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수요일. 312일째 날. 며칠 전부터 뉴스는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 기사로 가득하다. 델타 변이의 위력에 호되게 당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전 세계가 이번 변이엔 훨씬 빠르게 대응하는 것 같다. 변이를 대하는 각국의 표정도 심각하다. 백악관에선 이미 지난 금요일에 대통령이 직접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한국도 새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보고되면서 모든 입국자에게 열흘 간의 자가 격리를 의무화하는 방침을 오늘 발표했다. 12월 3일 0시부터 입국하는 사람들이 대상인데, 해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갑작스레 귀국을 하는 등 만 하루 동안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 같다.
새 변이 출현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의 낮은 백신 접종률이다. 1회 접종률을 예로 들면 에티오피아는 7%, 나이지리아는 3%, 콩고는 0%이다. 미국의 부스터 접종률보다 낮은 수치다. 가난한 나라들의 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부유한 나라들의 부스터 접종을 진행하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시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부스터 접종 전에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더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불공정한 상황이 이번 오미크론 변이 출현을 불러 일으켰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오늘 뉴욕 타임즈 기사를 보면 상황이 그리 단순하진 않은 것 같다.
인구 6천만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비축된 백신은 이미 1천6백만 도즈에 이르고, 사용하지 못하는 백신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져 더 이상의 백신 원조를 거절했다고 한다. 화이자 등 제약회사에서도 가난한 나라엔 할인 가격으로 백신을 판다. 백신이 쌓여 있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최소 1회 이상 접종한 인구는 29%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백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란 의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일단 백신이 있다 해도 인력과 시설 등 접종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 첫 번째이다. 백신이 부족하다면 다른 나라의 생산 라인을 늘려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인프라의 부족과 관련해선 단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병상과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을 보면 더욱.
두 번째 이유는 부유한 나라와 마찬가지로 백신 맞기를 꺼리는 현상이다. 올 2월에 아프리카 15개 국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다섯 명 중 한 명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의 통계 수치와 비슷한 결과이지만, 미국은 정치적 신념이 백신에 대한 믿음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반면 아프리카에선 가난과 착취, 정부에 대한 불신과 과거의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HIV 치료제가 개발된 이후 가격이 떨어지기까지 막상 환자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에서 너무나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고, 그 동안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었던 것. 다국적 제약회사 임상 시험 과정에서 동의서 없이 연구 참여가 이루어졌던 사례 등이 그러한 경험이다. 앞의 조사에선 응답자의 45%가 백신 관련 연구에서 아프리카인이 실험 동물처럼 다루어졌다고 답했다.
두 가지 문제 모두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그건 오미크론을 넘어 파이와 오메가까지,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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