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2일 목요일

연수일기 111. 선물, 중학교 크롬북

8월 10일 화요일. 199일째 날. Nova에게 선물을 주었다. Nova는 NIH 펀드로 조성된 T32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이다. T32 프로그램 관련 연구팀이 주로 이용하는 연구실이 현재 내가 출근하는 곳이고, 그 역시 주로 이곳에서 일한다. 내 연구실 자리도 조정해주었고, 매주 있는 A 교수님 연구 미팅 알림도 Nova를 통해 받는다. 매주 화상 미팅을 통해 만나고 있긴 하지만, 연구실 출근 첫 날에 만나 열쇠를 받은 뒤 직접 얼굴을 본 건 오늘이 두 번째이다. 진즉 선물을 주려고 그동안 몇 차례 그의 사무실을 노크했지만 재택과 사무실 근무가 섞인 상태라 만나질 못했다. 오늘은 미리 약속을 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맞췄다. 서울의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가 있는 다이어리와 손부채를 선물했다. 한국을 떠날 때 준비해 온 기념품을 누군가에게 선물한 건 처음이다.(A 교수님께는 내가 쓴 책을 드렸었다.) 건물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아 애를 먹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다른 비어있는 방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새 방은 큰 창이 있어 햇볕이 많이 들어와 온도가 더 높았다. 창이 있는 것도, 출근할 때 겉옷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연수 기간이 절반을 넘기면서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다. 캘리포니아는 일차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이 분야에 관심도 많다고 알고 있다. 실제 현장의 진료를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처음 이곳에 올 때부터 외래 진료를 참관하길 희망했는데 판데믹으로 쉽지 않았다. UCSD와 연계된 외부 클리닉을 함께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A 교수님에게 외래 진료 참관이 가능할지를 다시 한 번 문의했고, 담당자에게 내용이 전달되었다. 답을 기다려 봐야겠다.

화요일 점심은 당분간 EIA practice 시간이다. 오늘이 Rob과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 주엔 멕시코에 교환 학생으로 머무는 딸을 데려다 주고 왔다고 한다. 그와의 대화에선 멕시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과나화토 Guanajuato 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서도 처음 알았다. 이곳에 있는 남은 기간 동안 멕시코에 가볼 수 있을까. 다음 주엔 멕시코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Rob이 보내준 Guanajuato의 사진

저녁엔 집에서 김밥을 싸먹었다. 여행을 할 때 음식다운 음식을 먹질 못한 아이들이 특히 즐거워했다. 식사 후 오랜만에 공원을 산책했다. 집 앞 공원은 언제 와도 좋지만, 여름이 되니 밤 산책이 더 즐겁다. 초승달이 뜬 하늘이 참 예뻤다. 

공원에 뜬 초승달

8월 11일 수요일. 200일째 날. 출근하는 길에 아들이 새로 입학할 중학교에 들러 크롬북을 받았다. 이번 학기엔 모든 학생들에게 새 크롬북이 지급된다고 했다. 월요일이 새 학교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여행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 주 화요일 개학을 앞두고 아들이 중학교 시스템에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된다. 시간표는 8시20분 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빡빡하게 짜여졌다. 요일마다 다르지만 쉬는 시간은 기본 5분, 점심시간은 35분이니 지금까지보다 더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을 위해 개학 전날인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하니 아들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 

2021년 8월 10일 화요일

연수일기 110.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강가 피크닉, 다시 솔트레이크를 거쳐 집으로

8월 8일 일요일. 197일째 날. 체크아웃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할 장소로 차를 몰았다. 메디슨 캠프 그라운드 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Fountain paint pot을 지나 네즈페르세 강이 파이어홀 강에 합쳐지는 곳에 어제 보아둔 적당한 장소가 있다. 평원의 분위기를 느끼며 피크닉을 하기 좋은 곳이다. 빵과 과일, 치즈, 요플레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강물에 발도 담그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옐로스톤에서 떠날 시간이 되니 아쉬움이 컸다. 가이저로 대표되는 온천 지형으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 너른 평원과 강, 계곡과 폭포, 호수 등 다채로운 자연 풍경을 볼 수 있고 바이슨과 엘크 등 야생 동물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옐로스톤을 제일의 국립공원으로 꼽는 이유일 것 같다. 

여행을 즐겁게 해주었던 로컬 맥주 기념 사진

돌아오는 길에 아이다호 펄스 코스트코에 들러 주유를 하면서 익숙한 핫도그와 치킨베이크로 점심을 먹었다. 옐로스톤에서 먹은 어떤 식사보다 나았다. 솔트레이크까지 다시 다섯 시간 반이 걸렸다. 이 도시는 볼거리가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대표적인 관광지인 템플 스퀘어에 들러볼까 했는데 마침 공사 중이라 볼 수 없었다. 한국 식당 한 곳을 찾아 감자탕과 냉면, 짬뽕을 시켰다. 오랜만의 한식이라 잘 먹었지만 맛에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려웠다. 

