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일 월요일

연수 일기 23. 아들의 독후감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 읽고

내가 역대급으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었던, 후다닥 읽은 책이다. 아빠와 딸이 미국에 와서 겪었던 일을 책이었다. 딸이 부분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미국 학교에 다닌지 1달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1 반을 다닌 사람하고 똑같은 기분을 느낄 있는지 궁금하다.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을 것에는 정말이지 내가 겪었던 모든 불안감과 긴장되는 기분을 그대로 가져다 베낀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 일어날 일을 부분에서는 마치 미래의 나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미래의 내가 어떨지는 몰라도 분명히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아이가 것이라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누나가 직접 경험이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 교육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선 말부터 하겠다. 미국 학교를 가기 전에 나의 생각이 매우 많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배운 것들이 난이도가 내려가서 미국에서 배우는 알았는데 아예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한국에서 수학 5학년 때 나오는 게 6학년 미국에 나오고과학은 배우는 주제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배우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외우고 암기하고 학원 다니는 것을 많이 하는데 미국에선 학생들의 의견을, 주입식으로 답만 외우지 않고 개념과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개념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 싶었다( 잘함). 그걸 이해하려면 주인공처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여기 미국에선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공부를 많이 한다고 했다. 요리, 회로, 기타 등등. 이런 재미있을뿐더러 인생을 사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배우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역시 공부보단 의사소통이 중요하단 여기 미국에서 알려준다. 말을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누나는 대부분의 상황에 적응하는데 1 정도 걸렸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년이다. 그동안 적응하려면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얘기해야 한다는 안다. 그게 어려울 뿐이지. 정말로 외국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자동적으로 쭈그러든다. 이렇게 말을 하고서야 빨리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내가 사소한 실수를 하더라도 남들은 실수를 5분이면 까먹는다는 명심해야겠다. 영어에 관해서 생각하다 보니까 요즘 내가 생각이 점점 깊어지는 느낀다.

책을 읽다가 가장 감동받은 부분이 있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부분이었다. 내가 이별을 하지도 안았는데 벌써부터 뭔가가 우울했다. 나도 친구들과 친해지면 이별할 저런 기분이 들까 하고 의문이 들었다. 이별을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슬플 것이다 (친해질 있을지도 의문임). 그러면 좋겠다. 1 있었지만 미국의 자연에 정이 들어서인지 1 뒤에 돌아간다니 뭔가 묘한 슬픔이 있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까지 해봤다. 하지만 그런 나중에 생각해야지 벌써 생각할 필요는 없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까 독후감이 아니라 일기처럼 되어버렸네. 그만큼 주인공의 미국 생활에 공감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걱정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지금의 힘든 기분을 기억할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 좋다고 해도 나는 한국 가고 싶다고 징징대진 않을 것이다.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아 고민이 많은 청소년


2021년 2월 28일 일요일

연수일기 22.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Seaworld

2월 26일 금요일. 34일째 날. 오전에 BOA 미라 메사 지점을 방문했다. 처음 다른 지점을 방문했을 때 직원의 권유에 따라 checking과 saving 계좌를 각각 만들었었다. 미국 은행은 계좌를 유지하는 데 매달 수수료가 들지만 계좌에 일정 금액 이상을 유지하면 수수료 면제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1만불 이상 금액 유지가 조건이라고 들었는데, 이러한 조건도 계좌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데빗 카드를 만들 수 있는 checking 계좌에 두 종류가 있고, 수수료 면제가 가능한 minimum daily balance의 조건은 각각 1500불, 1만불이었다. 1만불 조건의 계좌는 saving 계좌와 묶어 관리가 가능하다는 등 몇 가지 혜택이 더 있었지만 길지 않은 연수 기간 동안 굳이 1만불을 계좌에 유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checking 계좌 종류를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는 계좌에 1500불 이상만 유지하면 수수료가 나가지 않는다. 

