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금요일. 153일째, 여행 2일째 날. 맘모스 레이크스에서 맞는 아침. 숙소에서 추천한 스토브 Stove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믈렛과 팬케잌이 맛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첫 목적지는 모노 호수 Mono Lake 의 South Tufa 에어리어이다. 고산의 사막 지대에 있는 이 호수는 물이 모이기만 할 뿐 빠져나가는 강이 없어 증발을 통해서만 물이 줄어들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미네랄 성분 때문에 바닷물보다 2.5배 짜고 100배 더 알칼리성을 띤다고 한다. 소금과 베이킹파우더를 잔뜩 풀어놓은 셈인데, 실제 만져보니 미끈미끈하고 혀에 대니 짜고 쓴 맛이 느껴졌다. 이런 이유로 이 호수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지만, 미생물을 먹고 사는 작은 새우들이 많다. 기슭을 까맣게 메우고 있는 건 파리들인데, 이 파리를 인디언 말로 Mono라고 부른다. 호수의 이름은 이 파리의 이름을 따서 붙인 셈이다. 요세미티를 포함한 산맥이 미국 서부의 상수원 역할을 하면서 모노 호수의 수위도 줄어들어 왔는데 이로 인해 호수의 생태계가 위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불시착해 만난 풍경처럼 보인다. |
다음 목적지인 테나야 호수 Tenaya lake로 가는 길에 요세미티 국립공원 동문을 지나게 된다. Tioga road라 불리는 120번 도로는 봄까지 막혀있는 경우가 많아 이 길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개통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지금은 요세미티 주변 도로가 다 뚫린 상태지만 국립공원 내에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단 우리처럼 국립공원 내 숙소를 이용하는 경우엔 공원 입장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요세미티 밸리 랏지 예약 바우처를 제시하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입장 예약을 하지 않아 입구에서 돌아가는 차량도 있었다.
테나야 호수에 주차를 하고 호숫가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물이 너무나 맑았다. 아이들은 금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 속에 뛰어들었다. 호수 동쪽 기슭은 모래사장과 솔밭이라 피크닉을 하기에도 좋았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호수를 봤지만 오늘, 이곳만큼 아름다운 곳을 보지 못했다. 호수를 둘러싼 풍경이 어찌나 평화로운지 이 공간 안에 앉아있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 시간 남짓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앉아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차에 몸을 실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 것 같다. |
쿡스 미도우 Cook’s meadow를 따라 한 바퀴 걸었다. 멀리 요세미티의 상징인 하프돔이 보였다. 아이들과 걷기 좋은 길이었다. 작은 강과 계곡 주변에는 물놀이와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래밭에서 노는 아이들 사이로 사슴 두 마리가 강을 건너 어슬렁어슬렁 지나갔다.
쿡스 미도우에서 본 하프 돔 |
꼬마 친구들, 안녕! |
밸리 랏지 식당에 들러 저녁을 사 숙소에 돌아왔다. 국립공원 안에 있어 낡고 고풍스러운 랏지를 상상했었는데, 밸리 랏지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식당, 카페(스타벅스도 있다), 기념품샵 등도 잘 꾸며져 있었다. 위치와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요세미티 숙소로는 역시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쉽지 않아서 문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