오늘은 360마일을 운전했다. 숙소는 공항 옆에 있는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이다. 호텔은 평범했지만 오랜만에 깔끔한 호텔에 몸을 누이니 여행으로 쌓인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8월 9일 월요일. 198일째 날. 솔트레이크 공항에 렌트카를 반납하고 체크인을 했다. 탑승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공항의 Market street grill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믈렛 등 일반적인 아침 식사 메뉴의 맛이 예상 외로 훌륭했다. 이곳은 씨푸드 레스토랑인데, 메인 디쉬보다 아침 식사가 더 나아 보였다. 

돌아오는 비행기의 출발이 지연되어 1시간 20분을 더 기다렸다. 지연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더 지루한 시간이었다. LA에 도착하면 란초 팔로스 베르드 근처로 가 식사를 하려고 했었는데 도착 시간이 오후 세시가 넘어 계획을 바꿨다. 교통 정체가 있는 LA 안에서 다른 곳에 들르긴 힘들 것 같아 집으로 가는 길에 어바인에 들러 저녁을 먹기로 했다. 호텔 셔틀을 타고 주차를 했던 힐튼 호텔로 이동했다. 일주일 동안 비워두었던 우리 차에 타니 벌써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대형 세단을 렌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과 운전의 편의성은 미니밴이 훨씬 낫다. 차를 오래 탔을 때 피로감도 훨씬 덜하다. 이곳에서 왜 미니밴의 인기가 많은지 다시 한 번 알 것 같았다.

이른 저녁은 어바인의 솥뚜껑 삼겹살 집에서. 한국인이 많다는 어바인은 한국 식당이 모인 몰의 생김새도 샌디에고보다 세련되었다. 샌디에고의 콘보이에도 한국식 고깃집이 있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인데, 이곳은 한국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덕분에 여행 동안의 외식 빈곤을 한방에 해결. 미국에 온 이래 이렇게 배가 터지도록 먹은 건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에선 1250마일을 운전했다. 그랜드 써클 2천마일, 요세미티와 1번 도로 1500마일 로드 트립을 하고 나니 웬만한 여행은 할 만하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2021년 8월 8일 일요일

연수일기 109.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노리스 가이저,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 그랜드 가이저

8월 7일 토요일. 196일째 날. 일찍 일어난 아내가 랏지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사왔다. 지금까지 먹어본 에그 스크램블 중에서 최악이었다. 이틀 전 잭슨 레이크 랏지 레스토랑의 아침 식사가 그리워졌다. 나중에 실내에서 식사가 가능하게 되면 좀 나으려나. 

오늘 첫 목적지인 노리스 가이저 Norris Geyser로 가는 길에 Gibbon falls을 들렀다. 어제 보았던 캐년의 폭포에 비하면 아주 작은 크기이다. 노리스 가이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벌써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주차장이 작아 도로 갓길에 overflow parking을 하는 차들도 많다. 그래도 아침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전국구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에선 미국 전역에서 온 차들을 볼 수 있다. 요세미티에선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단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각양각색의 번호판을 보면 옐로스톤이 미국인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는 국립공원인지 느끼게 된다. 로드트립을 할 때면 종종 아이들과 다른 주에서 온 자동차 번호판을 찾는 놀이를 한다. 옐로스톤엔 워낙 다양한 번호판이 많아 이번엔 가장 멀리서 온 차를 찾았는데 이곳 주차장에서 메인, 알라스카, 하와이 주의 번호판을 찾았다.  

노리스 가이저는 Back basin과 Porcelain basin의 두 지역으로 나뉜다. 역시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모양의 가이저를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지 않고 데크 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어 즐겁게 걸었다. Steamboat란 이름이 붙은 가이저는 90미터가 넘는 높이로 분출한다고 한다.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의 두세 배 높이이다. 한번 분출하면 24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하는데, 분출 간격은 4일에서 50년까지도 된다고 한다. Minute 가이저는 이전엔 1분에 한 번씩 분출을 했지만 사람들이 던진 돌이 입구를 막아 지금은 훨씬 더 낮은 높이로 불규칙하게 분출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옐로스톤의 가이저에 돌이나 동전을 던지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호젓한 데크 길

