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토요일. 266일째 날. 풀러턴에 살고 계신 지인을 방문했다. 점심을 먹기 전에 근처 공원을 산책했다. 동네가 깨끗하고 살기 편해 보였다. 가까운 써니힐 고등학교가 유명해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직접 차려주신 점심도, 식사 이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눈 대화도 반갑고 좋았다. 오랜만에 먹는 정통 한식인데다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아들은 갈비를, 딸은 시래기 나물을 너무 좋아했다. 집을 나설 때는 잡채와 나물을 잔뜩 싸주셨다.
LA 근처에 와서 그냥 가긴 서운해서 하룻밤을 머물고 내일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기로 계획했다. 숙소에 가기 전에 할리우드에 들러 워크 오브 페임 거리를 걸었다. LA를 여행 온 많은 이들이 이 거리를 찾는다. 직접 본 거리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마리화나 냄새, 그리고 LA 도심 특유의 어수선하고 칙칙한 느낌이 이 거리에도 배어있었다. 아이들도 불편해 했다. 저녁 시간이라 더 그렇게 느꼈을 것 같기도 하다. LA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샌디에고와 LA는 이웃한 도시임에도 너무도 다르다. 한 시간쯤 거리를 구경하고 숙소인 호텔로 일찍 들어갔다.
할리우드 밤거리 |
10월 17일 일요일. 267일째 날. 드디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간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에 대해선 수없이 들었지만 놀이기구 타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 우리 가족에겐 급히 가야할 곳은 아니었다. 재개장을 한 이후에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야 그중 하나를 가보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싱가포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갔었다. 무더운 날씨 탓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돌아다니기 딱 좋은 쾌적한 날씨였다. 개장 시간에 맞춰 도착했어도 주차장에 차들이 많다. 시티 워크를 지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상징인 지구본 구조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첫 목적지는 역시 해리포터 존. 포비든 저니부터 탑승. 무슨 어트랙션인지 모르고 얼떨결에 탄 딸은 놀이기구가 움직이는 내내 비명을 지르고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그래도 이전에 싱가포르에선 놀이기구 하나를 타고 다른 건 안타겠다고 했는데 이젠 좀 컸는지 그 정도의 반응은 아니다. 호그와트 성과 다이애건 앨리를 돌아보며 금새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올리밴더스 입장을 기다리며 버터 맥주를 마셨다. 올리밴더스 지팡이 가게는 기념품샵임과 동시에 마법사가 지팡이를 골라주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체험을 하고 나면 지팡이를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술의 끝판왕) 우리도 헤르미온느 지팡이를 샀다. 인터랙티브 기능이 있는 (비싼) 지팡이로 간단한 주문을 실행해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했다. 거리 곳곳에서 호그와트 가운을 입은 아이들이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호그와트 성 |
해리포터 존에서만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Lower Lot으로 내려가 판다 익스프레스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트랜스포머와 쥬라기 월드 어트랙션을 탔다. 둘 다 싱가포르 유니버셜과 비슷했다. 딸에게 무서운 놀이기구가 아니라고 안심을 시켰는데, 쥬라기 월드에선 마지막에 경사를 내려올 때 깜짝 놀랐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가 무서운 거 아니라며~ 엉엉~~" 싱가포르에서 미이라 어트랙션을 타고 공포에 떨었던 아들은 그 기억이 아직 생생한지 이번엔 탑승 거부.
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다시 Upper Lot으로 돌아와 스튜디오 투어에 입장했다. 버스를 타고 돌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데, 킹콩, 분노의 질주, 죠스 등의 세트에선 중간중간 체험을 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폭우와 물난리가 나는 영화 장면 체험도 있고 파괴된 여객기를 그대로 재현해 둔 우주 전쟁 세트도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한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캘리포니아 유니버셜은 해리포터와 스튜디오 투어가 다 먹여살리는 느낌.
쿵푸 팬더 극장에서 짧은 4D 영화를 보고 마지막으로 해리포터 존을 다시 돌아보았다. 두 번을 들렀는데도 자세히 보지 못한 가게와 소품들이 많다. 사실 이곳에서만 하루 종일 있어도 모자란 느낌일 것 같다. 아들은 그리핀도르 머플러를 샀다. 할로윈 코스튬으로 미리 사두었던 가운과 함께 걸치면 좋을 것이다. 딸은 마법 지팡이를 몇 번 더 휘둘렀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보다 다이애건 앨리를 떠나는 게 아쉬웠다. 이번 주말 아이들의 일기는 당연히 해리포터 이야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