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0일 금요일

항생제 내성에 대해

신종 감염병의 연이은 유행으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의 신종 감염병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 대부분이라, 세균을 치료하는 항생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지만 감염병의 치료와 예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생제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항생제의 개발은 현대 의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1940년대에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를 이용한 페니실린을 개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언젠가 감염병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기도 했다. 하지만 세균은 내성을 통해 항생제에 대응하는 법을 빠르게 터득했다. 이후의 감염병 치료 역사는 항생제 내성 세균과의 싸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기존 항생제 내성균을 퇴치하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면 수 년 내에 새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출현한다.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속도에 비해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보건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항생제 중 하나인 반코마이신에 대한 내성균은 국내에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항생제 내성의 주요 원인으로는 오남용이 꼽힌다. ‘오용은 잘못 사용하는 것, ‘남용은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2021년 발표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에서는 항생제 사용량을 5년 내 20퍼센트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생제의 남용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오용을 피하고 정확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데, 항생제를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불충분하게 먹는 것이 오용의 대표적 예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항생제 내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내성은 견딜 내耐, 성품 성性으로 적는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 풀이는 다음과 같다.

1. 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하는 현상

2. 생명 세균 따위의 병원체가 화학 요법제나 항생 물질의 계속 사용에 대하여 나타내는 저항성

3. 생명 환경 조건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생물의 성질. 내열성(耐熱性), 내한성(耐寒性) 따위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 개념을 혼동한다. 첫 번째는 사람의 몸이 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세균 자체가 변하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두 번째 개념, 즉 세균에 생기는 변화이다. 항생제를 반복해 쓰면 약이 내 몸에 쌓여 약효가 줄어든다는 믿음 때문에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내 몸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부작용과 내성을 걱정해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복용한다. 충분한 기간을 복용하지 않고 조기에 중단하면 당장 병은 낫더라도 살아남은 균이 내성을 획득하고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7년과 2019년 일반인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증상이 나아지면 항생제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고 답해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번역가인 강병철 작가는 이러한 현상은 부정확한 개념어가 일으킨 촌극이며, 잘못된 인식을 줄이기 위해 내성이란 용어보다 ‘(항생제) 저항성이란 용어를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영어의 예를 보자면 위의 첫 번째 개념에 대한 단어는 ‘tolerance’, 두 번째 개념에 대한 단어는 ‘resistance’로 전혀 다르다.

 

* 질병관리청. 내 몸을 위한 항생제, 건강을 위해 올바르게 써주세요! 2021.11.18 보도자료

* 강병철. 무엇이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는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비판. 스켑틱 72017.

2022년 5월 19일 목요일

내 가족이 암에 걸렸을 때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은 사는 동안 한 번은 암에 걸린다. 신규 암 발생자 수는 201522만명에서 201925만명으로 늘었으며 최근 매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예전엔 암이라 하면 죽을 병으로 생각했지만 그런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조기 발견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암 생존율은 크게 늘었다. 2019년 기준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7%, 십 년 전보다 5퍼센트 가량 높아졌다. 암에 걸려도 열 명 중 일곱 명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이다. 같은 해 기준 암 유병자(암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215만명이다. 우리나라 국민 25명 중 한 명이 암을 앓았던 사람인 셈이다.

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암 생존자의 삶의 질과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암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들은 간병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스트레스로 암 환자 못지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염려해 자신의 문제를 참거나 숨기는 경향이 있다.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가족은 대부분 보호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끼며, 죄책감을 갖는 경우도 흔하다. 예전에 잘못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이 암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자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행동이 가족을 암에 걸리도록 만든 것은 아니며, 가족이 암에 걸리는 것을 내가 막을 수도 없다. 스스로에 대한 책망은 환자에게나 환자를 돌보아야 할 가족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환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평소 환자와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가족이 갑자기 나타나 의료진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 해달라"고 하는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데다 환자에 대한 자신의 죄책감이 더해진 것이 이런 행동의 이유일 것이다. 더 이상의 치료가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음에도 가족간의 갈등으로 연명 치료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빗댄 '캘리포니아에서 온 딸 신드롬(Daughter from California Syndrome)'이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위중한 병을 앓는 환자의 가족이 느끼는 죄책감은 그만큼 보편적인 감정인 것이다.

암 치료라는 힘든 여정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 모두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가족이 건강해야 환자도 치료를 잘 받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 세 명 중 두 명이 우울 증상을 겪으며, 실제로 우울증이 발생할 확률도 1.6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가족 모두에게 역할을 분배해서 한 명이 전담하는 독박 간병을 피하도록 하며, 주 간병인 역할을 맡더라도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자신을 위해 쓰라고 조언한다. 아파하는 환자를 두고 내 시간을 챙기는 것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신을 위한 휴식은 환자를 더 잘 돌볼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 Rhee YS, Yun YH, Park S, Shin DO, Lee KM, Yoo HJ, Kim JH, Kim SO, Lee R, Lee YO, Kim NS. Depression in family caregivers of Cancer patients: the feeling of burden as a predictor of depression. J Clin Oncol. 2008;26(36):5890–5895.

* 조영대, 전용우, 장성인, 박은철. Family Members of Cancer Patients in Korea Are at an Increased Risk of Medically Diagnosed Depression. 예방의학회지 2018;51(2):100-108.


2022년 4월 9일 토요일

오랜 환자들

진료 전날 예약 환자 명단을 살피다 보면 이름 석 자만으로 파노라마처럼 얼굴과 병력이 떠오르는 분들이 있다. 십 년이 넘게 같은 방에서 환자를 만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한 환자를 오랫동안 만나다 보면 좋은 점이 많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으니 그에게 새로 생긴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다. 증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의학적인 의미는 어느 정도인지, 걱정을 해야할 문제인지 아닌지에 관해서. 일주일 전부터 명치에 생긴 답답함의 원인이 심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다른 환자의 경우엔 위산 역류, 또 다른 환자에겐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일 수도 있는 것이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환자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그에 대해 더 잘 알 수록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다. 환자와 함께한 시간의 무게는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랜 세월만큼 쌓인 신뢰가 있는 환자는 내가 내리는 별것 아닌 처방도 잘 따르게 되니, 이 역시 좋은 점이다.