이곳에서부터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까지 가는 길은 주변 경치가 좋다. 평원을 굽이굽이 흐르는 강이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중간중간 피크닉 에어리어도 있어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다. 191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파이어홀 캐년 로드로 빠지면 파이어홀 강변을 따라 달리다 중간에 파이어홀 폭포도 볼 수 있다.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다리를 통해 파이어홀 강을 건넌다. 둥글게 이어진 데크 길 주변에 네 개의 가이저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유명한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이다. 다른 가이저에 비해 커서 데크에서는 가이저 전체를 보기 어렵다. 이곳 가이저들은 물 색깔이 유독 푸른빛을 띠었다.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을 내려다보려면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와 Fairy falls 트레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레일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서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오버룩에서 내려다본 가이저의 모습은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붉은 용암이 흐르는 화산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타오르는 태양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버룩에서 본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

숙소로 돌아와 이른 저녁을 먹고 올드 페이스풀 지역을 산책했다. 강을 따라 걸으며 수십 개의 가이저를 볼 수 있다. 마침 그랜드 가이저의 분출 시간이 가까워 가이저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예상 시간은 8시 15분이었는데 1시간 빨리 또는 늦게 분출할 수 있어 여유를 두고 기다려야 한다. 7시 30분쯤 가이저 앞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분출을 예측할 수 있는 가이저 중에선 가장 높게 분출하는 가이저이다. 예상 시간을 5분 정도 지나 분출이 시작되었다. 50미터가 넘는 높이의 물기둥이 치솟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올드 페이스풀 저녁 산책

저녁 시간에 여유롭게 산책을 하며 가이저 분출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옐로스톤 여행을 할 때는 하루이틀 정도는 올드 페이스풀 지역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원하는 날짜에 예약을 할 수 있을지가 문제지만. 

2021년 8월 7일 토요일

연수일기 108.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맘모스 스프링스, 그랜드 캐년, 올드 페이스풀

8월 6일 금요일. 195일째 날. 숙소를 나와 가디너 내의 마트에서 간식 거리를 사고 근처 커피샾에서 카페인을 보충했다. 옐로스톤 북쪽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루즈벨트 아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아치의 초석을 놓아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가디너와 북쪽 게이트는 몬태나 주에 속하며, 게이트를 지나 5분만 가면 다시 와이오밍 주이다.

오늘 처음 들를 곳은 맘모스 스프링스 Mammoth Hot Springs이다. 뿜어져 나온 온천수가 흐르면서 물에 포함된 석회질이 굳어 계단식 테라스 모양이 만들어진 곳이다. 아래쪽의 테라스를 빙 둘러 보았다. Devils thumb, Pallete springs, Minerva terrace 등 멋진 이름이 붙은 지형이다. 예전에는 많은 온천수가 흘렀지만 지금은 물이 말라 계단을 따라 넘쳐흐르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메인 테라스의 Mound spring에선 비교적 많은 온천수가 김을 내며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은 옐로스톤의 온천 지역 중에선 가장 평범하게 느껴졌다. 터키의 파묵칼레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그만큼은 아닌 것 같다. 어제 웨스트 썸을 보지 않고 만약 북쪽 게이트로 들어와 처음 이곳을 봤다면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Mound Spring

남쪽으로 내려오며 Sheepeater cliff와 Roaring mountain을 들렀다. Sheepeater cliff란 이름만 듣고 어떤 곳일지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바위 기둥으로 이루어진 절벽이었다. 50만년 전의 현무암으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절벽이라는 안내판이 없었다면 누군가 일부러 원통 모양 바위들을 층층이 쌓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고 어른들은 아래에서 피크닉 준비를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즐거워 보였다. 절벽 가까이 강이 흘러 강물에 손발을 담글 수도 있었다. Roaring mountain에선 산등성이 곳곳에 포탄을 맞은 것처럼 증기가 분출하는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증기가 뿜어져 나올 때는 으르렁거리는 것과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Sheepeater Cliff

공원 동쪽의 Canyon village에 도착해 점심을 샀다. 캐년 지역으로 들어가기 전, Wapiti lake 피크닉 에어리어에서 점심을 먹었다. 미국의 국립 공원엔 곳곳에 쉬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피크닉 장소가 있어 좋다. 옐로스톤은 공원 내에 적당한 식당이 없고 랏지의 식당 음식들도 변변치 않아 빌리지의 스토어에서 간단히 먹을 음식들을 구입해 피크닉 장소에서 먹는 것이 나았다. 

Upper falls view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Upper fall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폭포 규모가 컸다. 계단을 내려가 Lower fall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Uncle Tom's trail은 닫힌 상태였다. 사우스 림 트레일을 따라 Artist point 까지 갈 수 있지만,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를 타고 좀더 가까이 가기로 했다. 5분 정도만 가면 Artist point 주차장에 도착한다. 전망대에 올라 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고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Lower fall과 아래 계곡이 한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Artist point에 대한 정보나 사진을 미리 보지 않길 잘한 것 같다. 요세미티에도 같은 이름의 장소가 있다. 화가의 그림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에 비슷한 이름을 붙이겠지만, 이런 이름이 붙은 장소 중에 스케일에선 단연 압도적이지 않을까. 

