이후 10년간 소금 섭취를 10%가량 줄였는데, 지방 섭취와 비만, 흡연, 음주율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뇌졸중 사망률이 80% 줄어든 것은 이 같은 변화 덕분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식습관과 현재의 소금 섭취량을 고려할 때 소금 섭취 5 g 미만은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아침에 달성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1일 10 g 이내의 소금 섭취를 일차적인 목표로 싱거운 음식을 선택하거나 먹는 방법을 조절하여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국물을 남기면 약 1 g의 소금 섭취를, 김치 섭취량을 평소보다 1/2 접시 정도 줄이면 약 1 g의 소금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하루 세끼 식사 때 국물을 남기고
김치 섭취량을 줄이는 것으로 5~6 g 정도의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식단에 나트륨 함량이 많은 가공식품이 포함되어 있다면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어려우므로, 가공식품(라면, 햄, 통조림, 스낵, 빵류
등), 염장음식(김치, 젓갈, 장아찌, 자반 등), 국물음식(찌개, 국, 스프 등), 소스음식(간장, 된장, 고추장, 토마토소스, 데리야키소스
등)은 가급적 식단에서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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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0일 월요일
비타민 D와 건강
2011년 12월 4일 일요일
Before Sunset
냉정하게 말한다면 어차피 더 나아가봐야 불륜... 각각 자신의 방식대로 그 두사람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를 두 사람의 아내와 남편에 대한 배려는 두 사람이 회포 풀기에도 바쁜 시간동안 끼어들 틈 전혀 없이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줄곧 결국 서로를 찾아 헤메던 시간들을 설명해주기 위한 양념처럼 곁들여져 있을 뿐이다.
그래. 그래도 그럴 수 있다. 날마다 이어지는 의미없는 일상,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나타난 멋진 옛 사랑. 영화같은 로맨틱한 하룻밤을 보냈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마음 한구석 동요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참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그 아름답기만 한 기억이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와 오랜 시간동안 되풀이해 반복되었다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이들을 이해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불편해질 법도 한데. 역시 그런 불편함을 잊게 해주는 건 보일 듯 말듯 잠깐 잠깐 내비치는 그들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찰나의 느낌에 무한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참...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면하기 힘든 달콤한 선물.
2005.2.12
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피로하시다구요?
컵에 물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컵 밖의 바닥에 물이 흘렀습니다. 왜일까요?
먼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컵이 깨졌거나 구멍이 났다.
'피로'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의 생각은 이와 같습니다. 피로라는 증상이 생기면 내 몸 어딘가가 깨졌거나 구멍이 났다고 생각하는거지요.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할만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데, 피로가 아닌 다른 증상이 생긴 경우에도 대개 이렇게들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다음의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컵 크기보다 많은 물이 들어와서 넘쳤다.
'증상'이란 현상은 바닥에 흐른 물과 같습니다. 잘 닦여있어야 할 식탁 위를 적신 물.
만약 컵 어딘가가 깨지거나 구멍이 났다면 찾아서 고치고 때워야합니다. 병원에서 하는 검사는 그 부위를 찾는 과정이며, 적절한 치료는 찾은 구멍을 고치고 때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컵에 난 구멍이 아니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어온 물이었다면, 해결책은 물이 지나치게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겠지요. '피로'라는 증상으로 생각해보면 과로를 했거나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라 할 수 있고, 그 해결책은 일을 줄이거나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는 것이 됩니다.
이미지 출처: 매일경제 |
가장 흔한 경우는 세번째의 경우입니다.
- 담겨있는 물은 그대로이나, 컵의 크기가 줄어들어서 넘쳤다.
이 경우에도 물이 바닥으로 흐르는, 즉 '증상'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내 몸이 고장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일이나 스트레스가 많아진 것도 아닙니다. 컵에 구멍이 나거나 깨진 것이 아니니 병원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나는 피로를 느끼는데 피로가 생길만한 이유를 잘 모르겠고, 병원을 찾아도 이상이 없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지요.
