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일요일. 176일째 날. 아들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갔다. 그동안 두 번 아내가 직접 아들 머리를 잘랐는데, 처음 치고 결과가 나쁘지 않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내도 아들은 녹초가, 끝나고 난 자리는 머리카락 투성이가 되는지라 이번엔 그냥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미라 메사와 콘보이에 있다고 들었는데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시온 마켓에 있는 한국인 미용실은 후기가 좋지 않았다. 미라 메사에 있는 미용실들 중 하나를 선택했다.
미용사는 중국인 아주머니였는데,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아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걸 싫어한다. 너무 짧게 치진 말아달라. 귀밑 머리도 밀지 말아달라.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설명했는데 이해가 안되었는지 결국 벽에 걸린 스타일 사진을 보고 고르라고 한다. 아들의 이전 헤어스타일과 최대한 비슷해 보이는 사진을 골랐다. 아내와 구석에 앉아 기다리는데, 아뿔싸, 미용사가 손에 든 바리깡을 관우가 청룡원월도 휘두르듯 가차없이 움직인다. 바리깡이 몇 번 왔다갔다 하자 벌써 옆머리가 훤해졌다. 아내도 나도 당황스러웠지만 가장 심각해진 건 역시 머리를 맡긴 아들 본인이었다. 멀리서도 동공지진이 생기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나중엔 그냥 체념한 표정이었다. 지난 6개월 간 수북히 자랐던 머리칼의 절반 이상은 잘라낸 듯 했다. 머리가 많이 자라서 그랬는지, 아님 꼼꼼한 미용사 분이였는지 가위질을 꽤나 세심하게 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16불에 이 정도 솜씨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실을 나와 다음 주 새 캠프를 위해 딸의 써핑 수트와 스포츠 가방을 샀다.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아들은 별 말이 없다. 나중에 말하기론, 자른 머리를 보고 옆에 샌드백이라도 있었음 싶었단다. 아내나 내가 보기엔 이마를 훤히 드러낸 짧은 머리도 괜찮아 보였다. 사실 예전에도 짧게 자르라고 살살 꼬드긴 적이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던지라 속으론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금방 익숙해지면 기분도 나아지겠지 하면서도 오죽 자기 머리가 마음에 안들었으면 저럴까 싶어 짠한 마음도 든다.
샤워를 하고 짧아진 머리가 어색한지 거울을 요리조리 들여다보던 아들이 빙긋 웃으며 한마디 했다.
“자꾸 보니까 잘 생긴 것 같은데?”
그래. 우리 십대 청소년. 해맑고 단순해서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