오랜 환자를 만나는 게 좋지만은 않다. 만성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나빠지기 마련이다. 당뇨병 약 하나를 쓰다가 두 개를 쓰게 되고, 당뇨병 약만 먹던 환자가 고혈압 약도 먹게 되는 식이다. 무릎에 관절염이 있던 환자는 해가 가면서 허리에, 손가락에도 통증이 생긴다. 시간을 가로축, 환자의 건강 상태를 세로축으로 나타낸다면 그래프는 하강하는 곡선을 이룰 것이다. 의사는 그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기껏해야 곡선의 기울기를 조금이나마 완만하게 하려 노력할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외과 의사가 부러워진다. 건강 문제가 생기는 족족 수술로 종양을 떼듯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속시원한 해결이 가능한 문제는 많지 않다. 의무기록에 적힌 환자의 문제 리스트는 점점 길어진다. 환자의 기록을 살피다 보면 보증 기간을 훨씬 넘긴 자동차를 함께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낡은 부품이 돌아가며 문제를 일으키는 걸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면서.

무엇보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은 환자의 믿음만큼 도움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을 때이다. 오래 만날 수록 환자의 신뢰는 깊어지지만 나를 향한 신뢰가 깊어질 수록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은 잦아진다. 고혈압 약이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증거는 오직 익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뿐이다. 내가 처방한 고혈압 약이 없었다면 그에게 뇌졸중이 생겼을지, 내가 처방한 약이 뇌졸중을 실제로 막아주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래된 요통이나 관절염은 어떤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운동을 권하는 것, 그리고 소염진통제와 같은 대증 처방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험을 매일 겪으면서 무기력함과 함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연수를 떠나기 전엔 그 우울감이 꽤나 커진 상태였다.

일 년 만에 앉은 외래 진료실에선 반가운 인사가 오간다. 익숙한 이름과 얼굴을 다시 보는 나도 물론 반갑지만, 반가움의 크기는 항상 환자 쪽이 더 크다. 늘 무뚝뚝하고 말이 없던 환자가 감정을 담뿍 담은 눈빛으로 그동안의 기다림을 어색하게 고백할 때면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나도 어색한 웃음만 짓게 된다.

지난 주였다. 다음 날 진료를 미리 준비하는 중에 눈에 띄는 환자가 있었다. 당뇨병이 있는 50대 여성 환자로 내 외래를 다닌지는 다섯 해쯤 되었다. 고도비만에 가까운 체중이라 매번 체중을 줄이기로 약속했지만 지난 해까지 몸무게 수치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마지막 진료 기록엔 5kg을 줄인 것으로 적혀 있었다. 워낙 간식을 좋아하는 분이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음 날 환자를 만나 체중을 어떻게 줄였는지 묻자 그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생님이 막상 가시고 나니 이제 진짜 건강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 계시는 동안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매일 한 시간씩 걸었지요."

환자가 진료실을 나간 뒤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지난 오 년 보다 내가 없었던 일 년이 환자에게 더 큰 변화를 준 셈이다. 주치의로서 그동안 뭘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부지불식간에 내가 그에게 끼친 영향이 생각보다 컸었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진료실에 돌아온지 한 달이 지났다. 환자를 만나는 하루하루의 일상은 이내 익숙해졌다. 그래도 무력함이나 회의감은 이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 의사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님에도, 돌아보면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에게 지나친 바램을 가졌었단 생각도 든다. 일 년 전과 그다지 변한 건 없다. 여전히 환자와 만나는 시간은 어렵고 고민스런 순간의 연속이고, 내 결정이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사실을 좀더 여유롭고 담담하게 받아들여 보려고 한다.

2022년 3월 27일 일요일

익숙함과 생소함

샌디에고에서 새로 계약한 집은 이층 건물 아파트의 일층이었다. 첫 며칠 간은 여기저기 생소하고 어색한 것들 투성이였다. 차고와 이어진 현관, 카페트가 깔린 방, 벽지 대신 페인트가 발린 벽, 벽난로가 있는 거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들에 적응이 되었지만 화장실 안에 있는 전등 스위치는 한동안 익숙해지지 않았다. 미국 집의 화장실은 대부분 전등 스위치가 문 안쪽 내부에 있다. 물론 화장실엔 창문이 없다. 화장실에 들어가 깜깜한 벽을 더듬거리며 전등 스위치를 찾을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왜 스위치를 바깥에 만들지 않은걸까?

일 년이 지났다. 귀국 첫날 한국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 처음 갔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왜 화장실 안에 전등 스위치가 없지?’ 였다. 무심코 화장실 안에서 스위치를 찾고있는 걸 깨닫고 헛웃음이 나왔다.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화장실 밖에서 스위치를 켜고 들어가는데 익숙해지기까지 며칠의 시간이 걸렸다. 우스운 것은 그 기간 동안 화장실에 갈 때마다 어색함과 불편을 느꼈다는 점이다. 평생 화장실 밖에서 미리 불을 켜고 들어갔었고, 그 순서가 바뀐 것은 겨우 일 년 뿐인데도.

미국에서 외식을 할 때야말로 한국이 그리웠다. 뉴욕이나 LA와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면 맛집을 찾긴 쉽지 않고, 진짜 맛집은 그만큼 비싸다. 차곡차곡 붙는 택스와 팁의 부담도 크다. 한국처럼 다양한 식당과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없다. 귀국이 다가오면서 아이들과 한국에서 먹을 음식들을 손으로 꼽아가며 즐거운 상상을 했다. 식사가 끝나고 계산서를 가져다 줄 직원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일년이 지나도록 익숙해지지 않았다.

자가 격리가 끝나고 아이들과의 첫 외식은 예전 자주 가던 집 근처 양꼬치 식당이었다. 소박한 식당 내부도, 음식 맛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반찬 좀 더 가져다 주세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꼬치 추가를 시키자 서비스로 나오는 만두가, 이곳이 한국임을 실감하게 했다. 오랜만에 진정 만족스런 외식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계산서를 가져다줄 직원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카운터로 가 계산을 했다.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딸려붙는 세금도, 팁도 없이 메뉴판 가격 그대로인 영수증은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졌다.

화장실 문 밖에 있는 스위치도, 동네 허름한 맛집에서의 외식도 금새 다시 익숙해졌다. 하지만 문득문득 생소하고 다르게 느껴졌던 그 순간의 기억은 잊지 않으려 한다. 그동안 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응당 그래서야 해서가 아니고 그저 익숙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걸 깨달을 수 있어 다행이다.

