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화요일. 199일째 날. Nova에게 선물을 주었다. Nova는 NIH 펀드로 조성된 T32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이다. T32 프로그램 관련 연구팀이 주로 이용하는 연구실이 현재 내가 출근하는 곳이고, 그 역시 주로 이곳에서 일한다. 내 연구실 자리도 조정해주었고, 매주 있는 A 교수님 연구 미팅 알림도 Nova를 통해 받는다. 매주 화상 미팅을 통해 만나고 있긴 하지만, 연구실 출근 첫 날에 만나 열쇠를 받은 뒤 직접 얼굴을 본 건 오늘이 두 번째이다. 진즉 선물을 주려고 그동안 몇 차례 그의 사무실을 노크했지만 재택과 사무실 근무가 섞인 상태라 만나질 못했다. 오늘은 미리 약속을 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맞췄다. 서울의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가 있는 다이어리와 손부채를 선물했다. 한국을 떠날 때 준비해 온 기념품을 누군가에게 선물한 건 처음이다.(A 교수님께는 내가 쓴 책을 드렸었다.) 건물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아 애를 먹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다른 비어있는 방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새 방은 큰 창이 있어 햇볕이 많이 들어와 온도가 더 높았다. 창이 있는 것도, 출근할 때 겉옷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연수 기간이 절반을 넘기면서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다. 캘리포니아는 일차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이 분야에 관심도 많다고 알고 있다. 실제 현장의 진료를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처음 이곳에 올 때부터 외래 진료를 참관하길 희망했는데 판데믹으로 쉽지 않았다. UCSD와 연계된 외부 클리닉을 함께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A 교수님에게 외래 진료 참관이 가능할지를 다시 한 번 문의했고, 담당자에게 내용이 전달되었다. 답을 기다려 봐야겠다.
화요일 점심은 당분간 EIA practice 시간이다. 오늘이 Rob과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 주엔 멕시코에 교환 학생으로 머무는 딸을 데려다 주고 왔다고 한다. 그와의 대화에선 멕시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과나화토 Guanajuato 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서도 처음 알았다. 이곳에 있는 남은 기간 동안 멕시코에 가볼 수 있을까. 다음 주엔 멕시코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Rob이 보내준 Guanajuato의 사진 |
저녁엔 집에서 김밥을 싸먹었다. 여행을 할 때 음식다운 음식을 먹질 못한 아이들이 특히 즐거워했다. 식사 후 오랜만에 공원을 산책했다. 집 앞 공원은 언제 와도 좋지만, 여름이 되니 밤 산책이 더 즐겁다. 초승달이 뜬 하늘이 참 예뻤다.
공원에 뜬 초승달 |
8월 11일 수요일. 200일째 날. 출근하는 길에 아들이 새로 입학할 중학교에 들러 크롬북을 받았다. 이번 학기엔 모든 학생들에게 새 크롬북이 지급된다고 했다. 월요일이 새 학교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여행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 주 화요일 개학을 앞두고 아들이 중학교 시스템에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된다. 시간표는 8시20분 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빡빡하게 짜여졌다. 요일마다 다르지만 쉬는 시간은 기본 5분, 점심시간은 35분이니 지금까지보다 더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을 위해 개학 전날인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하니 아들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