Artist Point

오늘 숙소인 올드페이스풀 스노우 랏지에서 체크인을 했다. 연박이 가능했던 날짜로 어렵게 1 킹베드룸과 2 퀸베드룸을 각각 일박씩 예약했는데, 킹베드룸의 경우 4인 가족이 자긴 어렵다고 한다. 예약 시에 인원 조건을 걸고 검색이 되는 방을 선택했기에 익스트라 베드라도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다행히 프론트에서 2 퀸베드룸 이틀로 변경해주었다. 4인 가족에겐 퀸베드룸이 적당하고 가격도 더 싸다. 

프론트에 올드 페이스풀 지역 가이저의 예상 분출 시간이 적혀 있었다. 마침 랏지 앞의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가 분출할 시간이 되어 가이저 앞으로 나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가이저 중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는 비교적 자주, 그리고 예측 가능한 시간에 분출한다. 그래서인지 분출 시간이 되면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다. 1-2시간 마다 30-50미터 정도 높이의 물줄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예측 시간인 5시 50분이 오분 정도 지나자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연이어 탄성을 질렀다.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 분출 모습

이곳에는 올드 페이스풀 랏지, 올드 페이스풀 인, 올드 페이스풀 스노우 랏지, 이렇게 세 개의 큰 숙소가 있다. 스노우 랏지가 가장 최근에 지어졌는데 그래봐야 1999년으로 이십 년이 넘었다. 룸 내부의 가구와 집기 상태는 양호했다. 하지만 청소 상태가...... 낡은 카페트에서 날리는 먼지도 많았다. 각 숙소마다 다른 식당이 있는데 현재는 대부분 내부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가장 괜찮아보이는 랏지의 카페테리아에서 저녁을 사왔다. 이곳의 바베큐 메뉴가 그나마 가장 나아 보였는데,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다 떨어졌고 닭고기만 살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할 때 밖에서 립을 굽는 모습을 보았던 아이들은 급 실망. 옐로스톤 안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 듯 하다. 

2021년 8월 6일 금요일

연수일기 107.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잭슨 레이크, 웨스트썸

8월 5일 목요일. 194일째 날. 아침 식사를 위해 잭슨 레이크 랏지 레스토랑인 Mural 룸을 며칠 전에 미리 예약해 두었다. 2층 홀에서 보는 아침 풍경은 어제와 다른 느낌이었다. 아침 식사는 호텔식 뷔페였는데, 덕분에 익숙하고 편안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산책을 할 겸 랏지 옆의 언덕으로 오르는 짧은 트레일을 걸었다. 언덕 위에서 보이는 그랑테턴 산맥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지금까지 경험한 국립공원 안팎의 몇몇 숙소 중 잭슨 레이크 랏지가 단연 가장 좋았다. 체크아웃을 하면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언젠가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잭슨 레이크 랏지의 홀에서 보이는 풍경

아침 산책 중에 본 그랑테턴

숙소를 나와 콜터 베이 Colter Bay 빌리지로 향했다. 이곳에선 보트를 렌트해 탈 수 있다. 가능하다면 모터 보트를 타려 했는데 호수 수위가 너무 낮아 현재는 카약이나 카누만 가능하다고 했다. 수위가 낮아서인지 베이 기슭 주변엔 조류가 많고 물비린내도 났다. 멀리 나가면 물이야 맑겠지만, 카약과 카누는 세콰이어 캠프에서 원없이 탔던지라 보트는 타지 않고 대신 호수 주변을 걷기로 했다. 잭슨 레이크 주변으로 트레일 코스가 많은데, 그중 짧게 다녀올 수 있는 레이크 쇼어 트레일을 선택했다. 길 양쪽으로 높은 나무들이 병풍처럼 줄지어 섰고, 나무 사이로 호수가 보이는 예쁜 길이었다. 

레이크 쇼어 트레일

빌리지로 돌아와 제너럴 스토어에서 점심 거리를 사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빵과 치킨, 요플레, 과일 등으로 배를 채웠다. 식사가 끝날 무렵 후드득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얼른 자리를 걷고 차에 올랐다. 무지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하늘이 잔뜩 흐려 어려울 것 같았다.

옐로스톤 사우스 게이트를 통과해 그랜트 빌리지의 비지터 센터에 차를 세웠다. 이곳 비지터 센터는 문을 닫았고 국립공원 스탬프도 없었다. 주유만 하고 옐로스톤의 첫 목적지인 웨스트 썸 West Thumb으로 이동했다. 기름 가격이 공원 밖보다 더 쌌다. 캘리포니아에 비해 와이오밍의 기름 값이 워낙 싸긴 했지만, 웨스트 옐로스톤이나 잭슨 등 공원 근처 도시는 상대적으로 기름 값이 높았다. 옐로스톤에 올 때는 굳이 주변 도시에서 주유를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옐로스톤은 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면적은 충청남도 보다 약간 크고 서울과 비교하면 열네 배가 넘는 엄청난 크기이다. 대부분은 와이오밍 주에 있지만, 몬타나와 아이다호 주에도 조금씩 걸치고 있어 옐로스톤을 둘러보다 보면 세 개의 주를 넘나들게 된다.  