쉽게 말하자면 '체력이 떨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컵의 크기, 즉 체력이 줄어드는 제일 흔한 이유는 나이가 드는 것입니다. 40대가 되었는데 2-30대 때의 체력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50대가 되었는데 40대 때의 체력과 같을 수도 없지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5, 10년 정도가 아니라 당장 1, 2년 뒤가 다릅니다. 내 컵의 크기는 줄어드는데도 직책이 높아지면서 직장과 사회에서 내게 요구하는 것은 더 많아집니다. 가사를 담당하는 여성의 경우도 육아 부담이 늘어나고 아이가 커가면서 나에 대한 주변의 요구는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외부의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결국 나 스스로를 바꿔야합니다. 컵의 크기, 즉 내 체력을 다시 키워야한다는 것입니다. 흡연 중이라면 금연을 하고, 잦은 과음을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그 방법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건강 관리의 원칙만 잘 지켜도 컵의 크기는 늘어납니다.
대부분의 피로는 간 때문이 아닙니다. |
이런 기본적인 건강 관리는 재미도 없고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도 않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우리는 재테크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우고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건강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투자한 효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으니 기초 체력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에 인색합니다. 보다 쉬운 방법을 찾기 위해 피로의 원인이 간때문이 아닌데도 간장약을 찾기도 하고, 보약이나 영양제를 구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이 잘 되어있지 않다면 컵의 크기는 쉽게 줄어들어 물이 넘치고, 그때마다 병원을 찾게 됩니다.
프로 운동 선수의 예를 생각해볼까요? 시즌이 시작되고 잘 나가던 성적이 시즌 중반을 지나면서 떨어지는 경우를 흔히 보는데, 대개는 동계 훈련을 착실히 하지 않아 체력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운동으로 밥을 먹고 사는 프로 선수들도 한 시즌을 보내다보면 체력이 문제가 되는데, 스포츠 한 시즌보다 훨씬 길고 치열한, 삶이란 레이스를 펼쳐나가는 우리들은 더하겠지요.
2011년 11월 10일 목요일
위약 효과(Placebo Effect)
새로 개발된 약이 시판되려면 그 약이 치료하려는 질병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한 집단에서 약을 먹기 전후만을 비교하면 질병의 경과 변화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치료약과 가짜약(위약)을 먹여 반응의 차이를 비교한다. 이러한 위약대조연구에서는 위약을 먹인 그룹도 흔히 증상의 호전을 보이는데, 치료약의 효과가 이를 확실히 뛰어넘을 때 비로소 그 약의 효과가 증명된다.
질병에 따라 다르지만 위약으로 2-30%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특히 통증, 구역 증상, 천식, 공포증 등에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최고 권위의 의학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40여명의 천식 환자들을 상대로 위약과 실제 치료제의 효과를 비교했다. 천식에 실제로 쓰는 진짜 흡입제(알부테롤), 가짜 흡입제(위약), 가짜 침 치료를 교대로 받게한 뒤 환자가 느끼는 증상 정도(주관적 지표)와 폐기능검사(객관적 지표)를 치료 전후에 측정했다.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폐기능검사의 경우 진짜 흡입제를 썼을 때는 20% 좋아졌지만 가짜 흡입제나 가짜 침 치료를 한 경우에는 7% 정도에 그쳤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인데,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의 경우 진짜 흡입제를 썼을 때는 50% 좋아졌다고 느꼈는데 가짜 흡입제나 가짜 침 치료를 한 경우에도 45% 좋아졌다고 느꼈다. 진짜 치료든 가짜 치료든,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의 변화 정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이나 실제 진료에서 위약이 투여되는지 여부는 환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위약이라는 것을 알고 먹는 경우에는 어떨까. 언뜻 생각해보면 이 경우엔 병이 좋아질 것이란 믿음을 갖기 어려워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또 다른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작년 'PLoS One'
이 연구는 80명의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먼저 모든 대상자에게 다음 네 가지 측면을 강조하는 15분 가량의 설명을 듣도록 했다.
1) 위약의 효과가 실제로 크다.
2) 우리 몸은 위약에 대해 조건반사와 같이 자동으로 반응한다.
3) 긍정적인 태도가 도움이 되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4) 믿음을 가지고 위약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위약군과 무치료군으로 나누어 위약군에는 위약이라 쓰여진 젤라틴 캡슐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도록 하고 무치료군에는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았다.