2022년 2월 5일 토요일

연수일기 193. 샌디에고 일상 생활 팁 (2): 여행, 차량, 날씨, 쓰레기, 아이들 학교 생활

샌디에고 가볼만한 곳


씨월드: 두 번 이상 간다면 연간 회원권을 구입하는 게 이득입니다. 가족 중 한 명은 실버 패스(무료 주차가 가능하고 기념품, 레스토랑 할인이 됩니다), 나머지는 펀카드를 사는 게 좋습니다.


Zoo, Safari park: 역시 두 번 이상 간다면 연간 회원권 구입이 이득입니다.


발보아 파크, 다운타운


선셋 클리프스와 포인트 로마 


코로나도 섬과 델 코로나도 호텔


라호야 코브와 해변: 미국 어느 곳보다 많은 바다사자를 볼 수 있습니다.  


호수: 미라마르 호수, 쿠야마카 호수. 반나절 정도의 피크닉 장소로 적당합니다. 미라마르 호수는 주변을 걷기 좋고, 쿠야마카 호수에선 보트 타기와 낚시를 해도 좋습니다. 


비치: 샌디에고의 해변은 다 멋지지만, 라호야를 기준으로 북쪽의 해변이 더 좋습니다. 토리 파인즈, 델 마르, 솔라나, 문라이트 스테이트 비치 등이 해당됩니다.


오션 비치, 임페리얼 비치, 오션 사이드 등 피어에서는 낚시 면허를 구입하지 않고 바다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걷기 좋은 트레일 코스: 토리 파인즈 트레일, 애니스 캐년 트레일, 칼라베라 호수 트레일, 엘핀 포레스트 트레일



여행


연수자 대부분이 고려하는 여행지입니다.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나갑니다.


샌디에고 인근: 사과마을 줄리안, 데스밸리, 조슈아트리, 안자보레고  

로드트립: 그랜드써클, 요세미티, 세콰이어/킹스캐년, 라스베가스 

옐로스톤/그랑테턴

동부: 뉴욕, 보스턴, 나이애가라, 플로리다

하와이


계절에 상관없이 그 시기마다 또 다른 맛이 있는 곳들이지만, 1년 여행 스케줄을 짤 때 날씨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스밸리, 조슈아트리, 안자보레고는 여름엔 너무 더워 방문이 어렵습니다. 그랜드써클도 한여름엔 더위가 심한 편입니다. 


국립공원 애뉴얼 패스는 국립공원이나 국가기념물 첫 방문 시에 구입하면 됩니다. 샌디에고 포인트 로마의 카브릴로 국가기념물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첫 국립공원 방문 시에 국립공원 passport를 구입해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비지터 센터를 갈 때마다 스탬프를 찍는 재미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립공원에선 휴대폰이 터지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구글 지도 다운로드는 필수입니다. 맵스미 지도와 같은, GPS 기반의 지도 앱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옐로스톤 여행 시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솔트레이크가 아닌 잭슨홀 행 항공편을 추천합니다. 솔트레이크에서 그랑테턴까지의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렌트카 이용 시 처음 제시된 가격만 믿고 예약하면 실제 차를 받을 때 붙는 보험료 때문에 놀랄 수 있습니다. 렌트 가격보다 보험료가 높은 경우도 많은데, 생소한 보험 용어나 당일 사정 등으로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 조정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Hertz에서 풀커버 보험료가 포함된 후지불 견적으로 예약을 할 수 있으며, 네이버 미국 여행 카페나 대한항공 모닝캄 등 할인 코드도 적용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 예약을 추천합니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여행 상품이 괜찮다고 하니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다면 코스트코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차량 관련


미국 생활에선 자동차가 워낙 중요해서 평소 믿을만한 정비소를 알고 있다면 유용합니다. 시온 마켓 근처의 auto center 평이 좋으므로 이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인 정비사 마사토, https://goo.gl/maps/SSF5ZJSwfRjTNNbeA)


오일 교환 등의 간단한 서비스는 Groupon 등에서 쿠폰을 제공하는 업체도 많아 적당히 이용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서비스 받을 수 있습니다.


교외나 주택가는 주차가 무료지만 다운타운에선 유료 주차를 해야 합니다. 대개는 길가 유료 슬롯이 있고 근처에 미터기에서 지불할 수 있습니다. 대개 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가끔 동전만 사용 가능한 미터기도 있습니다. UCSD에서 사용하는 Parkmobile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있으니 이 앱에 익숙해지면 좀더 편하게 주차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도시에도 이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종종 있으니 여행을 가서도 유용합니다. 아이폰은 미국 앱스토어에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이런 앱이 꽤 있으므로 연수 기간 동안 앱스토어를 미국 계정으로 바꿔놓으면 더 편합니다.)



날씨


샌디에고는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 해당합니다. 일년 내내 기온의 변화 폭이 크지 않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편입니다. 미국,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도 가장 날씨가 좋은 도시이며, 그래서 은퇴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지식이고, 실제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겨울과 초봄까진 체감 기온이 생각보다 쌀쌀해 겨울옷이 필요합니다. 여름엔 에어컨이 필요 없고 겨울엔 히터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고 두꺼운 옷을 안가져오면 당황하게 됩니다. 물론 현지인들은 우리가 패딩을 꺼내입는 기온에 웃통을 벗고 뛰기도 합니다. 여름옷을 입은 사람부터 패딩을 입은 사람까지, 계절별 옷차림을 한 자리에서 모두 보는 신기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쓰레기


미국은 한국처럼 분리 수거를 철저히 하지 않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와 불가능한 쓰레기, 이렇게 두 종류 정도로 대충 나누어 버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음식물과 같은 유기물 쓰레기를 따로 분리해 버리기도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씽크 개수대에 음식물 분쇄기로 처리 가능한 집도 많습니다.(처음엔 이게 적응이 안되고 이래도 되나 싶은데, 나중엔 오히려 편해지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는 재활용률이 높은 주입니다. 재활용 용기에 담긴 상품 가격에 보증금이 포함되며(용기에 CRV라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재활용품을 모아 리사이클링 센터에 가져가면 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귀찮기도 하지만 어렸을 적 동네 슈퍼에 공병을 팔던 생각도 나고, 아이들과 함께 가져가면 교육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recycling center를 검색하면 가까운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


미국 대부분의 도시처럼 샌디에고에도 좋은 도서관이 많습니다. 도서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코너는 대부분 아이들 책 코너입니다. 

