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4일 토요일

연수일기 121.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

9월 2일 목요일. 222일째 날. 샌디에고 북쪽에 있는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5번 도로를 타고 LA 쪽으로 1시간 남짓 올라가다 보면 이 작은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이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의 미션은 1769년 샌디에고를 시작으로 1823년 샌프란시스코 북부까지 모두 21개가 아래 지도의 위치에 만들어졌다. 이 미션의 건축이 스페인의 지배 이후 시작된 캘리포니아 근대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 미션을 이어주는 길을 '왕의 길'이라는 뜻의 'El Camino Real'이란 이름으로 불렀고, 지금도 샌디에고의 카멜 밸리에서 오션사이드까지 이어지는 같은 이름의 길이 남아있다. 이후로 스페인의 통치에서 멕시코가 독립하면서 이 미션들도 멕시코 영토에 있다가 1848년 미국이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이기면서 미국 영토에 편입되었다.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은 캘리포니아 미션의 아버지로 불리는 Junipero Serra 신부가 만든 아홉 개의 미션 중 하나이다. 두 달 전에 방문했던 샌 루이스 오비스포의 미션 역시 Serra 신부가 건립했다.

캘리포니아 미션 지도

입구로 들어가면 앞 뜰, 그리고 사각형으로 중정을 둘러싼 이루어진 미션 건물을 차례로 볼 수 있다. 농작물을 키우는 밭과 초, 비누 등을 만드는 작업장 등 당시 수도사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공간을 구경했다. 스페인 통치 이전에 이곳에서 살던 원주민(Acjachemen 이라 부른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었다. 1812년 심한 지진으로 무너진 그레이트 스톤 처치는 건물의 일부만 남아있는데, 부서지지 않았다면 미션 전체가 더 웅장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근세 유럽의 느낌을 주는 건물 안을 걷다 보니 팜트리만 없다면 유럽의 어느 마을에 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션 입구

미션을 나와 한 블럭만 걸으면 Los Rios Street Historic District을 만난다.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 이 역사 지구는 1794년에 조성되었으며 캘리포니아 내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라고 한다. 작고 예쁜 길 가엔 엔틱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었다. 그중 하나인 Ramos House Cafe에서 점심을 먹었다. 커피는 평범했지만 음식 맛은 꽤 좋았다. 레스토랑 야외 좌석에서는 식당 바로 앞을 지나는 기차를 볼 수 있다. 솔라나비치에서 오션사이드를 거쳐 이곳까지 기차를 타고 올 수도 있다. 언젠가 한번쯤 기차 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레스토랑 야외 좌석 앞을 지나는 기차

식당을 나와 20분 정도 거리 샌 클레멘테에 있는 Casa Romantica Cultural Center and Garden에 들렀다. 1927년에 만들어진 건물로 과거엔 샌 클레멘테를 건립한 Ole Hanson의 집이었고, 여러 사람을 거쳐 현재는 문화 센터로 쓰이는 곳이다. 각종 전시와 공연을 포함해 한 해에 백여 회의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뒤뜰엔 공연을 위한 작은 원형 극장도 있었다. 학생들의 교육 장소로도 쓰인다고 했다. 수첩을 들고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학생도 볼 수 있었다. 건물 뒤편에 있는 다이닝룸 창밖으로 해변이 보인다. 가까이에 있는 샌 클레멘테 피어도 한눈에 들어왔다. 뒤뜰로 나가니 파란 하늘과 바다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았다니 참 팔자 좋은 분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공황 때 이 집을 포함해 도시의 많은 건물을 잃었다고 한다. 이곳에 앉아 하루 종일도 앉아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지만 예쁘게 꾸며진 정원도 좋았다. 

뒤뜰에서 보이는 풍경


9월 3일 금요일. 223일째 날. 미국 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가 보다. 뉴욕에 나이애가라 폭포 수준의 물벼락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뉴스를 보니 도시 곳곳이 침수되고 지하철까지 물바다가 되었다. 애초의 계획대로 노동절 연휴에 뉴욕 여행을 갔다면 꽤 애를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더 많은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어 수업 시간에 에세이 쓰기를 망쳤다고 자책을 하는 아들을 데리고 Linda Vista 스케이트 파크에 갔다. 며칠 전 처음 알아봤던 곳보다 저렴한 수업을 찾았고, 오늘 첫 수업을 하는 날이다. 1회 수업을 받아보고 괜찮다면 4회 패키지 수업을 예약할 생각이다. Linda Vista 스케이트 파크는 슬로프 모양도 다양하고 규모도 무척 컸다. 집 근처 공원보다 실력이 뛰어난 보더들이 많는 듯 했다. 보더들은 몸을 비틀고 점프를 하며 슬로프 위를 날아다닌다. 

강사인 Mike는 다섯 살 때부터 보드를 탔다고 한다. 자그만 체구에 인상이 좋았다. 농구장 평지 위에서 30분 정도 연습을 한 뒤 스케이트 파크로 옮겨 야트막한 경사를 내려가는 연습을 했다. 혼자 집 앞에서 보드를 타는 연습을 조금이라도 했던 게 도움이 되었나 보다. 그것도 방학 이후론 한동안 하지 않았지만. 첫 연습은 나쁘지 않았는지 계속 해보겠다고 한다. 다음 주 수업부턴 집 근처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Linda Vista Skate Park. 반대편에 연결된 슬로프가 또 있다.

저녁은 Katsu cafe에서 먹었다. 키어니 메사의 일본 라면 식당으로, 맛집 찾기 어려운 샌디에고에서 그나마 맛있는 집으로 손꼽을 만한 곳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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