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목요일. 278일째 날. 아들은 얼마 전 보았던 과학 시험 점수 때문에 툴툴거린다. 성적이 먼저 나왔는데 네 문제를 틀렸고, 처음엔 무슨 문제를 틀렸는지 알 수 없어 의아해 했다. 어제 틀린 문제를 다시 확인했는데 실수를 했다고.
중학교에선 시험을 자주 본다. 간단한 퀴즈부터 시험지를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 스무 문제 이상을 풀게 하는 좀더 그럴 듯한 시험까지. 수학, 역사, 과학의 경우 과목 당 서너 번씩은 시험을 본 것 같다. 역사 과목에선 중국에 이어 얼마 전 일본 역사에 대한 단원을 마쳤는데, 각 나라에 대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보았다.
숙제도 매일 주어진다. 모든 숙제는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확인하고 제출한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을 잘 이용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는데 금새 적응을 했다. 역시 아이들에겐 디지털 환경이 그리 어렵지 않나 보다. 영어로 숙제를 작성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 얼마 전 과학 노트를 무심코 펼쳤다가 생각보다 그동안 작성한 양이 많은 것에 놀랐다.
서울의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자유학년제로 한 해 동안 시험을 보지 않는다. 체험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의 평가라는 취지는 좋지만, 실제 의도한 효과를 거두려면 현장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작년과 올해와 같은 원격 수업 위주의 환경에서는 이런 방식의 수업이 잘 되긴 어려웠을 것 같다. 아들의 한국 친구들은 아직도 격주로 등교 수업을 한다. 이렇게 1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었을 때 다시 변화하는 환경에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10월 29일 금요일. 279일째 날. 아이들이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학교에 가는 날이다. 아들은 그리핀도르 가운과 넥타이를 하고 등교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거의 모두가 코스튬을 입었지만 같은 옷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등교 지도를 한다. 일 년 내내 즐거운 일이 끊이지 않는 학교지만 오늘은 아이들에게 정말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다. 꼭 할로윈이 아니더라도 일 년에 하루 정도는 한국에서도 이런 즐거운 이벤트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하교를 기다리는 아이들 |
트레이더 조에서 할로윈 호박을 다시 샀다. 마트에 호박이 다 들어가버린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직 팔고 있었다.
오후에 모더나 백신 부스터 접종을 받았다. 이전과 달리 UCSD 접종소는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모더나의 경우 부스터는 절반 용량을 맞는다. 지난 두 번째와 같이 접종 부위에 통증이 생겼다. 지난 번에 다음 날까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