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8일 목요일

연수일기 143. 인플레이션

10월 25일 월요일. 275일째 날. 이곳 생활도 아홉 달이 되어간다. 초기 정착 과정 이후엔 비교적 태평하고 큰 변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올 여름 이후 일상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급격해서 조금 과장하자면 상품 가격이 올라가며 내는 바람 소리가 느껴질 정도이다. 숙슉. 정부가 주도하는 양적 완화의 위력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이런 상황은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마트의 상품에 붙은 가격표는 지난 주와 이번 주가 다르다. 올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CPI-U(도시 지역 소비자 물가 지수)를 보면 미국에서 판데믹이 심해진 2020년 봄에 급격하게 떨어진 물가가 1년 동안 낮게 유지되다가 올해 3월 이후 급격하게 올라 여름에는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최근에 판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 물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 https://www.bls.gov/regions/west/news-release/consumerpriceindex_losangeles.htm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식료품과 기름값을 제외하면 이제 막 판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지만, 두 가지 항목을 포함시키면 9월의 소비자 물가 지수는 판데믹 이전보다 높다. 식료품과 기름 가격이 올 봄 이후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항목의 가격은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숫자이므로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은 심할 수밖에 없다. 양적 완화로 인해 풀린 수조 달러의 현금(이 돈은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지급되었다.), 그리고 판데믹으로 인해 줄어든 생산 라인과 공급 라인이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것은 일시적인 환경 변화일 뿐이다. 관련 기사를 참고하면 내년 까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그 다음엔 경기 하락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로 이용하는 코스트코 주유소도 올해 초엔 갤런 당 3불 정도였지만 최근엔 4불을 넘어섰다. 원체 캘리포니아가 다른 주에 비해 물가도, 기름 값도 높은 지역이긴 하다. 어느 지역 주유소는 갤런 당 7불이 넘는 믿기 힘든 가격을 내걸었다는데, 그나마 샌디에고 카운티는 양반인가 보다. 우리 가족은 그래도 일 년의 절반 정도는 예년보다 낮은 물가를 체험했으니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까.


10월 26일 화요일. 276일째 날. Rob이 크루즈 의사로 일하게 되어 당분간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플로리다 남쪽 바다에 떠있는 크루즈 안에서 내게 소식을 보냈다. 지원을 했을 때는 세부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는데, 출발 하루 전날에야 갑자기 알려주어서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배에 탔다고 한다. 2주 동안 승객이 없는 배 안에서 자가 격리를 하고, 그 뒤에도 4주의 준비 기간 후에야 승객을 태운 배에서 본격적인 일을 하게 된다고. 

3주 전 만든 호박 랜턴이 썩어버린 뒤로 호박은 할로윈 직전에 다시 사려고 했다. 다른 장식을 사는 것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미라 메사에 가서 몇 군데 마트를 돌아보니 이미 할로윈 장식을 다 치웠나 보다. 심지어 달러 트리에선 크리스마스 장식을 팔고 있었다. 급히 집 근처 랄프스를 다시 들러 몇 개 남지 않은 램프를 사왔다. 파티오에 걸어두니 제법 그럴 듯한 장식이 되었다. 바깥에 잔뜩 쌓아두고 팔던 호박은 이제 다 치웠는지 보이질 않아 다른 곳에 다시 들러봐야 할 것 같다. 

TRICK OR TREAT


10월 27일 수요일. 277일째 날. 딸의 초등학교에선 이번 주가 레드 리본 위크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마약상에게 납치, 살해되었던 마약 단속국 직원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행사가 마약을 반대하는 전국 캠페인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매년 10월에 있는 이 주간엔 흡연, 술, 약물과 폭력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요일마다 지정한 색깔의 옷을 입기도 하고 특별한 헤어스타일을 하는 날을 정한 학교도 있다고. 

오늘 딸 학교에선 차를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행사를 한다. 아침에 평소보다 서둘러 집에서 출발해 딸과 학교까지 걸어갔다. 아침 운동은 이걸로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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