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월요일. 177일째 날. 이번 주엔 아이들 둘 다 YMCA 캠프에 간다. 샌디에고 근처의 YMCA 캠프는 세 곳이 있는데, 두 곳은 Julian 근처로 꽤 멀리 있고 나머지 한 곳은 임페리얼 비치 Imperial Beach에 있다. 임페리얼 비치도 카멜 밸리에선 35마일, 40분이 걸리므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YMCA에서 운영을 하는 캠프라 오랫동안 검증이 되었고 시스템도 괜찮을 것 같아 (거기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 선택한 캠프인데, 아침 일찍 애들을 깨워 일곱시 반에 출발해 먼 거리를 운전할 생각을 하니 좀더 가까운 캠프에 등록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곳 캠프는 Camp Surf란 이름으로 불린다. 위치가 바닷가라 물에서 하는 활동이 많고 이 비치가 워낙 써핑으로 유명하다 보니 이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캠프 활동도 매일 반나절은 써핑을 포함한 워터 스포츠가 포함되어 있다. 직접 가서 보니 캠프장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해변과 접한 넓찍한 부지에 여러 채의 랏지와 액티비티를 위한 공간이 배치되어 있었다. 데이 캠프 뿐 아니라 숙박을 할 수 있는 캠프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시설을 보니 기회가 된다면 이런 캠프에 참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에 따라 네 개의 반으로 나뉜다. 오전, 오후 중 하나는 써핑을 하고, 나머지는 크래프트, 클라이밍, 필드 게임, 활쏘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계가 잘 잡혀이고 강사들도 수가 많고 경험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점심과 간식을 준비하도록 안내 받았지만, 간단한 점심과 스낵이 나오기도 해서 입이 짧은 아이가 아니면 음식을 많이 준비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아들은 첫날 점심으로 나온 브리또와 간식을 잘 먹었다.
Camp Surf 입구 |
오늘은 캠프 프로그램이 끝나는 오후 세시 반까지 샌디에고 베이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각자의 반에 맡기고 일단 가까운 Trident coffee 에서 커피를 마셨다. 코로나도와 임페리얼 비치에 각각 지점이 있는데 콜드브루 커피 맛이 훌륭한 곳이다. 임페리얼 비치 지점은 샌디에고 베이 야생동물 보호 지역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강을 따라 코로나도까지 이어진 바이크 웨이도 이곳을 지나는지라 자전거를 타다 들러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샌디에고 만의 부두 쪽으로 차를 몰았다. Victory Kiss, Midway Museum, Maritime Museum을 지나쳐 Waterfront park까지 천천히 걸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샌디에고에 여행을 왔다면 진즉 왔을 곳인데 어쩌다 보니 여섯 달이 되어가는 지금에야 오게 되었다. 오늘은 겉에서만 보았지만, 두 뮤지엄은 나중에 아이들과 관람을 해도 좋을 것 같다.
Victory Kiss |
점심을 먹기 위해 코로나도 다리를 건너 Coronado brew pub에 들렀다. 코로나도 브루어리는 미션 베이, 코로나도 섬, 임페리얼 비치, 이렇게 세 곳에 지점이 있다. 1996년에 이곳 작은 브루 펍으로 시작해 지금은 미국 전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한 맥주이다. IPA와 hazy IPA 두 잔을 시켰다. 맛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펍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Centennial park에 서니 건너편 샌디에고 만의 요트 항구와 컨벤션 센터, 고층 호텔들이 이어진 스카이 라인이 보인다. 오른쪽 코로나도행 페리가 정박하는 피어 아래 작은 모래사장에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Coronado brew pub |
캠프가 끝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Imperial beach library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곳 도서관도 앤시니터스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샌디에고 카운티 도서관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도서관 내부 생김새가 비슷하고 도서관 밖에 중고 서점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앤시니터스 도서관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과 공간이 전체의 절반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아이들과 오기에 좋아 보였다.
Imperial beach library |
캠프 첫날을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했는데 둘 다 재미있었다고 한다. 지난 주에 써핑을 하는 오빠를 보고 딸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이번 캠프에서 배울 수 있어 더 즐거운가 보다.
7월 20일 화요일. 178일째 날.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다 주고 연구실에 갔다가 캠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임페리얼 비치에 가 아이들을 태우고 집에 돌아왔다. 집 - 임페리얼 비치 - 라호야 - 임페리얼 비치 - 집까지 자그마치 120마일의 거리이다. 따져보니 서울 - 천안을 왕복한 셈이었다. 오늘도 아이들은 즐거운 하루를 보냈고, 이곳 캠프는 모든 것이 좋다. 집에서 지나치게 거리가 멀다는 것만 빼면.
점심 시간엔 이번 주부터 새로 시작한 English in Action (EIA)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UCSD에서 제공하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으로, 매주 한 번씩 1:1 영어 대화를 할 수 있다. 내게 매칭된 대화 상대는 은퇴한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었다. 당분간 화요일마다 만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