3주 뒤에 평가했을 때 위약을 먹은 사람들이 먹지 않은 사람들보다 증세가 호전되었고, 호전된 정도는 과민대장증후군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최신 치료약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놀랍게도 환자가 위약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약은 경우에 따라 실제 치료와 맞먹는 큰 효과를 보이는데, 객관적인 검사 결과나 질병 자체의 경과보다는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적절한 치료가 안될 경우 점점 진행해 만성 염증이 기관지를 망가뜨릴 수 있는 천식과 같은 병의 경우엔, 위약으로 주관적인 증상이 좋아졌다 해도 결국 질병의 경과는 나빠지게 될 것이다. 반면에 증상 자체가 문제인 과민성장질환과 같은 기능적 질환의 경우엔 위약이 보다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특정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좋아졌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위약 효과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좋아지는 것은 본인의 느낌일 뿐, 실제 내 몸에 미치는 객관적인 효과는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좋아질 것이란 믿음이 클수록 주관적인 효과를 느낄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구입한 제품이 약만큼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막상 먹을 때는 '그래도 도움이 되겠지.'란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며,두번째 연구의 결과와 같이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먹는 것만으로 증상이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판매되는 많은 제품들 중 위약 효과를 광고하는 경우는 절대 없으며, 대부분의 구매자는 근거가 부족한 과장된 광고와 통념을 믿고 비싼 금액을 지불한다. 실제 효과가 아닌 위약 효과라 해도 증상이 나아지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면 같은 돈으로 대신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기부를 하는 것도 고려해보시길. 좋은 사회적 관계나 선행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도 충분히 많으니 말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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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J. Kaptchuk, Elizabeth Friedlander, John M. Kelley, M. Norma Sanchez, Efi Kokkotou, Joyce P. Singer, Magda Kowalczykowski, Franklin G. Miller, Irving Kirsch, Anthony J. Lembo. Placebos without Decept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in Irritable Bowel Syndrome. PLoS One. 2010; 5(12): e15591.
당신이 영양제를 먹는 이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질문을 해보았다.
"당신이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질문에 대한 답은 최근에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족이 챙겨줘서, 선물을 받아서, 음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의사의 권유로, 의무감으로, 남들이 다 먹으니까 등이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넓게 보면 결국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깔려있는 것이다.
집에서 먹는 일상적인 식사 이외의 다른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뭘까? 선택한 음식이 맛이 있다거나, 그 음식을 파는 식당의 분위기가 좋다는 등의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음식에 대한 이런 가치 판단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호불호를 정할 수 있고, 타인의 경험이 반영되기도 하지만 결국 선택의 기준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wikipedia |
영양제나 건강식품을 고를 때는 어떠한가? 맛이나 포장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품의 가치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기준은 그 제품이 내 건강에 도움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것일텐데 그에 대한 근거는 크게 두가지, 경험과 과학적 사실로 구분된다.
첫번째 근거인 경험에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나 자신의 경험이 모두 해당된다. 나 자신의 경험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처음 선택할 때는 주변 사람이나 관련 웹사이트 등을 통해 '이 제품을 써봤더니 좋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고 영양제를 구입한다. 먼저 먹어본 사람의 평가를 듣고 맛집을 찾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해서 결국 스스로 먹어보고 경험한 뒤 먹는걸 중단할지, 추가로 더 구입해 계속 먹을지 판단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경험을 통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실제 그 제품의 효과가 아니라 위약(placebo) 효과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새로 개발된 치료약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는 단순히 치료약을 먹기 전후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치료약과 가짜약(위약)을 먹여 반응의 차이를 비교한다. 이러한 위약대조연구에서는 위약을 먹인 그룹도 증상의 호전을 흔히 보이는데, 치료약의 효과가 이를 뛰어넘을 때 비로소 그 약의 효과가 증명된다. 질병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위약으로 30%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니, 열명 중 세명은 효과가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내가 효과를 느꼈을 때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확률이 더 높기때문에, 이러한 경험은 쉽게 확대 재생산된다.