샌디에고 시 도서관의 회원이 되면 홈페이지에서 책을 고르고 픽업할 도서관을 선택할 수 있고, 책이 준비되면 메일이나 문자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 카드로 다운타운에 있는 중앙 도서관을 포함해 35개의 브랜치 도서관에서 직접 대여와 반납도 가능합니다. 

(https://www.sandiego.gov/public-library)

샌디에고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도 수십 개가 있으며, 샌디에고 시 도서관과 운영 체계가 다릅니다. 역시 회원 카드로 브랜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https://www.sdcl.org/)

도서관마다 특색이 있고 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카운티 도서관에 속한 엔시니터스 도서관입니다. 바닷가 도서관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통유리 건너편으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 학교 생활


등하교

초등학교 등교는 아침 7시 50분까지, 하교는 오후 2시 30분 (수요일은 12시 30분)입니다.(Del Mar Union Elementary 기준) 중학교는 조금 늦게 등교하고 하교합니다. 초등학교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며, 중학교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면 혼자 등하교가 가능합니다. 2명 이상의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다닌다면 등하교 시 두 곳의 학교를 왔다갔다 해야하는 상황이 되므로 되도록 같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 삶의 질에 좋습니다. 미국은 아이들 픽업으로 하루가 다 갑니다. 연수자들이 많이 사는 주택가 부근에서 유일하게 교통 체증이 생기는 때가 아이들 등하교 시간입니다. 


점심

미국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가 한국 학교 급식입니다. 미국 초,중학교에도 급식이 있지만 한국과 비교할 수 없죠. 아이가 급식을 잘 먹는다면 좋은 일이지만, 입맛에 맞지 않아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일 도시락을 싸기 힘들다면 일주일에 절반 정도만 급식을 먹이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Del Mar Union Elementary와  San Dieguito Union High School District를 기준으로 예를 들자면, 중학교는 무상 급식이며 아이들이 자신의 고유 번호를 이용해 메뉴를 직접 신청해 먹습니다. 피자, 치킨 등이 주 메뉴입니다. 초등학교는 Choice lunch라는 앱을 이용해 미리미리 메뉴를 신청할 수 있으며, 유료입니다. 

다른 초등학교 학군의 경우 무상 급식을 하기도 하니 아이가 속한 학군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운동, 방과 후 수업, 썸머 캠프


농구: Boys & Girls club 폴스터 브랜치에서 운영하는 Bulldogs의 경우 practice player와 리그/토너먼트 플레이어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리그/토너먼트 플레이어는 경쟁 수준이 높고 주말 토너먼트 시합에 참여하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practice player는 취미반에 해당하는데 전술 교육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Master sports는 여러 동네 레크레이션 센터를 이용해서 집에서 가까운 코트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초보자도 큰 부담 없이 참여 가능해서 연수자 자녀들이 많이 등록합니다. 

스케이트보드: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개인이나 2-3인 교습을 하는 강사도 있습니다.  


워터폴로: Del Mar water polo club. 한국의 수영 수업에 비해 훈련량이 많아 힘듭니다. 수영을 능숙하게 잘 하고 좋아한다면 해볼만 합니다. 


기타 축구, 테니스, 골프 등도 많이 선택하는 운동입니다. 체조나 치어리딩 처럼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종목도 가능하며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방과 후 수업: 초등학교에 방과 후 수업이 있는데, 교육구에서 운영하는 수업은 한국 초등학교의 돌봄 교실과 비슷합니다. Boys & Girls club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수업도 있습니다.


썸머 캠프: 여름 방학은 썸머 캠프의 계절입니다. 6월 방학이 되기 두어 달 전이 되면 다양한 썸머 캠프 프로그램 등록이 시작됩니다. 여름 방학이 워낙 길어서 아이들 캠프 일정이 엄마 아빠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줍니다. 

썸머 캠프는 대개 1-2주 단위로 짜여져 있습니다. Boys & Girls club의 경우 약간 돌봄 교실에 가깝고, YMCA 캠프는 좀더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많은 것 같습니다. 써핑을 포함한 워터 스포츠, 농구, 축구 등 운동 외에도 미술, 음악, 과학 등 다양한 주제의 캠프가 있습니다. 학교가 속한 교육구에서 운영하는 캠프도 있습니다. 워낙 많은 캠프가 있으니 캠프 등록이 시작되면 차분히 검색하며 찾아보셔도 되겠습니다. 미션 베이 아쿠아틱 센터 캠프와 같이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일찍 정원이 차기도 합니다. (https://mbaquaticcenter.com/


2022년 2월 1일 화요일

연수일기 192. 샌디에고 일상 생활 팁 (1): 마트, 휴대폰/인터넷, 병원, 맛집, 커피

마트 


미국 생활은 마트 쇼핑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마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마트 별로 특색이 있고 살 수 있는 물품이 달라서 한두 곳만을 이용할 수 없고 돌아가며 여러 곳을 가야하므로 귀찮고 힘든 면도 있습니다. 마트만 돌아다녀도 일주일이 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생활 패턴에 따라 선호하는 마트가 정해지지만 그 전까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각 마트의 특징과 취급 물품을 알아두면 초기 쇼핑하는 데 애를 덜 먹을 것 같습니다. 


Ralphs, Vons: 거의 모든 종류의 식료품과 잡화를 살 수 있습니다. 롯데마트나 이마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맥주도 종류가 많고 저렴하게 파는 편입니다. 와인의 경우 랄프스에서 6개를 한꺼번에 사면 할인을 해주는데, 이렇게 구입하는 게 가장 저렴합니다. 

Trader Joe’s: 저렴하고 질 좋은 식료품을 취급합니다. 식료품 쇼핑은 트레이더 조만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채소, 과일, 치즈, 시즈닝, 계란 등을 사기 적당합니다. 트레이더 조에서만 판매하는 PB 상품들이 많고 역시 품질이 좋습니다. 냉동 식품도 맛이 괜찮아 한 끼 식사나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좋습니다.
브리오슈, 만다린 오렌지 치킨, 치킨 티카 마살라, Korean style beef short rib, Unexpected cheddar cheese, 화이트 트러플 포테이토칩 등,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트레이더 조에서 꼭 사야할 상품 리스트를 정리한 블로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가을 시즌에만 반짝 나오는 메이플 버터는 나오자마자 품귀가 됩니다. 시즈닝이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계절 한정 상품은 한국에 돌아갈 때 선물용으로도 좋습니다.


Whole food market: 프리미엄 식료품을 취급하며, 가격대가 높은 편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할인이 됩니다. 


