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6일 월요일

연수일기 122.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9월 4일 토요일. 224일째 날. 조슈아 트리 국립 공원에 다녀왔다. 이번 주말이 뉴문이라 별 보기에 적당한 시기이다. 10월까지 보인다는 은하수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슈아 트리는 샌디에고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 공원으로, 공원 서쪽 입구에 있는 비지팅 센터까지는 두 시간 반이 걸린다. 

코스트코에 들러 주유와 점심을 해결하고 팜 스프링스의 풍력 발전 단지에서 차를 멈추고 잠시 사진도 찍었다. 팜 스프링스의 온도는 화씨 100도가 넘어 잠깐 차에서 내렸는데도 등판에 땀이 맺혔다. 마치 건식 사우나에 있는 것 같았다. 공원 안에서 많이 걷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Pioneertown 파이오니어타운에 들렀다. 유카 밸리 북쪽의 아주 작은 마을로, 과거 서부 영화의 세트장으로 쓰였고 지금도 영화와 광고 사진의 무대로 활용된다고 한다. 메인 스트리트에 들어서니 마치 옛날 영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메인 스트리트는 아주 짧아 구경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지만 모든 곳이 포토 스팟이다. 

Pioneertown main street

마을을 나와 조슈아 트리 브루어리에서 맥주 두 캔을 샀다. 비지터 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공원 서쪽 입구로 입장. 이로써 미국 국립 공원 열 개의 스탬프를 채우는 기록을 달성했다. 오후 네 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입구엔 직원이 없었다. 퇴근 시간 이후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더운 날씨 때문에 일찍 철수를 한 모양이다. 시선이 향하는 곳 어디서든 조슈아 트리를 볼 수 있다. 이곳이 조슈아 트리를 재배하는 농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원의 이름을 짓는데 이 선인장의 이름 외에 다른 이름을 생각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첫 번째 목적지 스컬 락에 도착하니 해골 모양의 바위가 우리를 반겼다. 해골 모양 바위 뒤쪽으로 아이들이 올라가서 놀기 좋은 바위들이 여러 개 있었다. 

Skull Rock

바위를 오르내리며 놀다가 다음 장소인 히든 밸리 피크닉 에어리어로 향했다. 공원에서 트레일을 하기에 가장 좋다고 들었다. 준비해간 주먹밥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히든 밸리 트레일 코스를 걸었다.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평지를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삼십 분 정도면 걸을 수 있다. 팜 스프링스에서 날씨가 너무 더워 걱정을 했는데,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서 기온도 다소 낮아지고 바위산에 가려진 트레일 코스에 그늘이 많아 걷기에 괜찮았다. 조슈아 트리와 유카 등 사막 식물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도 아름다워 아이들과 산책하기에도 참 좋았다. 

트레일 입구로 나와 일몰을 보기 위해 Keys view 키스 뷰로 향했다. 조슈아 트리 공원은 그동안 갔던 다른 국립 공원에 비해 사람이 훨씬 적었다. 아직은 더운 날씨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공원에 들어온 이후 키스 뷰 주차장에서 가장 많은 차를 만났다. 주차할 자리가 없어 길 바깥에 차를 세워야 했다. 일몰 시간이 되면 모두가 이곳에 모일테니, 해 지는 걸 보려면 조금 일찍 와서 주차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뷰포인트에 오르니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아래 코첼라 밸리 너머 멀리 팜 데저트까지 볼 수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빛을 배경으로 지는 해를 지켜보았다. 해가 지는 광경은 어디서든 아름답다. 


해가 지고 나니 금새 어둠이 깔린다. 키스 뷰를 내려와 별을 보기 위한 장소로 가는 길에 하늘은 완전히 깜깜해졌고, 숨어있던 별들이 거짓말처럼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차창을 열고 하늘을 보던 아이들이 벌써 탄성을 지른다. 공원 내 어디서든 별을 볼 수 있지만, 공원 입구에서 먼 안쪽으로 갈 수록 별이 더 잘 보인다고 한다. 군데군데 길 가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마다 차를 세우고 별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별을 볼 곳은 화이트 탱크 캠프 그라운드 근처의 공터였다. 이곳은 주차 공간 옆으로 풀숲이 없는 널찍한 공간이 있어 돗자리를 깔고 하늘을 보기 적당했다. 

돗자리를 깔고 낮은 비치 의자 두 개를 놓고 자리를 잡았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와 별무리가 보석을 흩뿌린 듯 반짝였다. 머리 위를 가득 메운 별무리가 쏟아질 듯 했다. 별이 쏟아질 듯 보인다는 표현은 이젠 다른 곳에서는 쓸 수 없을 것 같다. 간간이 별똥별이 떨어졌다. 사방이 적막했다. 풀벌레 소리, 멀리 다른 곳에서 별을 보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밤공기에 실려 두런두런 들렸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와 헤드라이트 불빛이 우리가 혼자 있는 게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별 보러 가는 길

은하수

밤이 되자 기온이 내려가 선선해졌지만 아직은 춥진 않았다. 10월 이후가 되면 밤엔 쌀쌀할테니 따뜻한 옷이나 담요가 필요할 것 같다. 가스 버너로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고, 믹스 커피와 브루어리에서 사온 캔 맥주도 마시며 별을 보다 보니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났다. 열 시에 공원을 나올 계획이었지만 떠나는 게 아쉬워 미적거리다 보니 막상 공원 입구를 나온 건 열한 시가 다 되어서였다. 돌아오는 길 내내 뒷자리에서 쌕쌕거리며 잠을 자던 아이들은 별무리 사이를 나는 꿈이라도 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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