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목요일. 68일째 날. 운전 면허 실기 시험을 보았다. 필기 시험에 합격하면 DMV 홈페이지에서 각 시험장 별로 가능한 실기 시험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필기 시험에 합격한 3월 2일에 확인한 가장 빠른 일정이 한 달 뒤인 오늘, 클레어몬트 DMV였다. 며칠 전부터 실기 시험 관련 유튜브 클립을 찾아 살펴보았다. 주의할 점이나 DMV 별 코스에 대한 동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으므로 참고가 된다. 실제 시험 과정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들도 찾을 수 있다.
실기 시험은 캘리포니아 운전 면허가 있는 사람을 동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행히 둘째 친구 어머니께서 흔쾌히 시간을 내주어서 함께 올 수 있었다. 접수 과정에서 면허 소지자와 같이 왔는지를 물어보긴 했지만 실제 확인을 하진 않았다.(이 부분은 DMV마다 다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선 자신의 차로 실기 시험을 볼 수 있다. 한국과 다른 교통 법규 때문에 운전 경력이 많은 사람도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기에 대기 선에서 기다리는 동안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시험 대기 중 |
차례가 되자 감독관이 차의 상태와 헤드라이트, 브레이크, 비상등 등의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 수신호를 알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 테스트를 시작했다. DMV 주변의 도로를 주행하고 돌아오기까지 15분 정도가 걸렸다. 결과는 다행히 합격이었다. 에러가 15개가 넘거나 크리티컬 에러를 1개라도 하면 탈락인데, 테스트가 끝난 후 기록지를 확인해보니 7개의 에러를 했다. 주로 정지선을 밟아서 생긴 문제였다.
채점표 |
아내는 크리티컬 에러를 해 탈락했다.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가 있어 무심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이게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를 낼 수 있는 행동으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차선을 바꿀 때 숄더 체크를 확실히 하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되었다. 시험을 볼 때의 도로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어느 정도는 운도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실기 시험은 총 3회까지 볼 수 있고, 세 번째 시험에 불합격하면 필기 시험부터 다시 봐야 한다. 집에 돌아와 가장 빠른 일정인 3주 뒤로 재시험 예약을 했다.
외국의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는 캘리포니아 법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었는데, 실기 시험을 준비해보니 조금은 이해도 된다. 한국과 다른 미국의 교통 체계와 법규에 적응하려면 주의가 필요하고, 이십 년 넘게 운전을 해온 나도 아직까지 편하진 않다. 실기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런 점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것 같고 이런 과정이 보다 안전한 운전을 하는 데에 도움은 되는 것 같다. 합격 후 실물 면허증이 도착할 때까지 사용하도록 종이로 된 interim license를 준다. 아내가 함께 합격했다면 이 시점에서 자동차 보험을 더 저렴한 조건으로 변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야 정착에 필요한 숙제를 다 끝마친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4월 2일 금요일. 69일째 날. 한국에서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건어물과 양념들, 여분의 마스크, 그리고 아이들의 학용품과 간식 등이다. 우체국 택배를 이용했고,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짐을 풀고 정리하는 동안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새록새록 솟았다.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슬라임 재료와 같은 한국에서 익숙하던 놀잇감을 만난 둘째가 특히 좋아했다. 아들은 H 선생님 집에서 VR 게임을 했다. 저녁은 멕시코 음식 체인인 El Pollo Loco에서 치킨을 사다 먹었다. 이곳 치킨이 한국 치킨과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굽네치킨 같은 오븐구이 치킨과 비슷했다. 내일은 그랜드 써클 여행을 떠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