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5일 금요일

연수일기 138. 오징어 게임, 할로윈 코스튬

10월 13일 수요일. 263일째 날. 미국에서 느끼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꽤나 놀랍다.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며 로컬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아침 시간엔 청취자를 연결해 시시껄렁한 연예 퀴즈를 내고 맞춘 이들에게 상품을 주는 코너가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데뷔한 연도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넘버원 히트곡이 실린 앨범 이름 같은 걸 묻는 식이다. 그런데 며칠 전 문제 중 하나가 이랬다.

'최근 핫한 넷플릭스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한국의 놀이 이름은?'
아내와 매주 채팅을 하는 그룹은 평균 연령 70대 이상의 할머님들이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이를 무색케 하는 할머님들의 지식과 활동력에 놀라게 된다. 다들 교육 수준이 높고, 캘리포니아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는 편향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화상 채팅을 하다 판데믹 상황이 나아지면서 최근엔 공원에서 직접 만나 모임을 한다. 그런데 오늘은 모임 내내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했다고. 할머님 대부분이 드라마를 보셨단다.

할로윈 파티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아이들은 촌스러운 초록색 추리닝과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그려진 마스크와 핑크 유니폼을 코스튬으로 준비하고 있다. 웬만한 상품은 하루이틀 만에 배송이 되는 아마존이지만, 이들 코스튬은 지금 주문해도 2주가 남은 할로윈까지 받아보기 쉽지 않다. BTS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고 각종 기록을 냈다지만 내가 십대가 아니어선지 이곳에서 BTS의 인기는 실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연령 불문 진짜인 듯 하다.

딸이 아이스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서울에선 겨울이면 집 근처 올림픽 공원 스케이트장에서 놀곤 했었다. 샌디에고에서 겨울 스포츠를 하게 될 거란 생각은 안했는데, 친구 J가 아이스 스케이트를 탄다고 하니 예전 생각이 났나보다. 샌디에고에도 아이스 링크가 몇 개 있다. 집에서 가까운 미라 메사의 아이스 아레나에 등록했다. 수업은 주 1회에 겨우 30분으로 짧지만, 수업료가 그리 비싸지 않고 수업 외 시간에도 자유 스케이팅을 할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다. 오랜만에 아이스 스케이트를 탄 딸은 신이 났다. 


10월 14일 목요일. 264일째 날. 아이들 할로윈 코스튬을 샀다. 학교에서는 할로윈 전 금요일에 코스튬을 입고 등교하는 걸 허용하는 대신 나이에 맞지 않는 의상은 피하도록 안내를 해준다. 할로윈 주말에 사탕을 받으러 돌아다닐 때도 코스튬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엔 코스튬 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이 많고 샌디에고에도 여러 군데 있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코스튬이 많았다. 아들은 호그와트의 그리핀도르 가운과 넥타이를 샀다. 딸은 마음에 드는 코스튬이 없다고 한다. 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특별한 옷을 입기는 싫다고. 평소와 같은 옷차림은 오히려 어색할 것 같아 오랜 상의 후에 악마 머리띠와 꼬리, 삼지창 정도만 준비하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Plague Doctor

미용실에서 아들 머리를 잘랐다. 삼개월 전과 같은 미용실이다. 아들은 미용실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전과 같이 거침없는 바리깡질을 당할까 봐 불안해했다. 다행히 이번엔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 미용사 분이 가위를 잡으셨는데 지난 번 미용사보다 솜씨가 훨씬 좋았다. 이번에는 아들도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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