웨스트 썸 가이저 베이슨은 옐로스톤 호수와 인접한 온천 지대로, 작은 가이저 여러 개가 모여있다. 옐로스톤에는 이런 온천 지대가 군데군데 있고, 각각의 지대를 옮겨다니며 구경하게 된다. 대부분 가이저 사이로 나무 데크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웨스트 썸은 옐로스톤 호수를 함께 볼 수 있어 예쁘기도 하고 조금은 독특한 느낌도 준다. 이런 지형을 처음 본 아이들이 신기해 했다. 데크를 걷다가 사슴 두 마리를 만나기도 했다.

블랙 풀

다시 차를 타고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Mud Volcano를 만난다. 이곳은 진흙물 가이저가 많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부글부글 끓는 진흙 연못을 볼 수 있다. Dragon's mouth spring이란 동굴에선 동굴 깊숙한 곳 온천에서 뿜어져나오는 가스가 용 울음과 같은 소리를 낸다.  

Dragon's mouth spring

북쪽으로 좀더 가면 Hayden valley 헤이든 밸리이다. 길 양쪽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초록 평원을 유유히 흐르는 옐로스톤 강을 볼 수 있다. 바이슨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니나다를까 평원 곳곳에 무리를 지어 풀을 뜯는 커다란 소들이 보였다. 소떼에 막혀 정체가 생겨 30분 정도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기도 했다. 도심 한가운데라면 지루할 따름이었겠지만, 차 바로 옆을 지나가는 바이슨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안녕, 바이슨!

맘모스 핫 스프링스 지역을 지나며 법원 앞 잔디밭에서 놀고있는 엘크 두 마리를 만났다. 내일 아침에 다시 이곳에 올 것이다. 북쪽 게이트를 통해 공원 밖으로 나왔다. 오늘 숙소는 가디너에 있다. 오늘은 120마일을 운전했다. 옐로스톤 북쪽 게이트 앞엔 가디너, 서쪽 게이트 앞엔 웨스트 옐로스톤이 있고, 남쪽으론 그랑테턴을 지나 잭슨이 있다. 모두가 옐로스톤 관광의 거점 도시이다. 직접 와 보니, 만약 옐로스톤을 다시 온다면 솔트레이크가 아닌 잭슨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 8월 5일 목요일

연수일기 106.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제니 레이크, 잭슨 레이크 랏지

8월 4일 수요일. 193일째 날. 숙소 근처의 Butter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그랑테턴 국립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Craig Thomas Discovery and Visitor Center에서 국립공원 스탬프를 찍고 마그넷을 샀다. 숲에 둘러싸인 비지터 센터 건물이 아름다웠다. 

근처의 Chapel of the Transfiguration에 들렀다. 1925년에 지어진 이 교회는 예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규모로, 지금도 여름 동안 일요일마다 예배를 연다.  가끔은 특별한 결혼식을 하는 장소로도 쓰인다고 한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제단 뒷편의 창에 마치 액자 속 그림처럼 그랑테턴 산맥이 담긴다. 

Chapel of the Transfiguration

다음 목적지는 Jenny lake이다. 호수 주변을 도는 트레일 코스가 있지만 주차장 근처만 짧게 걸었다. 호수 건너편으로 가는 보트도 운행했지만 우린 타진 않았다. 물이 정말 맑았다. 이후 옐로스톤에서 여러 호수를 보았지만, 가장 아름다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에게 최고는 역시 요세미티의 테나야 호수) 기슭은 잔 돌이 깔린 바닥이 부드러워 앉거나 누워 쉬기도 좋았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물이 찬 편이라 오래 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Jenny Lake

물놀이를 하기 위해 좀더 윗쪽에 있는 String lake에 갔는데 주차장이 만차여서 Snake River Overlook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곳에 가려면 국립공원 입구로 다시 나와야 한다. 1942년에 사진가 Ansel Adams가 찍은 사진으로 유명한 지점이다.(이 사진가의 박물관이 요세미티에 있었다.) 사진에선 그랑테턴 산맥 아래로 굽이굽이 흐르는 스네이크 강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은 나무들이 강을 가려 사진과 같은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이곳을 지나는 길이 아니라면 굳이 시간을 내어 들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String lake로 다시 돌아와 물가에 자리를 잡았다. Jenny lake보다 작은, 호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호수이다. 카약을 가져와 타는 사람들이 많았고, 물이 덜 차가워서인지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수영복을 갈아입은 아이들은 금새 물에 뛰어들었다. 나도 함께 한 시간쯤 물놀이를 했다. 종이컵으로 작은 피라미도 잡으며 놀았다. 한국에는 수영을 할 수 있는 호수가 거의 없지만 이곳에선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놀이 후 물고기 잡기