ALDI: 식료품을 취급하며, 규모가 작은 창고형 매장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제품 종류는 적지만 가격이 무척 쌉니다. 


Costco: 한국에도 있는 코스트코이니 다들 아시겠지만, 고기와 생수 등 특정 식료품을 사기에 좋습니다. 60불 골드 회원 또는 120불 이그제큐티브 가입 중 선택하면 되고, 이그제큐티브 회원의 경우 구매 금액의 2%를 리워드로 적립해주고 1년 만기가 되기 2-3개월 전에 적립된 금액에 해당하는 쿠폰을 우편으로 보내줍니다. 기름 값은 코스트코 주유소가 가장 싼데, 캘리포니아 기름 값이 본래 비싼 편인데다 최근 많이 올라서 코스트코 주유소를 이용하면 생활비 절약에 조금은 도움이 됩니다. 한국 코스트코 카드는 주유소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불편이 많으므로 미국에서 가입을 추천합니다.


Rite aid, CVS: 약국이면서 잡화를 함께 취급합니다. 한국의 편의점과 비슷한데, 다른 마트에 비해 대부분 비싸므로 급할 때만 이용하시길 추천합니다.


월마트, Target: 둘 다 비슷한 할인점으로, 식품을 제외하고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취급합니다. 월마트에 비해 타겟 매장이 좀더 깔끔하고 쇼핑하기 편합니다. 


Five below, Dollar tree, 99 cents only: 이름처럼 아주 저렴한 상품을 취급합니다. 저렴한 만큼 질도 낮아서 어른이 살 만한 상품이 많진 않습니다. 


다이소: 한국의 다이소와 비슷합니다. 가격이 싸고 위의 달러샵 보다 훨씬 질이 좋은 소품이 많으므로 초기에 한 번쯤 가보는게 좋습니다. 아이들의 팬시용품도 살 수 있습니다. 미라 메사 H마트 옆에 있어서 함께 들를 수 있습니다. 


한인 마트: H마트(미라 메사와 발보아에 2개가 있는데 미라 메사 지점이 크고 상품도 많습니다), 시온 마켓이 있습니다.


프리미엄 아울렛: 거리 순으로 칼스배드, 라스아메리카, 데저트힐 아울렛이 있습니다. 미국 아울렛 치고 브랜드 종류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데저트힐 아울렛이 가장 크지만, 거리가 멀어서 자주 가긴 어렵습니다. 



휴대폰, 집 전화, 인터넷


통신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화 품질이나 데이터 속도는 대부분 한국보다 훨씬 떨어지니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민트 모바일, 울트라 모바일: 한국의 알뜰폰  통신사와 비슷합니다. 요금이 저렴해 연수를 오신 분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아마존 통해 유심을 미리 구입해 한국에서 번호를 만들어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Verizone, AT&T, T mobile: 미국의 3대 통신사로, 셋 중 하나를 선택하면 기본은 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도시에 산다면 셋 중 어떤 걸 써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이나 시골로 여행을 갈 때는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셋 중에선 Verizone, AT&T, T mobile 순으로 커버리지가 넓다고 합니다. 


휴대폰을 쓰는 방식은 한국 번호를 살려 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폰 하나로 미국 유심과 한국 유심을 바꿔가며 쓸 수도 있고, 아예 두 개의 폰을 쓸 수도 있겠습니다. E-sim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 기종이라면 E-sim을 지원하는 미국 통신사(T mobile, 민트 모바일 등)를 선택해 한 개의 폰으로 두 회선을 동시에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 폰usa와 같은 업체에서 미리 유심을 구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집 전화는 굳이 개통할 필요는 없으나, 한국에서 인터넷 전화를 개통해 가져오면 그 번호 그대로 한국에서와 같은 비용으로 한국 번호와 국제 통화를 할수 있어 유용합니다. 


인터넷은 스펙트럼, AT&T 등을 많이 이용합니다. 한국과 비교해 가격은 비싸고 속도는 떨어지므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집에 따라 설치 가능한 회사가 다를 수 있으니, 집 계약 시에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인터넷 온리 또는 TV 결합 상품이 있으며 필요에 따라 선택합니다. 스펙트럼의 경우 집 주소가 정해지면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신청할 수 있으며, 셀프 설치 키트가 배송됩니다. 



병원


이곳에서 병원에 갈 일이 생기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또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급한 상황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 병원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단톡방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Tari Park, MD (한국인 의사)

https://goo.gl/maps/S5Pj5uQgYW7hfXMs5


콘보이 중앙 병원


콘보이 우리 성모 병원


Urgent care 가능한 곳

Scripps Clinic Urgent Care Torrey Pines

https://goo.gl/maps/ukgUvAVUdmt8y82Z6

UC San Diego Health Urgent Care – La Jolla 

https://goo.gl/maps/e8JbqNvuDfU4BFT47

Rady children hospital

https://goo.gl/maps/oX5e7mxb8Zx9TX9S7


Dr. Ellen Im Pediatric Dentistry and Orthodontics: 한국인, 소아치과 전문

https://goo.gl/maps/bsVuE8vLkSxdA7wr6


샌디에고 종합 치과 그룹

https://sddentalgroup.com/



맛집


미국에서 살다 보면 외식 비용과 팁의 무서움을 체감하게 됩니다. 비싸더라도 맛이 있으면 괜찮지만 샌디에고에서 맛있는 식당 찾기란 불가능한 미션에 가깝습니다. LA나 어바인에 비해 한국 식당도 빈약한 편입니다. 물론 비용의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면 비싸고 좋은 곳들은 있습니다. 아래는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괜찮은, 샌디에고 빕구르망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을 골랐습니다. 


