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일요일. 225일째 날. 어제 밤 두 시가 넘어 집에 도착해 아이들도 나도 아침에 늦잠을 잤다. 딸의 워터 폴로 스플래쉬 수업 시간이 갑자기 금요일에서 일요일 오전으로 바뀌어 시간에 맞춰 연습 장소인 고등학교에 갔는데 정문이 닫혀 있었다. 정문 앞엔 수업에 온 차들이 줄지어 서서 어찌된 일인지 영문을 몰라 하고. 수업 스케줄 전달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자체 시설이 아닌 고등학교 수영장을 빌려서 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겠지만,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아이를 애써 데리고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약간 짜증도 난다. (그랬다가도 다시 저렴한 수업료를 생각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후배인 S 선생님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 방문했다. 의국 동기인 S 선생님은 한국에 있을 때 종종 보았지만, 가족들은 몇 년 전 샌디에고로 이사한 이후엔 만나질 못했다. 아주 오래 전 한국에서 봤을 땐 꼬마였던 아이들이 몰라보게 커서 이젠 고등학생이다. 큰 애는 얼마 전 SAT를 봤다고 한다.
작년에 이사를 했다는 집은 우리 집에서도 멀지 않았다. 이곳에서 아파트가 아닌 단독 주택을 처음 구경하게 되었다. 널찍한 거실과 2층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했다. 뒤뜰에는 자그마치 월풀 욕조가. 손님 치르는 솜씨가 훌륭하신 제수씨 덕에 음식과 다양한 안주(와 술)를 배가 부르게 먹었다. 집도 음식도, 미국 생활을 오래 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도 좋았다. 분위기에 취해 그만 또 과음을 한 것 외엔.
9월 6일 월요일. 226일째 날. 미국의 노동절 휴일이다. Rob에게 커뮤니티 가든에서 하는 바베큐 점심 초대를 받았다. 이전에 잠깐 구경을 하고 포도를 받았던 가든이다. 그땐 몰랐는데 이 가든은 장로 교회에 딸린 것이었다. Rob과 제인, 샘과 더불어 사진으로만 보았던 딸 니나까지 모여 환대를 해주었다. 니나는 UCSD에 입학해 첫 학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Rob이 그릴에 차콜을 채우고 불을 붙였다. 미국에서 경험하는 정통 미국 가정식 바베큐. 손잡이가 깨진, 십년은 되었음직한 그릴은 오랫동안 써온 듯 했다. 소세지와 양념이 된 소고기, 닭다리를 차례로 구웠다. 우리 입맛에 소세지와 닭다리는 짜고 고기의 양념은 너무 셌다. 하지만 Rob 가족과의 대화는 늘 그렇듯 즐거웠다. 못 알아들어 되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누구랑 이야기한들 그렇지 않을까. 중국인인 제인의 영어는 알아듣기 어려웠지만(제인도 우리 영어를 알아듣기 힘들었을 것이다), 준비한 음식을 권하는 따뜻한 마음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불 피우기 전 |
가든 탐험 중 |
아이들은 정원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꽃도 땄다. 아들은 사다리에 올라가 포도를 수확했고, 제인은 대파와 허브를 뽑아서 우리에게 선물했다. 민트를 심을 화분도 함께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