숙소에 가는 길에 Signal Mountain에 올랐다. 테턴 파크 로드를 따라가다 우측으로 난 샛길로 4마일 정도 다시 올라가면 꼭대기까지 올라 스네이크 강과 너른 평원을 조망할 수 있다. 오늘은 105마일을 운전했다. 숙소인 Jackson lake lodge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바에 나와 산맥 너머로 저물어가는 저녁 해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레스토랑, 바, 기프트샵이 있는 랏지 2층의 홀은 전면이 창이고, 이를 통해 평원 너머 멀리 그랑테턴 산맥을 볼 수 있다. 홀과 연결된 뒤뜰의 야외 좌석과 잔디밭에서도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Blue Heron이란 이름의 바는 국립공원 랏지 안의 공간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한 분위기의 멋진 곳이었다. Blue heron(왜가리)은 인디언에게 인내와 행운, 그리고 스스로의 삶이 번영할 것에 대한 믿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여행객들은 칵테일과 맥주잔을 들고 혼자, 또는 삼삼오오 모여 노을진 하늘과 그림같은 풍경을 늦도록 바라보았다. 다들 방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보였는데 내 마음 때문에 더 그리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맥주 향에 취했을까 풍경에 취했을까

2021년 8월 3일 화요일

연수일기 105.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솔트레이크, 빅터

8월 3일 화요일. 192일째 날. 해가 뜨기 전 5시에 LA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솔트레이크행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편 출발이 50분 지연되어 그나마 1시간 늦게 출발할 수 있었다. LA 공항 장기 주차장 Lot E는 하루 12불로 저렴하지만 현재 운영을 하지 않는다. 인근의 사설 주차장 중 그래도 믿을만한 곳으로 추천되는 곳이 힐튼 호텔 주차장이다. 미리 주차권을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힐튼 아너스 회원은 약간의 할인도 된다. 호텔에 주차를 하고 1층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공항을 왕복하는 셔틀을 탔다.

7시 30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단말기를 통한 셀프 수속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국 대부분의 국내 항공편에서 무료로 소지할 수 있는 수화물은 승객 1인당 기내용 캐리어, 백팩 정도의 짐 각각 1개 씩이다. 큰 캐리어 이상의 짐은 유료이고 갯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우리는 1개의 캐리어를 30불에 부쳤다. 공항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수속을 기다렸다. 6개월 만에 다시 온 LA 공항은 마스크를 쓴 사람도,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은 벤치도, 유증상자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 방송도 모든게 다시 그대로다. 여행객들로 가득 찬 대합실만 빼고.

두 달 만에 공항

유타는 캘리포니아보다 1시간이 빠르다. 오후 1시에 솔트레이크 공항에 도착했다. LA 공항보다 전체 규모는 작겠지만 터미널 내부는 더 쾌적하고 깔끔했다. 그런데 짐을 찾는 곳까지의 동선이 너무 길었다. 짐을 찾고 렌트카 데스크까지 가는데 30분이 걸렸다. 허츠 렌트카 데스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렌트카를 받는데 또 1시간이 걸렸다. 막상 차를 받고 보니 예약한 등급과 다른 소형 차량을 배정해주어서 다른 차를 받는 데 30분이 더 걸렸다. 

이번 여행을 위한 렌트카는 두 달 전에 일찌감치 예약했다. 여름 시즌에 렌트카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건 알았지만 중형 세단 엿새를 렌트하는 데 1100불이 나올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렌트카 회사 가격이 비슷했고, 그래도 비교 범위 안에선 가장 나은 조건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3주 전, 그동안 여행 준비를 할 때 종종 이용했던 네이버 카페에서 프로모션을 하는 허츠 렌트카 가격을 확인해보니 모든 차종이 미리 알아봤던 가격보다 조금씩 더 저렴했다.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대형 세단은 400불 초반으로 오히려 소형 차종보다 훨씬 저렴한 조건이었다. 놀라운 건 풀커버 보험을 포함한 가격이란 것. 기존 렌트카 취소 수수료 50불을 포함해도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었기에 바로 예약을 변경했었다. 본래 예약한 가격으로 차량을 받는 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짜증 꽤나 났을 것이다. 

