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일 목요일

고백

- 왼쪽 눈꺼풀이 자주 떨려요.

- 주로 언제 그러세요?

- 피곤하거나 신경 많이 쓸 때 더 그런 것 같아요.

- 저도 종종 그래요. 눈꺼풀 떨림증이라고 하는데... $%#!&...

진료실을 찾는 이들은 다양한 증상을 이야기하지만 그 증상들이 모두 큰 병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또 막상 증상으로 인한 불편함보다 큰 병에 대한 걱정으로 의사를 찾는 경우도 흔하다.

증상 자체보다 걱정과 불안때문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느라 심신이 피폐해진 환자를 볼 때면,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영화 제목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증상에 대해 공감하고 중풍이나 암과 같은 큰 병이 아니라는 것을 잘 이해시키는 것이 곧 치료가 된다.

설명할 시간이 충분치 않을 때 내가 종종 쓰는 방법은 스스로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가 되는 것이다.(물론 상당수의 증상은 실제 경험이기도 하다.) 한참 걱정스런 얼굴로 스스로의 증상을 설명하던 그는 앞에 있는 의사도 같은 증상이 있다는 고백에 한결 편안한 표정이 되곤 한다.

이번 주만 해도 진료실에서 눈꺼풀 떨림증, 수족 냉증, 손발 저림, 흉통 환자임을 고백했다. 때론 그 고백이 내가 처방한 진통제보다 더 많은 도움을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앞으로도 고백은 계속될 예정이다.

그나저나 그 어떤 증상보다 더 확신을 가지고 순수한 마음으로 고백하며 환자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증상은 역시 건망증이다. 가끔은 환자와 누구의 건망증이 더 심한지 배틀이 붙을 정도인데, 급속 냉동 수준으로 굳어져가는 이 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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