또한 지난 번 발급받았던 신용카드의 deposit을 3천불로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secured credit card는 deposit 금액이 한도가 되는데, 이러한 개념을 잘 알지 못해 처음 발급을 받을 때 deposit을 3백불로 설정해서 불편이 있었다. 한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본사의 고객 센터와도 통화를 해야 했지만 잘 변경이 되었다. 한국인 직원께 계좌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도 설명들을 수 있었다. 한 달 전,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태라 BOA에 처음 방문했을 때 한국과 다른 미국의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체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돈이 오가는 일에 흔히 쓰이는, 잔고를 의미하는 'balance'가 마이너스가 되거나 팁, 신용카드 결제 등에서 바로 반영되지 않는 것도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처음 계좌를 만들 때 되도록 한국인 직원을 찾아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점심에 나는 금요 연구 미팅에, 아내는 방문 학자와 유학생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UCSD에는 유학생 가족의 적응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craft를 할 수도 있고 ESL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자리에 참여해 비슷한 처지의 가족과 친분을 쌓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모든 것이 생소한 정착 초기 외로움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내도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zoom을 이용한 미팅이 아니라면 더 좋을텐데, 백신 접종이 신속히 진행되고 상황이 더 좋아져서 이런 자리에 직접 가서 참석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하교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Seaworld를 찾았다.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한 동물원에 이어 최근엔 Seaworld도 문을 열었다. 당분간은 주말에만 운영하고 미리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 입장 인원을 제한해서인지 관람객이 많지 않아 편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아직 실내 프로그램과 놀이기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동물 쇼 관람석도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띄엄띄엄 앉도록 하고 있었다. 범고래, 돌고래, 바다사자 쇼를 이어서 보았는데 나와 아내도, 아이들도 무척 즐거웠다. 나중엔 시기에 맞춰 다른 다양한 쇼도 열린다고 한다. 연간 회원권을 구입했으므로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올 수 있을 것 같다. 

기념품 샵에서 범고래와 바다사자 인형을 샀다. 딸아이는 갑자기 꿈이 돌고래 사육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몇 번이나 바뀔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꿈으로 삼을만큼 즐겁고 기억에 남는 일이 많기를 바란다.

범고래 쇼


2021년 2월 26일 금요일

연수일기 21. 포인트 로마, 가족 사진

2월 24일 수요일. 32일째 날.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 카브리요 국가 기념물 Cabrillo National Monument로 향했다. 미션베이를 지나 지도에선 다운타운의 왼편 아래로 비죽하게 튀어나온 포인트 로마 끝에 위치한 곳이다. 입구에서 국립공원 annual pass를 구입했다. 지난번 데스밸리에선 가이드 투어에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어 패스를 따로 구입하진 않았다. 80불 패스 1장으로 1년 간 차량 한 대가 국립공원과 국가 기념물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 코로나도 섬과 다운타운, 태평양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었다. Visitor center와 이곳을 처음 발견한 후안 로드리게스 카브리요의 동상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은 오늘도 학교 생활이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집으로 가서 쉬고 싶다며 오는 내내 투덜거린다. 참다 못해 한 마디 야단을 치니 얼굴이 굳어져 그 다음부턴 뒤켠에 멀찍이 떨어져 따라온다. 마침 썰물 때라 물이 빠진 타이드 풀에 내려갈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겁 없는 새 한 마리가 사이드 미러에 앉아 먹이를 달라는 듯 빤히 쳐다보며 기다리다 빵 조각을 던져주니 잘 먹는다. 아들은 새 사진을 찍으면서 기분이 좀 풀렸는지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타이드 풀은 해변을 싸고 있는 단층 지형 절벽 외에는 제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바위 해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지금 시기엔 포인트 로마 언덕 위에서 태평양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들과 고래가 보인다는 포인트에 한동안 서 있었다. 오늘 고래를 보진 못했지만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어려서부터 바람을 좋아했던 아이 표정도 조금 더 밝아진 것 같았다. 

