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0일 금요일

연수일기 124. 오랜만에 캠퍼스

9월 7일 화요일. 227일째 날. 오늘도 연구실 퇴근 후 딸을 미술 수업에 데려다 주고 근처 도서관에 갔다가 다시 딸을 집으로 데려가는 일정이다. 미술 수업 시작 때까지는 항상 시간이 좀 남아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요즘 하는 생각들, 얼마 전에 다녀왔던 여행 이야기. 오늘처럼 갑자기 레몬 사탕이 먹고 싶어 손을 잡고 마트에 들르기도 한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좋은 점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딸이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 수업까지 2주 동안 그린 곰을 완성해 보여주었다. 커다란 곰 얼굴로, 나름 공들여 그린 티가 난다. 무료 수업을 포함해 세 번을 참여했는데 아직까진 수업이 재미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9월 8일 수요일. 228일째 날. 오전에 아내는 EIA 프로그램 미팅을, 나는 DS-2019에 travel sign을 받기 위해 UCSD에 들렀다. 연수 기간 중에 해외 여행을 하기 위해선 담당 기관인 IFSO의 사인을 미리 받아야 한다. 아직까진 학내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아서 이 사인을 받으려면 우편으로 신청을 해야하는 듯 하다. 번거롭기도 하고 비용도 드는지라, IFSO에선 미리 신청을 받아 사인이 된 서류를 방문해 받을 수 있는 픽업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그날이 오늘이다. 

장소는 캠퍼스 안 주차장이었다. 연구실이 외부에 있어 캠퍼스에 들어온 건 지난 5월이 마지막이었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서류를 받고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서점에서 마그넷을 하나 사고, 얼마 전 부분 개관을 한 가이젤 도서관도 구경했다. 도서관 안을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아직까진 1, 2층 일부 열람실만 개관한 상태라 썰렁했다. 다음 주에는 완전 개관을 하고 학생 뿐 아니라 일반인도 입장할 수 있다고 하니 이후에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걷는 캠퍼스가 반갑고 좋았다. 무리를 지어 밝은 얼굴로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보니 내 마음에도 활력이 도는 듯 했다. 

Geisel 도서관 2층 열람실

잔디밭에 그물 해먹도 있는 한가로운 캠퍼스

오후엔 아들의 스케이트 보드 수업을 위해 카멜 밸리 스케이트 파크에 다녀왔다. 지난 주에 갔던 린다 비스타 파크보단 슬로프 규모가 작았다. 이번 주엔 기온이 높고 햇살도 따가워 낮에 돌아다니기 부담스러운 날씨인데, 한 시간 수업을 끝낸 아들은 땀에 흠뻑 젖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혼자 연습할 때와 달리 기술을 배우는 게 재미있나 보다. 


9월 9일 목요일. 229일째 날. 저녁에 딸과 수영장에 있는데 번개가 여러 번 치더니 천둥과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갔던 기온이 9월 들어 다시 높아져 내륙 지역은 다시 폭염이라고 한다. 샌디에고는 그래봐야 큰 차이가 없지만. 산불, 태풍, 폭염으로 요즘은 기상 관련 뉴스도 더 많아졌는데, 오늘 서해안 쪽은 국지성 호우가 내린다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주먹만한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밤 늦게까지 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듣기 어려운 시원한 빗소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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