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7일 목요일

연수일기 134. Maroon 5 콘서트

10월 4일 월요일. 254일째 날.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라호야 코브에 다녀왔다. 1월에 오고 두 번째이다. 그때처럼 해변에 바다사자가 가득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바다는 투명하고 하늘은 파랗다. 아이들이 날리는 비누방울이 바람을 타고 흘러다녔다. 띄엄띄엄 늘어선 노점에선 옷과 모자, 숄, 조잡한 장신구와 돌조각 등 국적을 알 수 없는 각종 기념품을 팔았다. 칠드런스 풀까지 짧은 산책 후 언제 가도 좋은 캐롤라인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부터 구름이 많아지더니 아파트 바베큐장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하는데 비가 떨어진다. 비는 금새 폭우로 변했다. 수영장 옆의 캐노피에서 들이치는 비를 피해가며 저녁을 먹었다. 하늘엔 번개가 번쩍였다. 금새 멈출 비가 아닐 것 같았는데 결국 밤새도록 비가 왔다. 10월의 샌디에고에서 보기 드문 날씨의 밤이었다. 


10월 5일 화요일. 255일째 날. 아침 일찍 데스밸리 국립 공원 투어를 떠나는 장인 장모님을 배웅하고 출근했다. 지난 주말 라스베가스에 다녀왔다는 이야기에 그 도시를 싫어하는 Rob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랜드 캐년 이야기엔 다시 화색이 돌며 Sam과 Nina가 그랜드 캐년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Maroon 5의 공연을 보러 다녀왔다. 나와 아내는 원래 좋아하던 그룹이고, 로컬 라디오 방송에서 이들의 음악이 워낙 자주 나오다 보니 아들도 나름 팬이 되었다. 샌디에고에 투어를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티켓 예매를 했었다. 원래 예정되었던 공연 일정이 판데믹으로 연기되었던 모양이다. 공연장은 출라비스타의 노스 아일랜드 크레딧 유니온 앰피씨어터 North Island Credit Union Amphitheatre. 오랜만에 제대로 된 콘서트를 보는 것도 좋았고 미국 본토에서 보는 팝음악 공연은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입장에 필요한 백신 접종 카드를 집에 두고 와서 중간에 집에 돌아갔다 오는 소동도 있었지만 공연 시작인 일곱시 전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야구장과 마찬가지로 가방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데, 미리 알고 백팩은 가져가지 않았지만 아내의 작은 손가방까지 크기 제한에 걸려 다시 주차장에 다녀와야 했다. 총과 같은 무기 소지를 막기 위해서일텐데, 애초에 일반 대중에게 총기에 대한 제한을 한다면 이런 번거로운 규정이 필요없을 것이다.

백신 카드나 코로나 음성 검사 결과가 필요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정말 많았다. 주차장에 다시 갔다 오느라 공연장 안에 입장한 것은 일곱시 반쯤이었는데 그때까지도 주차장 입구에 차가 늘어서 있었고 입장 줄도 길게 남아 있었다. 미처 검사 결과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즉석 항원 검사 데스크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공연장 안에 술과 스낵을 파는 매점과 부스가 많았다. 맥주와 나초를 사서 원형 극장 맨 뒤의 잔디밭에 비치 타올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여덟 시가 되어서야 게스트의 공연이 시작되었고, 막상 Maroon 5가 무대에 오른 건 아홉 시가 넘어서였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할 만도 했지만 관객들 누구도 시간엔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처럼 여유 있는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 사이에 있다 보니 우리도 덩달아 느긋해진다.  

게스트 공연이 끝나고 쉬는 시간

본 공연이 시작되자 잔디밭에 누워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떼창을 하는 모습은 여느 콘서트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도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며 분위기를 즐겼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있고 싶었지만 열 시가 넘어 아쉽지만 일어나기로 했다. 공연을 다 보고 나간다면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데만 해도 한참이 걸릴 것이다. 아들은 'Memories'를 듣지 못하고 나온 걸 못내 아쉬워 했다. 내일 아이들 등교만 아니었다면 끝까지 있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애덤 리바인의 목소리를 반복해 들으며 흥얼거렸다. 


10월 6일 수요일. 256일째 날. 특별한 일 없이 집에서 쉬었다. 장인 장모님은 오늘 조슈아 트리에 들렀다가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셔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연이은 여행에 조금은 지치신 눈치이다. 남은 기간엔 샌디에고 안에서 가까운 곳들을 둘러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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