Caroline's Seaside Cafe: 라호야 해변에 있어 뷰가 좋고 가격도 저렴해 UCSD 학생과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카페입니다. UCSD 직원증으로 30% 할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goo.gl/maps/i7afPDe5YteX5sEi7


Pho cow cali: 미라 메사. 베트남 음식점 중에 한 곳을 고르라면 이곳.  

https://goo.gl/maps/G9VjPdFAB1v1M7g6A


Katsu cafe: 콘보이. 일본식 라면, 돈카츠, 롤 등 맛이 괜찮습니다. 얼큰한 짬뽕 국물이 먹고 싶을 때는 스파이시 씨푸드 반자이 라면 추천. 해피아워에는 몇 가지 메뉴를 할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https://goo.gl/maps/GKa11M4vshB68Fou8


Gami sushi: 카멜 밸리. 디에고의 스시나 사시미 식당은 이곳을 포함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롤을 먹을 수 있습니다. 어느 식당이든 대부분 스시나 사시미는 한국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https://goo.gl/maps/DAEbb2X3h8qQn6oF7


전주집: 한식을 먹고 싶다면 이곳. 콘보이에 한국 식당이 여럿 있지만 사실 맛있는 곳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https://goo.gl/maps/KTxdpJMGNN1HocwN8


각종 브루어리들: 샌디에고엔 유명한 브루어리가 많습니다. 브루어리의 장점은 맥주 외에 안주와 식사 메뉴의 가성비가 좋다라는 점입니다.(대신 술을 많이 시키라는 의미) 음식 맛은 웬만한 레스토랑 못지 않고 분위기도 좋아서, 아이들과 가족 단위로 식사를 위해 방문하는 현지인들도 많습니다. 발라스트 포인트, 스톤, 칼 스트라우스 등이 대표적인 곳이며 이외 소규모 브루어리도 많습니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선택. 


인앤아웃: 동부엔 쉑쉑, 서부엔 인앤아웃이라고 합니다. 파이브 가이즈와 더불어 미국 버거 체인 3대장으로 꼽히는데요. 인앤아웃의 강점은 신선한 재료와 저렴한 가격입니다. 쉑쉑은 서부에도 있지만 인앤아웃은 동부엔 없는데, 자체 유통망과 농장을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버거 체인마다 특색이 있어서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샌디에고 로컬 버거 체인인 Hodad’s, Burger lounge, Habit burger grill 등도 맛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Taco stand: 샌디에고에선 멕시칸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고 대표 메뉴인 타코 전문점도 많습니다. 타코 전문 체인 중에선 가장 맛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커피


이곳에선 굳이 스타벅스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훨씬 더 맛있고 분위기도 좋은 로컬 커피숍이 넘치니까요.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유명한 로컬 커피숍을 찾아다니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Birdrock coffee roasters: 로컬 카페 중 손꼽히는 곳으로, 맛있는 라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주로 해변 쪽으로 몇 개의 지점이 있습니다. 


Lofty coffee: 다운타운 외에 솔라나비치, 앤시니타스에 지점이 있어서 근처에 갔을 때 방문하기 좋습니다. 


Copa vida:  카맬 벨리, 라호야, 다운타운에 지점이 있습니다. 


Parakeet cafe: 카맬 벨리, 라호야, 다운타운, 코로나도에 지점이 있습니다. 


Trident coffee: 독특한 맛의 콜드 브루잉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이곳 커피는 우유를 넣지 않고 그냥 마시는 게 좋습니다. 임페리얼 비치와 코로나도에 지점이 있습니다. 


Philz coffee: 캘리포니아 지역의 로컬 체인으로, 이 지역의 스타벅스라 생각하면 됩니다. 커피 맛은 스타벅스보단 낫지만 평범한 수준. 


Peet’s coffee: 필즈와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로컬 체인입니다. 필즈보다 커피 맛이 낫다는 평이 있습니다.


Panera bread: 커피 전문점이 아니고 커피 맛도 평균 이하이지만, 이곳의 강점은 한 달 8.99불에 무제한으로 커피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처음 가입할 때는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이 있는데, 기간 만료 전에 가입 해지를 하면 3개월 프로모션 기회를 또 줍니다.(이걸 반복하면 일 년 내내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

2022년 1월 31일 월요일

연수일기 191. 귀국

1월 30일 일요일. 372일째 날. 오전에 마무리 청소와 짐 점검을 했다. 집 앞에서 마지막으로 가족 사진을 찍었다. 1년 전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하니 아내와 나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아이들은 한 뼘씩은 큰 것 같다. 

가까운 스펙트럼 지점에 가서 모뎀을 반납하고 Gami 스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샌디에고엔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시 식당이 많은데, 이 집도 그중 하나이다. 언젠가 가봐야겠다 생각만 하다 얼마 전 처음 이용했는데 맛과 가격이 괜찮았다. 연어 초밥을 좋아하는 딸과 같이 일찍부터 자주 왔었음 좋았을텐데. 

출국 전날인 오늘 오후에 마지막으로 갈 곳은 역시 솔라나 비치.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돗자리에 앉아 피츠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 날의 일몰을 보았다. 

마지막 날, 마지막 일몰

저녁엔 아파트 이웃들에게 인사를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 좀더 일찍 만나서 더 자주 함께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 좋은 분들과 헤어지는 건 항상 아쉽고 후회스럽다. 


1월 31일 월요일. 373일째 날. 새벽 여섯 시부터 아이들을 깨워 출발 준비를 했다. 이민 가방 여섯 개, 대형 트렁크 두 개, 소형 트렁크 한 개, 그리고 기타와 몇 개의 손가방, 카시트까지. 바쁘게 짐을 현관 밖으로 빼는 동안 날이 밝아졌다. 

한국 기사님이 운전하는 콜밴은 우리 차와 같은 시에나였다. 기사님은 문제 없을 거라 했지만 차에 짐이 다 들어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 짐을 다 실을 수는 있었다. 만약 작은 가방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난감한 상황이 생겼을 것이다. 기사님도 지금까지 손님들 중 짐이 가장 많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LA 공항으로 가는 길. 아내도 나도 아이들도 말이 없었다. 익숙한 길이지만 오늘 기분은 남달랐다. 앞으로 한동안 이 길을 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내와는 언젠가 우리가 살던 동네에 다시 와보자고 약속을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공항에 도착해 수속 창구까지 짐을 나르며 서너 번을 왔다갔다 하느라 진이 빠졌다. 돌아가는 항공편을 비지니스석으로 예약하길 잘한 것 같다. 출국과 귀국 항공편에 그동안 모았던 마일리지를 아낌없이 썼다. 아이들은 비지니스석이 처음인지라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신이 났다. 

지난 일 년 동안 참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사람도 만났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만들었다. 그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여서 더 행복하고 특별했다. 

2022년 1월 29일 토요일

연수일기 190. 페어웰 3

1월 27일 목요일. 369일째 날. 오전에 연구 코디네이터인 Nova를 만나 연구실 열쇠와 주차증을 반납했다. A 교수님과 Nova의 배려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오늘도 이 연구실 문을 여는 것도 마지막이다. 

정든 연구실도 안녕!