공항을 빠져나온 건 오후 3시가 넘어서였다. 다운타운에서 간단히 식사와 커피를 해결하고 마트에 들러 여행 중에 먹을거리를 산 다음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 묵을 곳은 빅터 Victor의 에어비앤비이다. 중간에 주유를 하고 밤 10시가 다 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총 400마일을 운전했다. 그랑테턴 산맥 서쪽에 위치한 빅터는 정말 작은 도시였고, 코인 빨래방 2층에 있는 숙소는 작은 규모였지만 무척 깔끔하고 집기들도 잘 세팅되어 있었다. 늦게 도착하는 우리를 위해 호스트가 소파 베드와 침구를 미리 준비해주었다. 냉장고엔 음료수와 요플레, 맥주 등이, 냉동실엔 데워서 먹을 수 있는 퀴치도 있었다. 호스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연수일기 104. 여행 떠나기 전 주말

7월 31일 토요일. 189일째 날. 미라 메사의 Karl Strauss 브루어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작은 인공 연못 옆에 야외 좌석이 있어 분위기가 괜찮았다. Stone, Ballast point, Coronado brewing 등 여러 곳을 가봤지만 다 특색이 있었다. 맥주도 좋지만 음식들도 웬만한 레스토랑 못지 않고,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맥주와 곁들여 식사를 하기에도 적당하다. Karl Strauss 브루어리는 1989년에 브루잉펍을 오픈했는데, 이것이 샌디에고에서는 지금과 같은 브루잉펍의 시초였다고 한다. 언젠가 샌디에고의 브루어리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보려 한다. 

노드스트롬에서 아들 티셔츠 몇 벌을 샀다. 여기 와서도 키가 많이 커서 한국에서 입던 옷이 금새 작아졌다. 이제 중학교에 갈 거라 입을만한 옷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연못 위에서 마시는 크래프트 맥주

8월 1일 일요일. 190일째 날. 후배인 H 선생님 가족을 만났다. 이제 언제 만나도 반갑고 편한 가족이다. 아파트 풀 사이드에서 치킨과 피자를 함께 먹었다. 치킨은 시온 마켓에서 샀다고 하는데 치킨 양념이 좀 세긴 했지만 한국식 양념 치킨은 오랜만이라 맛있게 먹었다. 얼마 전에 옐로스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도 들었다. 비가 와서 흠뻑 젖은 채 돌아다녀야 했지만 비가 갠 뒤 무지개를 여러 개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다음 주 화요일에 우리도 그랑티턴과 옐로스톤 여행을 갈 예정이라 도움이 될 것 같다. 


8월 2일 월요일. 191일째 날. 아침에 BOA에 들렀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secured 신용카드를 일반 신용카드로 바꾸기 위해서다. 카드 발급 후 6개월쯤 지나 신청하면 승인이 잘 된다고 해서 오늘로 약속을 잡았었다. 늘 만나는 한국인 직원 분이 본사의 카드 담당자와 전화 연결을 해주었다. 지난 번 카드 한도를 늘릴 때와 같이 이번에도 본인이 직접 연 소득, 직장, 근무 형태, 집 계약 관련 사항 등의 사항에 답해야 한다.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승인이 되었고, 오후에 디파짓 3천불이 계좌로 입금되었다. 

아내가 일전에 새로 발급받은 카드에 대해 매달 minimum payment를 이체해야 하는 걸 몰라 연체료가 나왔는데, 그에 대해서도 직원 분이 카드 담당자에게 잘 설명해주어 부과된 연체료를 취소시킬 수 있었다. 은행 관련 업무는 의사소통이 잘 되는 한국인 직원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역시 제일이다. 미국에서 살며 종종 느끼는 또 한 가지는 이 나라는 모든 일에 협상이 필요하고, 협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파이브빌로우에서 옐로스톤 여행에서 쓸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샀다. 내일 새벽에 LA 공항으로 떠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아이들과 고단한 아침이 되겠지만 이번 여행도 기대가 된다. 밤엔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했다. 한 달 만에 다시 여행을 간다니 부모님은 또 건강에 문제는 없을지 사고는 없을지 걱정을 하신다. 아버지는 '우리가 못해본 것들 다 해보고 와라.' 하시는데 마음이 좀 짠했다. 한국 나이로 내년이면 팔순이 되시는데, 계속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1년 7월 31일 토요일

연수일기 103. 연구 모임 발표

7월 28일 수요일. 186일째 날. 시온 마켓에 들러 장을 봤다. 오전 일찍 가면 종종 괜찮은 채소나 과일을 무척 싸게 살 수 있다. 오늘도 채소와 과일, 그리고 다음 주 여행에 가져갈 즉석 식품들을 샀다. H 마트에 비해 전반적으로 상품 관리가 잘 안되는 느낌을 받는데, 오늘도 유통기한이 한달 지난 단무지를 발견했다. 

