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5일 일요일

연수일기 163. Oxford 고등학교 총격 사건, 그리고 학교 뉴스 레터

12월 3일 금요일. 314일째 날. 사흘 전 미시간 주의 Oxford 고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으로 학생 네 명이 사망하고 일곱 명이 다쳤다. 학교에서의 총격 사건은 일상에 가깝고, 한 사건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다시 반복된다. 올해만 벌써 서른 번의 교내 총격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위키피디아에서 확인했다. 이번 총격에선 2018년 열 명이 사망한 텍사스 사건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건의 전후 상황을 자세히 밝힌 기사를 보았다. 친구들에게 총을 쏜 범인은 15세 아이였다. 그가 사용한 반자동 9밀리 권총은 부모가 사준 것으로,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 아빠는 아이와 총기샵에 함께 갔고, 그날 엄마는 새로 산 총을 아이와 함께 테스트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아이가 온라인으로 탄약을 검색하는 걸 본 선생님이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LOL I’m not mad at you. You have to learn not to get caught.”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의 일이다. 

이후에도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사건 당일 아침, 선생님이 아이의 노트에 총과 총상을 입은 사람과 함께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이 그려진 것을 발견했다. 노트엔 “Blood everywhere”, “The thoughts won’t stop. Help me.”라는 글귀도 함께 적혀 있었다. 학교에선 즉시 부모를 불렀고 아이에게 상담을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는 그날 아이가 학교에 있길 원했다. 아이에게 총을 가져왔는지 묻지 않았고 아이의 백팩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겨우 몇 시간 뒤, 아이는 화장실에서 백팩에 든 권총을 꺼내 친구들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기사의 내용은 끔찍했다. 아이의 부모는 과실 치사 혐의로 구속되었다.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사건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총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면. 총을 다른 곳에 보관했더라면. 선생님의 알림에 대해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더라면. 그날 아침 아이의 가방을 열어보기만 했더라면. 네 명의 꽃다운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총기 소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해진다. 

semiautomatic 9-millimeter Sig Sauer handgun
(아이가 사용한 총과 유사한 모델)

사건이 발생하고 학교에서 보낸 뉴스 레터를 받았다. 이천 마일 건너의 일이었지만 레터에선 사망한 학생들에 대한 애도와 슬픔, 그리고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을 아이들에 대한 걱정과 당부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또 다른 레터를 받았다. 어제 토리파인즈 고등학교 남자 화장실 벽에서 나찌 문양의 낙서가, 다른 고등학교 여자 화장실에는 특정 학생을 위협하는 낙서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차별이 적다고 하는 캘리포니아의 학교에서도 hate crime을 걱정해야 할 만한 일이 종종 생긴다. 

미국 학교의 교육 방식은 훌륭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은 안전한가? 잘 모르겠다.


12월 4일 토요일. 315일째 날. 아내가 부스터 접종을 받았다. 오미크론 변이로 부스터 접종을 독려하는 상황이라 이전보다 접종 예약 슬롯에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다른 곳에 예약을 해 둔 상태지만, 시온 마트의 약국에서 워크인 접종이 가능하다고 해 오늘 장을 보러 간 김에 이른 날짜에 맞았다. 2차 접종 후 열이 나고 이상 반응이 심했는데, 다행히 이번 접종 후엔 열은 나지 않았고 다른 증상도 접종 부위의 통증과 피로감 정도에 그쳤다.  

저녁엔 집 앞 몰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있었다. 레스토랑 야외 좌석에서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몰 안의 광장엔 캐럴이 울려퍼지고 장난감 기차가 돌아다녔다. 트리 앞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방문한 산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한국에선 언젠가부터 인파가 많은 특별한 장소에 가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기 어려운데, 여기선 어딜 가든 벌써 크리스마스가 찾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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