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일요일. 232일째 날. 해질 무렵에 토리 파인즈 비치에 다녀왔다. 샌디에고에 와 맨 처음 갔던 해변이다. 그땐 1월이었고 날씨가 쌀쌀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저녁의 해변 바람은 벌써 서늘한 느낌이 든다. 아이들은 이 해변 특유의 반질반질한 몽돌을 줍기도 하고, 모래를 파 작은 조개도 살펴보며 놀았다.
9월 13일 월요일. 233일째 날. 지난 주에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에 다녀온 뒤 가끔 평일 오전에 나들이를 하기로 아내와 이야기했다. 그때 갔었던 미션이 좋아서 오늘은 샌디에고 미션에 가보기로 했다.
미션에 가기 전 그 근처의 머리 호수 Lake Murray에 들렀다. 샌디에고의 다른 많은 호수들처럼 이곳도 댐을 막아 생긴 저수지이다. 호숫가엔 피크닉 에어리어, 그리고 주변엔 트레일 코스가 있다. 여기서도 보트를 탈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미라마르 호수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나무 그늘 아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근처에서 사온 커피를 마셨다.
샌디에고 미션의 정식 이름은 '미션 바실리카 샌디에고 데 알칼라'이다. 미션을 건축한 해는 1769년으로, 캘리포니아의 21개 미션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이전에 보았던 두 개의 미션과 마찬가지로 Junipero Serra 신부가 설립했다. 수도사가 거처하던 숙소와 미사를 드리는 건물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현재도 매일 미사가 진행된다. 종을 치는 시간인 정오 근처가 되자 종탑이 보이는 작은 정원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타종이 끝날 무렵 신부님이 갑자기 나타나 환영 인사와 짧은 기도를 해주었다. 모인 사람들도 함께 성호를 긋고 기도를 했다. 짧지만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잠깐동안 미션이 세워졌던 이백년쯤 전으로 다녀온 느낌이랄까.
성당 내부 |
종탑이 보이는 정원 |
작은 박물관에서 캘리포니아 21개 미션의 모형을 액자에 넣어 전시한 벽면을 만났다. 모양이 제각각인 미션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캘리포니아 여행을 할 때 시간이 남는다면 이 미션들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가까이 있는 미션 중 아직 가보지 않은 오션사이드의 미션도 조만간 가보려 한다.
딸을 데리러 가기 전 시간이 남아 노스 파크로 향했다. 샌디에고의 힙한 동네로 알려져 있다. 카페와 브루어리가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를 걷다 보면 독특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중고 서점은 Verbatim Books도 그 중 하나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설명보단 사진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겠다.
벽면의 책장은 스티븐 킹의 작품들로만 채워져 있다. |
저녁엔 다시 시작한 농구 수업에 아들을 데려다 주었다. 지난 학기와 달리 같은 나이 대의 수업은 집에서 좀 떨어진 오션 에어 레크레이션 센터에만 있다. 이번 학기에도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