델 마르 Philz coffee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주문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체인으로 마크 주커버그가 좋아하는 커피로 유명하다. 샌디에고에도 세 개의 지점이 있다. 시그니처라는 민트 모히또는 나름 독특하고 향이 괜찮았지만, 라떼는 평범했다. 


7월 29일 목요일. 187일째 날. 딸아이 캠프에 아이스크림 트럭이 오는 날이라고 해 돈을 챙겨줬다. 

사람이 많은 공원이나 유원지에서 종종 아이스크림 트럭을 만나는데, 멀리 있거나 트럭이 보이지 않아도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트럭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기 때문인데, 모든 트럭이 비슷한 음악이다. 일종의 약속과 같은 건지. 뮤직박스의 스피커 버전쯤 되는 이 음악은 곡조가 다르더라도 금새 알아볼 수 있다. 가끔은 집에 있을 때도 들리는데, 현관 앞 도로로 나가보면 여지없이 그 트럭을 만나게 된다.

집에 데려오며 들으니 4불을 주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고 한다. 입이 짧아 아이스크림도 바닐라만 먹는 아이인데, 캠프에서 먹는 건 바닐라가 아니어도 괜찮았나 보다. 


7월 30일 금요일. 188일째 날.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더니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아프다고 하는 부위를 만지니 압통이 있었다. 지난 며칠 간 농구 캠프에서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 보니 무리가 갔나 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이번 주처럼 땀에 젖도록 점프를 반복해 한 건 처음이었을 테니까. 캠프 마지막 날이었지만 그냥 집에서 쉬도록 했다. 

오늘 온라인 미팅에선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일차 분석이 마무리 되었고, 이 결과를 잘 다듬어 논문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연구에 대한 것 외에 지난 몇 개월 간의 생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바다 건너에서 온 동양인이 짧은 기간 동안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을지 모르겠다. 발표가 끝나고 A 교수님이 미국에 가볼만 한 곳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는데, 너무 놀러다닌 이야기만 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중간에 한국에 대해 떠오르는 것 한 가지씩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식상한 질문이지만. 코리안 바베큐와 김치가 각각 한 명씩, 현대/기아와 삼성이각각 두 명씩이었다.(아직도 한국은 삼성과 김치의 나라…) 다저스의 팬인 심장내과 펠로우는 박찬호를 외쳤다. 테크놀러지라는 답도 있었다. A 교수님은 예전 한국에서 본 바위가 많은 산들에 대한 기억을, 나이가 가장 많은 C 교수님은 한국전쟁을 이야기했다. (BTS는 한 명도 없었다.)

저녁엔 미션베이 공원에 나갔다. 그동안 다운타운을 잇는 도로 옆의 공원은 여러 차례 보았지만 베이 중앙에 있는 베케이션 섬에 간 건 처음이었다. 델 마르 쪽 해변에 비해 그룹 모임과 파티가 많았고, 곳곳에 모닥불이 있었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하늘 빛과 노을은 한결같이 예뻤다.  

베케이션 섬의 저녁


2021년 7월 28일 수요일

연수일기 102. English-in-Action (EIA) 프로그램

7월 27일 화요일. 185일째 날. 지난 주부터 화요일 점심 시간에 EI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EIA는 UCSD에서 제공하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영어가 익숙치 않은 구성원에게 원어민과 정기적으로 대화할 기회를 준다. 첫 비용 80불을 내면 1년간 참여할 수 있다. (아래 링크 참고)

https://ispo.ucsd.edu/programs-workshops/programs-events/english-in-action.html#Do-you-want-to-work-with-a-conv

내게 매칭된 분을 지난 주에 이어 오늘 다시 만났다. Rob은 은퇴한 마취과 전문의로, UCSD 근처에 살고 있다. 장소는 UTC 몰이었다. 지난 주엔 한 시간을, 오늘은 한 시간 반을 대화했다. 그가 오늘 약속을 잊어 조금 늦었는데, 그래서 더 긴 시간을 머물러 준 것 같다. 

Rob은 백인이지만 중국인 step mom과 중국인 step daughter가 있다고 한다. 지나가는 이야기만 듣고선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겠다. 아주 오래 전에 한국인 여자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도 많은 것 같았다. 리스닝에 애를 먹는 나를 위해 항상 말을 또박또박 천천히 해주어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visiting scholar의 배우자도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아내도 신청한 상태이다. 외국에서 온 연구자나 학생에게 이런 프로그램은 꼭 필요하고, 실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 오기 전 한동안 캐나다 강사와 일대일 수업을 했었는데, 1시간에 비용이 6만원이었다. 그때의 2주 치 수업 비용으로 지금은 1년을 하는 셈이다. 1년 기간이지만 6개월 뒤 한국으로 돌아가면 수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귀국한 뒤에도 원격으로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