연구실에서 가까운 Bank of America 지점 상담을 예약해 두었다. 출국 전에 계좌와 신용카드를 닫아야 한다. 입출금 계좌를 닫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신용카드를 없애는 단계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미국 신용카드는 사용 후 일정 기간 동안 사용 내역이 pending 상태에 있다가 며칠 후 확정된다. 레스토랑에서 결제 후 팁을 추가하는 경우 최종 확정 금액엔 팁이 더해진다. pending 내역이 있으면 신용카드 계좌를 닫는 데 번거로움이 생길까 해 며칠 전부터는 신용카드를 일부러 쓰지 않았었고, 그래서 결제 내역은 모두 확정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갚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있어 balance가 0이 아니었는데, 이 때문에 신용카드 계좌를 바로 닫을 수 없다고 했다. 카드를 없애기 전 balance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은행에 방문한다면 바로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입출금 계좌를 없앤 뒤 담당 banker가 teller(창구 직원)에게 안내해 신용카드 계좌에 남은 balance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체했다. 계좌에 반영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balance가 0이 된 이후 전화로 신용카드를 해지하기로 했다. (다행히 다음날 반영이 되어 국제전화를 걸지 않고 출국 전에 처리할 수 있었다.)

세차를 하고 인앤아웃에서 점심을 먹었다. 인앤아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곳의 햄버거 맛은 한국에서도 생각이 날 것 같다.

Rob 가족을 초대해 아파트 바베큐장에서 저녁을 먹었다. Rob과 Sam, 그리고 Jane까지. 돼지 목살 대신 코스트코에서 산 어깨살을 구웠다. 귀국 짐을 싸는 중이라 바베큐 준비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시즈닝이 되지 않은 한국식 돼지 바베큐를 해주고 싶었다. 해가 지고 날이 꽤 쌀쌀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Rob과 Sam은 고기를, Jane은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정부에서 배포하는 자가 키트가 배송되었다. 2개 들이 2 세트이다. 얼마 전 딸의 초등학교에서 1 세트를 받았으니 총 3 세트, 6 차례 검사가 가능한 키트를 받은 셈이다. 교육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은 이제 아이들 대면 수업은 최대한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이 정해져서 그에 맞춰 대응하는 걸로 보인다. 한국과는 달리 그동안 밀접 접촉자라 해도 자가 격리와 등교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최근 오미크론으로 아이들 케이스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세부 방침이 바뀌고 있다. 아들의 중학교의 경우도 최근엔 밀접 접촉자 개별 통보가 아니라 그룹 통보 후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검사 양성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이삼일에 한 번 꼴로 통보가 오니 현실적으로 검사소 검사는 어렵다. 학교에서 자가 키트를 배부하고, 정부에서도 무료로 배포를 하고 있지만 필요량을 충족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1월 28일 금요일. 370일째 날. 아내의 EIA 수업도, 내 연구 미팅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 미팅에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짧게 발표했다. 이곳에 올 때 처음 계획과 비교하면 겨우 절반 정도 마친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남은 부분은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추후 현재의 연구가 다 마무리 된 뒤에도 A 교수님과는 함께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사이클링 센터에 들러 남은 재활용품을 다 처리했다. 저녁은 S 선생네 집에서 마지막 페어웰을. 딸은 지난 몇 달간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보냈던 언니들과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1월 29일 토요일. 371일째 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한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 버드락 카페에 들렀다. 아내는 한국에 돌아가면 샌디에고에서 즐기던 맛있는 아몬드 라떼를 마시기 어렵다며 아쉬워한다. 

집에 가는 길에 Rob의 집에 들렀다. 여러 번 만나면서도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서 지난 목요일에 찍으려 했는데 그날도 깜빡했다. Rob이 직접 내린 차를 마시고 그와 Jane과 함께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와의 만남은 생각한 대로 나오지 않는 영어 때문에 애를 먹는 시간이면서 자극과 활력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와츠앱을 통해 소식을 전하고 들을 수는 있겠지만 이제 Rob을 직접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살면서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2022년 1월 27일 목요일

연수일기 189. 페어웰 2

1월 24일 월요일. 366일째 날. 이곳에서 마지막 일주일이 남았다. 이번 주엔 내내 저녁에 약속이 잡혀있다. 돌아가기 전에 인사를 나누어야 할 이들을 챙기다 보니 이렇게 되었는데, 덕분에 귀국 준비와 짐 정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할까 싶어 지난 주부터 짐을 조금씩 싸고 있다.

딸 친구 J의 가족과 저녁을 먹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같은 반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로 정이 많이 들었다. 떠나기 전에 다행히 이렇게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J의 고등학생 오빠도 함께 만났다. 


1월 25일 화요일. 367일째 날. 오전에 A 교수님 연구실을 찾았다. 1년 전에 같은 연구실에 인사를 왔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VA hospital 안에 들어온 건 그때에 이어 두 번째이다. 준비해 간 와인 한 병을 작별 선물로 드렸다. A 교수님께선 좀더 자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것이 미안하다고 하신다. 나 역시 진행 중인 연구 외에 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 조금은 아쉽다. 여섯 달 전 연수 기간이 절반이 지났을 무렵에 문의했던 외래나 클리닉 참관의 기회는 결국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의 상황을 생각하면 최선이 아니었나 생각도 든다. 편안한 환경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이곳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A 교수님의 배려 덕분이었다. 연구실을 나오기 전 잠시 마스크를 벗고 함께 셀카를 찍었다. 

이젠 안녕!

오늘은 EIA 프로그램 마지막 미팅이기도 하다. Rob, 그리고 Sam과 자주 만났던 멕시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언젠가부터는 헤어질 때 다음 주 만날 식당을 Sam이 정했다. 오늘도 헤어질 때가 되자 그가 식당 이름을 크게 이야기한다. 자폐가 있는 그는 끝을 길게 늘이는 특유의 톤과 억양으로 말하는데, 그래서 더 알아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말투에도 조금은 익숙해졌다. Rob이 오늘 점심이 마지막이라고 반복해 가르쳐 주었다.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Sam이 예의 그 말투로 말했다. "닥터 오를 만날 수 없다니 슬퍼요. 굿 럭!"

아냐 Sam. 목요일에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거야. 한 번 더 만날 수 있어 다행이야.

