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수요일. 242일째 날. 미국에 살면서 자주 하는 일 중 하나는 마트에 가는 것이다. 처음엔 종류가 다른 마트를 구경하는 게 재밌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한국과 달리 온라인 장보기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어려우므로 무언가 필요한 게 있다면 차를 몰고 직접 가야 한다. 마트마다 특성이 달라서 한 곳에서 모든 걸 사기 어렵고 결국 또 여러 곳을 방문해야 하는 것도 힘든 점이다. 고기와 생수는 코스트코, 과일과 채소는 트레이더 조, 잡화는 랄프스, 이런 식이다. 한인 마트도 정기적으로 가야 한다. 대부분 차를 타고 가야 하므로 가까운 거리라 해도 장을 보고 오면 두어 시간이 훌쩍 간다. 이곳에서 오래 사는 사람들의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는 푸념 아닌 푸념도 이해가 되었다.
그나마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몰에 트레이더 조가 있는 트세권인 게 다행이다. 트레이더 조는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마트이기도 하다. 물건의 품질이 좋고 맛있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아내는 한국에 돌아가면 트레이더 조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한다. 언젠가 캘리포니아에서 경험한 마트에 대해선 따로 정리를 해보려 한다.
오늘은 메이플 버터, 펌프킨 스프레드를 여러 개 사왔다. 가을 이 시기에만 나오는 시즌 상품으로, 다른 곳에선 팔지 않고 맛도 있어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용기가 귀여워서 한국에 돌아갈 때 선물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격도 싸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9월 23일 목요일. 243일째 날. 연구실에 갔다가 오랜만에 UCSD 캠퍼스에 들렀다. 전면 대면 수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전보다 훨씬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가이젤 도서관 앞 길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동아리와 종교 모임을 홍보하는 부스도 늘어서 있었다. 서점과 타겟 입구에는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학생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평소 학기 중엔 늘 이런 분위기였을텐데. 역시 학교엔 학생들이 있어야 한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져 의대 건물 쪽으로 돌아서 산책을 했다.
9월 24일 금요일. 244일째 날. 아내의 생일이다. 아이들과 미리 카드와 선물을 준비했다. 홀푸드 마켓에서 산 작은 케잌에 초를 꽂고, 아들이 생일 축하 음악을 첼로로 연주했다. 가족 모두가 이곳에서 생일을 한 번씩 지내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기간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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