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화요일. 234일째 날. 오늘도 Rob과의 만남 장소는 멕시코 음식점이었다. 그는 이 식당을 참 좋아하나 보다. 지난 번 점심을 먹을 때 중고 물품을 파는 Thrift store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식사 후에 같이 구경을 가지 않겠느냐고 한다. 한국에선 중고나라나 당근 마켓 같은 일대일 교환 플랫폼을 통해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미국에선 오프라인 스토어를 더 흔하게 이용하는 듯 하다. 그를 따라 간 곳은 가까운 Goodwill store였다. 한국에서 Goodwill에 헌 옷을 종종 기부했었지만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구글 맵을 검색하니 이런 thrifty store가 이곳 말고도 여러 군데 있었는데, 기부를 통해 유통되는 중고 물품 시장 규모도 꽤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 주방 용품, 가구 등 다양한 물품이 있었지만 역시 옷이 가장 많았다. 옷의 가격은 바지, 상의, 재킷 등 종류 별로 대부분 동일하다. 청바지와 양복 바지와 면 바지의 가격이 같고, 바람막이 점퍼와 골프 재킷과 수트 재킷의 가격 역시 같다. 재킷 코너를 살피던 Rob이 재밌는 게 있다고 나를 부른다. 한눈에도 싸구려로 보이는 폴리에스터 자켓과 백퍼센트 울 맞춤 수트 자켓을 들고 가격표를 보여주었다. 역시 같은 가격이다. 부지런을 떨면 좋은 질의 옷을 말도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ob이 입는 모든 옷은 thrifty store에서 산다고 했다. 태국에 아이들을 위한 장학 재단을 만들어 매년 큰 돈을 기부하는(얼마 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은퇴한 마취과 의사 치고는 참으로 검소한 분이다. 이 나라엔 그와 같이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 상위층에 속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겉모습에 신경쓰지 않는 이들이 많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굿윌 스토어 |
저녁에 공원을 산책하다 체육관 건물에 차려진 투표소를 발견했다. 오늘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Recall 투표 날이다. 자원봉사자가 우리에게도 투표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우린 권한이 없다. '주민 소환 투표'로 번역할 수 있는 recall은 의회에서 투표를 하는 탄핵과 달리 주민 투표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리콜 제도가 있는 주는 스무 개이지만 주지사에 대해 실제 투표가 이루어진 건 이번을 포함해 네 번에 불과하다고 한다. 네 번 중 두 번이 캘리포니아이고, 이전의 캘리포니아 리콜이 유일하게 주지사 해임을 이끌어냈다니 제도가 있다고 손바닥 뒤집듯 해임이 이루어지진 않을 듯 하다.
투표소 입구 |
9월 15일 수요일. 235일째 날. 아내가 참여 중인 UCSD 수요 커피 모임에서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했다. 장소는 UCSD 근처의 도일 커뮤니티 공원이었다. 그동안의 온라인 미팅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한다. 그동안 온라인이라도 모임을 할 수 있어 좋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라도 대면 모임이 가능해져 다행이다. 모임을 주도하는 할머님들께 빵과 뜨개질 세트 등 선물을 잔뜩 받아 왔다. 오랫동안 모니터로만 보던 이들을 만나니 마치 TV에서 보던 연예인을 보는 기분을 느꼈다고.
미라 메사의 다이소에서 낚시 용품 몇 가지를, H 마트에서 수박을 샀다. 엄청 큰 씨없는 수박이 한 통에 겨우 5달러이다. 껍질도 얇고 맛이 참 달았다. 수박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당분간 자주 사야겠다.
9월 16일 목요일. 236일째 날. 세콰이어 국립 공원 근처 산불이 심해져 자이언트 세콰이어 나무들도 불에 탈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적당한 자연적인 산불은 세콰이어 나무들이 잘 자라는데 도움이 되지만, 최근엔 산불이 너무 심해져 되려 나무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 같다. 제너럴 셔먼 트리 사진을 찍고 온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무들이 무사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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