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0일 월요일

연수일기 128. 은사님의 방문

9월 17일 금요일. 237일째 날.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며 내일 구울 바베큐용 고기와 맥주도 샀다. 한국은 내일부터 추석 연휴이다. 명절 상여금 입금 문자를 받고 연휴 전날임을 알았다. 이전부터 월급날엔 종종 아이들과 외식을 하곤 했다. 한국에서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음이 새삼 고마운 오늘이다. 

산불로 세콰이어의 나무들이 불에 탈 위험에 처했다는 뉴스를 어제 들었는데, 오늘 뉴스에선 가장 오래된 나무인 제너럴 셔먼 트리가 불에 타지 않도록 기둥에 알루미늄 호일을 감았다고 한다. 이천 년을 넘게 사는 동안 갖가지 일을 겪어왔을 나무가 설마 산불에 쓰러질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들지만, 오죽 산불이 심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싶기도 하다. 

FDA 자문 위원회에서 화이자 백신의 일반 성인 부스터 접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 부스터 접종은 65세 이상과 고위험군에 대한 것으로 한정될 듯 하다. 

사진 출처: BBC News


9월 18일 토요일. 238일째 날. 미국 출장 중인 C 교수님이 어제 샌디에고에 오셨다. 전공의 때부터 모셨던 은사이자 멘토이시다. 보스턴에서 예정되었던 공식 일정이 끝나고 여유가 생겨 샌디에고에서 며칠 머물기로 하셨다고. 샌디에고에서 볼 만한 곳들을 미리 추천해 드렸고, 오늘 하루는 교수님 내외를 모시고 안내를 해드리기로 했다. 

어젠 다운타운 주변과 라호야 코브, 카브릴로 국가 기념물과 선셋 클리프스를 보셨다고 한다. 오늘 아침엔 숙소에서 멀지 않은 코로나도 섬에 들렀다 집으로 오시기로. 얼마 전 갔었던 샌디에고 미션을 함께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Caroline's seaside cafe에 갔다. UCSD 학생들에게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고, 주말 점심 시간이라 더 사람이 많았다. 오랜만에 뵙는지라 그간의 소식을 나누고 미국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 드리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간다. 주문한 음식 일부가 누락되어 한 시간이 넘게 기다리는 바람에 늦게 나온 음식 값을 환불해주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그래도 분위기와 뷰가 좋아 두 분 다 즐거워하셨다.

라떼를 좋아하는 사모님을 위해 로컬 카페에 들렀다가 솔라나 비치에서 함께 해변을 걸었다. 샌디에고에 처음인 사모님께선 미국 동부와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인상적이라며 감탄하신다. 앤시니터스 바닷가 도서관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주말엔 문을 닫아 갈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일 산책하는 공원도 잠깐 구경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아파트 바베큐장에 자리를 잡았다. 같은 의국 출신인 H 선생님 가족도 함께 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도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여느 때처럼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다. 


9월 19일 일요일. 239일째 날. 새로운 스파이더 맨 영화 예고편을 본 아들이 며칠 전부터 스파이더 맨을 다시 보고싶다 노래를 불러 지난 주말 홈 커밍에 이어 파 프롬 홈을 보았다. 아들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사실 내가 더 푹 빠져 보았다. 마블 영화 시리즈는 몇 번을 봐도 재미있다. 스파이더 맨은 아이언 맨과 더불어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라, 12월에 개봉할 새 영화가 정말 기대된다. 

의국 동기인 S 선생이 C 교수님께 저녁을 대접하기로 해 우리도 합류했다. C 교수님은 오늘 발보아 파크를 구경하고 토리 파인즈 트레일을 걸으셨다고. 하루 종일 걸어 녹초가 되어 나타나셨지만 맛있는 저녁과 와인 덕에 금새 기운을 차리신 듯 했다. 지난 번 방문 때 언니들과 금새 친해진 딸은 며칠 전부터 다시 만나는 걸 기대했는데, 오늘도 언니들 옆에 딱 붙어 있다. 함께 상가에 아이스크림도 사러 다녀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