아파트 이웃들과 문라이트 비치에서 바베큐를 했다. 지난 주에 계획 없이 왔을 때 경험이 좋아서 이번엔 미리 계획을 하고 구이용 돼지 고기도 조금 더 준비했다. 이번에도 차콜에 금방 불이 붙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게다가 고기 양이 많아 굽는데 더 오래 걸렸다. 고기를 굽는 동안 어느새 해가 졌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논다. 결국 저녁을 먹기 시작한 건 어스름이 깔린 다음이었다. 일단 아이들부터 급히 고기를 먹였다. 배를 적당히 채운 아이들은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 마시멜로와 고구마를 구웠다. 

주위가 완전히 컴컴해지자 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어른들은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뒤늦게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모닥불 앞에서 깔깔대며 게임을 했다. 


1월 26일 수요일. 368일째 날. 학교 선생님들께 작별 메일을 보냈다. 아이들의 withdrawal form을 작성해 전학 담당자에게도 보냈다. 마지막 등교일인 금요일에 한국 학교 전학에 필요한 재학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를 받기로 했다. 

아내의 할머니들과의 화상 채팅도, 아들의 스케이트 보드 수업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스케이트 보드 수업이 끝난 뒤 강사인 Mike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선 아들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를 다시 만나긴 어려울 것이다. 이곳에서 지금 경험하는 이별은 한국에서의 그것과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데, 아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H 선생님께 페어웰 겸 저녁 초대를 받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국과 밥이 갖춰진 한국식 식사를 맛있게 했다. 같은 랩으로 연수를 와 만나게 된 지도 여섯 달이 되어 간다. 국립 공원을 좋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벌써 여러 곳을 다녀왔다고 한다. 공원에 갈 때마다 항상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멋진 국립 공원 도감을 보며 여행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남은 절반의 기간 동안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길. 

2022년 1월 24일 월요일

연수일기 188. 페어웰

1월 20일 목요일. 362일째 날. 출국이 가까워지면서 한국에 계신 고마운 분들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고민이다. 오후에 어머니와 누님께 드릴 선물을 사러 샌디에고 미션에 다녀왔다. 도자기로 만든 종 모형과 십자가를 골랐다. 선물과 함께 캘리포니아 미션에 대한 이야기도 해드리면 의미가 더 깊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L 선생님이 저녁 식사 초대를 해주었다. 여섯 달 사이에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오늘부터 다음 주까지 페어웰 모임이 연이어 있다. 최근에 소파를 샀다고 한다. 가구와 살림을 갖추는 데 몇 달이 걸린 셈이다. 최근엔 물류 문제 때문인지 이케아에 품절 상품이 많아 침대나 소파를 사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서 쓴 논문 원고를 완성해 MESA P&P committee에 보냈다. 위원회의 리뷰를 거친 다음 저널 투고를 진행하게 된다. 


1월 21일 금요일. 363일째 날. 자동차 엔진 오일을 갈고 SMOG 테스트를 받았다. 애초 계획대로 카맥스에 차를 처분했다면 굳이 할 필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떠날 때쯤 오일 교환 시기가 될 것 같아 교환을 해서 넘기기로 했다. 차량이 2017년식이라 SMOG 테스트를 받을 시기는 아니지만 판매를 하려면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판매자가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오일을 갈면서 차를 구매할 분을 위해 타이어 로테이션을 함께 해두려 했는데, 타이어 상태를 확인한 직원이 앞 바퀴 마모가 심하고 편마모도 있어서 교환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18,000 마일 정도를 달렸으니 타이어가 닳았을 만하다. 이것도 중고 업체에 처분한다면 그냥 넘기고 말았겠지만 개인 거래를 하려니 마음에 걸린다. 오늘 타이어 재고가 없어 교환을 하진 못했다. 대신 차를 구매할 분과 상의해 타이어 두 개에 해당하는 가격을 깎아드리기로 했다. 


1월 22일 토요일. 364일째 날. 같은 아파트 L 선생님의 둘째와 오션 비치 피어에 낚시를 다녀왔다. 아이가 갑자기 낚시를 가보고 싶다고 하는데 L 선생님은 이곳에서 낚시를 해본 적이 없는데다 출국을 앞둔 상황이어서 난감한 듯 했다. 떠나기 전에 아들과 다시 한 번쯤 낚시를 가고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우리가 데리고 다녀오기로 했다. 

오션 비치 피어는 집에서 가까운 편이다.(더 가까운 퍼시픽 비치에도 피어가 있지만 구글 지도를 보니 사유지라 아무나 들어가기 어려운 듯 했다.) 미션 베이와 다운타운을 이웃하고 있고 주차장도 작아 주차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근처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션 비치는 처음이다. 아내와 채팅을 하는 할머님들 말씀으론 오래 된 동네이고 다운타운과 가까워 옛날 샌디에고 분위기가 남아있는 곳이라고 한다. 피어까지 거리는 잠시였다. 길가에 좌판을 펼친 잡상인들이 많았고, 흥겨운 음악으로 디제잉을 하는 이도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보였지만 촌스럽지 않았다. 다운타운의 관광 명소보다 더 독특하고 힙한 느낌이다. 오늘도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아이들이 실망을 했지만, 떠나기 전에 이곳에 와볼 수 있어 좋았다. 

오션 비치 거리

저녁엔 아파트 이웃들과 환송회 겸 저녁을 먹었다. 다들 한국에서 사는 도시가 다르고 우리가 먼저 돌아가게 되지만, 나중에라도 가끔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1월 23일 일요일. 365일째 날. 아내의 후배가 샌디에고에 놀러 와 집에 들렀다. 일전에 LA에 갔을 때 만났던 후배로 지난 달에 연수를 왔다. 떠나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어 아내가 반가워했다. 카맥스에서 차를 사는 과정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처음 샀던 차량에 문제가 생겨 급히 교환을 해야 했고, 적당한 차가 없어 총 네 번을 방문해야 했다고. 결국 구입한 차는 내 차와 같은 2017년 식 시에나인데 마일리지가 9만이다. 세금을 제하고 31,000불 가량에 구입했다고 한다. 내가 1년 전 같은 연식에 마일리지 6만인 시에나를 세전 25,000불에 구입했음을 생각하면 최근 중고차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다. 

아내와 채팅을 하는 버지니아 할머니가 프레첼을 구워 나눠 주신다 해서 오후에 할머니 댁에 들렀다. 몇 달 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번엔 나와 아이들도 모두 가서 인사를 했다. 호호 아줌마를 닮은, 작은 체구에 귀여운 얼굴의 할머니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이곳에서도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오늘로 이곳 생활을 시작한지 정확히 만 일 년. 떠날 때가 되니 감사함과 아쉬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