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3일 수요일

연수일기 137. Sam

10월 11일 월요일. 261일째 날. S 선생님, L 선생님 부부와 캐롤라인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지난 주엔 폭우도 오고 날씨가 구름이 많이 끼고 쌀쌀한 편이었는데 오늘도 바람이 셌다. 캐롤라인 카페의 야외 좌석은 평소에도 바닷 바람이 센 편이다. 바람을 너무 맞아서 아내는 감기 기운이 생겼다. 며칠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괜히 열감기라도 생기거나 아이들에게 감기가 옮기라도 하면 또 번거로운 일이 생긴다. 

아들이 부엉이를 조각하던 큰 호박이 썩었다. 어제 호박 안에 곰팡이가 잔뜩 피어 걱정을 했는데 오늘 보니 파내고 남은 호박 살점이 썩어 곤죽이 되었다. 절반쯤 파낸 부엉이가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이 호박은 쓰레기통 행. 나중에 알고 보니 속을 비운 호박에 곰팡이가 슬거나 썩는 일이 아주 흔하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할로윈 밤에 쓸 호박 랜턴은 하루이틀 전에 만드는 게 좋다고. 할로윈 전에 다시 만들기로 했다.

딸 학교에서 파는 후드티를 주문했다. 학교 로고와 함께 상징인 말 그림이 프린트 되어 있어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추억거리가 되줄 것이다. 


10월 12일 화요일. 262일째 날. Rob과 Sam을 만날 때면 요즘엔 Sam이 다음 번 만날 장소를 정한다. 오늘은 베트남 식당이었다. 연구실과 아주 가까운 곳이라 산책하듯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왔다. 

지난 주엔 가기로 했던 베트남 식당이 화요일에 문을 닫아서 근처의 파네라 브레드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었었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Sam이 원하던 식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갑자기 옮겨야 하는 상황을 바로 따를지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문이 닫힌 식당 앞을 잠시 맴돌다가 아버지의 말을 듣고 순순히 차를 탔다. 예전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미국 교육에 관해 이야기하다 Rob이 말했다. 적절한 교육이 없었다면 Sam이 지금과 같이 살지 못했을 거라고. 기본적인 독립 생활이 가능하고 마트에서 일까지 하고 있는 Sam을 보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론 우리 교육 시스템의 부족함이 떠올라 씁쓸한 마음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이 Sam이 다음 주 만날 식당을 정했다. 구글 맵으로 문을 닫지 않는 식당을 확인했다고 한다. 밝게 인사를 한 그가 먼저 떠나는데, 세워둔 자전거를 타려다 옆에 주차된 차 안을 들여다 본 모양이다. 젊은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Rob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운전자에게 다가가 Sam에게 자폐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남자가 이내 굳었던 표정을 풀고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오히려 사과를 했다. 장소가 서울의 어느 식당이었다면 어땠을까. 혹시라도 왜 문제 있는 아들을 식당에 데리고 왔느냐고 성을 내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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