두번째 근거인 과학적 사실의 경우는 믿을만한가? 경험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어디까지 '과학적'으로 볼 것인가부터 문제가 되는데, 특정 성분의 효과에 대해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연구는 흔히 찾을 수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 영역에서 실험실 연구나 동물 연구는 그 근거수준이 가장 낮기때문에,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에서 광고하는 '과학적' 근거의 상당수는 실험실 연구나 질이 낮은 소규모 연구들을 과장한 것이다. 부정적인 연구는 제외하고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연구만 모아 그 효과를 부풀리는 경우도 흔한데,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
경험적인 근거를 과학적인 근거로 포장하는 경우도 많다.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다는 것인데, 질병의 기전이 충분히 알려져있지 않고 치료 수단도 부족했던 시대에 사용했던 방법이 현재에도 유효하고 안전할까. 역사로만 따지면 현대 의학보다 주술이나 점의 효과를 믿어야할 것이다.
특정 종류의 영양제가 피로나 신체기능에 단기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다는 믿을만한 연구 결과들도 있다. (물론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많다.) 하지만 효과 못지않게 고려해야 할 것은 부작용일 것이다. 영양제가 인기가 많은 것은 약과 달리 부작용이 없다는 믿음때문이기도 한데, 그러한 믿음 역시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고용량의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항산화제가 흡연자에게 오히려 폐암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으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E 보충제는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이고 셀레늄은 당뇨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들은 모두 근거 수준이 높은, 매우 잘 짜여진 대규모 연구들이다.
진료실에서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의 장점이 대부분 과장된 것이고,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길 하면 환자들은 흔히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우리는 가능하면 쉬운 방법으로 건강을 챙기려 하지만 치료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에도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방법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흡연과 과음을 피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것은 재미도 없고 노력도 필요하지만, 영양제가 건강에 미치는 위해에 대해 최근 보고되는 많은 연구 결과는 기본을 지키지 않고 쉽게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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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3일 목요일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래요.
"간에 낭종이 있는데 이건 물혹이고 치료할 필요가 없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네? 물혹이 있다구요?"
"네. 하지만 말씀드린대로 이건 문제가 안되는 소견이에요. 그리고 위내시경에서 위염이..."
"간에 있다는 그 물혹은 크기가 큰가요?"
"아뇨. 작습니다. 1센티 정도밖에 안됩니다."
"그럼 그게 커지거나 암 같은 걸로 자랄 수도 있는 건가요?"
"드물게 크기가 커질 수도 있지만 실제 문제를 일으킬 정도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리고 암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아직도 불안해하는 표정이시라, 한마디 더 덧붙입니다.
"이런 물혹은 다른 분들한테도 매우 흔합니다. 바깥에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전체적인 검사를 해보면 한두개 쯤은 다 가지고 있을거에요."
이 말을 들은 그녀가 비로소 표정이 밝아지는걸 보고 저도 함께 웃었습니다.
여러가지 검사가 포함된 건강검진의 경우 결과를 받고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운 용어도 많지요. 낭종(물혹), 결절(딱딱한 혹), 종양(비정상적인 덩어리), 용종(위장이나 담낭 등의 점막에 생기는 혹) 등등. 요즘은 의사들도 환자가 알아듣기 쉽게 풀어 설명하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환자 입장에서 이런 의학 용어들은 생소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드라마나 소설에서 주인공을 죽이는 병은 모두 암이고, 암은 몸 속에 나쁜 혹이 자라는 병으로 알려져있으니 내 몸 속에 혹이 있다는 이야길 들으면 어떤 종류의 혹이든 일단 놀라는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앞의 예에서 나온 것처럼 치료가 불필요하고 추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서 그저 변화가 있는지 여부만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건강검진은 증상이 없을 때 큰 병을 미리 잡아내고, 나중에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건강위험요인을 알게해서 이를 일찍부터 관리하고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소견으로 인해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선 불필요한 추가 검사까지 하게 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정밀 검사가 필요한 정도의 이상 소견이라면 추가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마음 고생을 하더라도 검사를 진행해야겠지만, 앞의 예처럼 큰 의미 없는 유소견이 나온 경우라면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검사 결과의 의미를 잘 전달하고 의사와 환자간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겠지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검사 결과를 전달해야하는 의사 입장에서 검사 결과를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의학적으로 곧이 곧대로 설명하면 이해하기도 힘들고 괜한 걱정을 키우기 쉬운데, 직접적인 설명보다 해당 결과가 얼마나 흔한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예처럼 말이지요.
허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란 말이, 내게 힘든 일이 있을 때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될 때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그 말은 큰 위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오늘도 걱정스런 표정의 환자에게 한번 더 이야기합니다.
"다른 분들도 다들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