포인트 로마 타이드 풀 


2월 25일 목요일. 33일째 날. 우리와 같은 날 미국으로 들어온 C 선생님 내외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같은 날 같은 비행기로 LA 공항에 도착했고, 같은 아파트에 집을 얻었다. UCSD 연수 시작 날짜도 같다 보니 그동안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다. 학교 1년 후배인 C 선생님과 이곳에서 이웃이 되니 졸업 후 20여 년 간 만난 적이 없었음에도 반갑고 든든했다. 한 달 동안 겪었던 어려움과 시행착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금새 시간이 갔다. 조만간 집에 식사 초대를 해야할 것 같다. 

아이들 책과 놀이감 등을 더 가져오지 못한 게 아쉬울 때가 많다. 아마존에 주문했던 모노폴리와 루미큐브가 오늘 도착했다. 아이들, 특히 딸아이의 심심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늦게 집 앞에서 가족 사진을 찍었다. 내년에 이곳을 떠나기 전에 같은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 보려고 한다. 그땐 아이들의 키도 생각도 많이 자라있지 않을까.


2021년 2월 25일 목요일

연수일기 20. 두 달째의 시작, 방과 후 교실 등록 취소

2월 22일 월요일. 30일째 날. 아이들이 일주일의 방학을 끝내고 다시 등교했다. 오전에 연구 계획서와 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리뷰했다. 연구 계획서를 완성했을 때는 플랜이 잡혀 있었지만 지난 여름 이후 한동안 들여다보지 못해 많은 부분을 잊었다. 연구 자료 중에 누락된 변수들도 다시 신청해야 한다. 감을 다시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당분간은 참고 문헌과 자료를 다시 살펴보며 연구의 밑그림을 머리에 입력하고 실제적인 분석에 필요한 변수를 추려내는 작업을 해야한다.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까지 걸었다. 2월인데 벌써 햇살이 뜨거웠다. 그래도 습도가 낮아 그늘에선 서늘하다. 바람이 꽤 불어 쌀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산책과 야외 운동을 하기엔 딱 적당한 날씨이다. 학교까진 빠른 걸음으로 이십 분 정도 거리라 산책 겸 다녀오기 맞춤하다. 돌아오며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을 이야기하기도 좋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기 전까진 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 되도록 걷기로 했다.

딸은 같은 반 친구와 단짝이 되었다. 한국어와 영어 양쪽을 잘 하는 아이와 친구가 되어 다행이다. 친구 어머니에게 예쁜 흰색 운동화도 선물 받았다. 작아서 한 번밖에 신지 못했다고 한다. 오후엔 처음으로 아파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다. 아들은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아직은 학교 생활이 힘든지 학교에 다녀오면 먼저 휴대폰부터 붙잡고 여간해서 다른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래도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열심히 하고 있다. 영어가 서툰 아이를 위해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과는 수업 내용이나 숙제를 다르게 구성해주신 것 같았다. 블랙 히스토리 먼스에 대한 에세이 숙제를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선생님께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언제까지 숙제를 해야하나요'란 질문을 영어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 막상 많이 사용하진 못했다고 하지만 번역 어플리케이션으로 할 말을 익혀가기도 하는 걸 보면 영어에 대한 고민이 많긴 한 것 같다. 


2월 23일 화요일. 31일째 날. 아침에 집에서 공원까지 아내와 함께 러닝을 했다. 집에서 출발해 공원을 두 바퀴 돌고 상가에서 커피를 받아 오면 3km 정도로 적당히 운동이 된다. 상가 건너론 잔디가 깔린 널찍한 언덕 아래로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한 터파기가 한창이다. 샌디에고도 집 값이 많이 올라서 다운타운 외곽에 주택이 점점 늘어간다고 한다. 

하교할 때 어제 등록한 아이들 방과 후 교실을 구경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적응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고민 끝에 등록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막상 교실을 둘러보니 한국의 돌봄교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고 여러 학년이 섞여 있어서 이곳에서 6학년인 아들이 즐겁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미리 설명을 하지 못해 영문도 모르고 따라온 아이들도 싫은 내색을 한다. 딸아이는 방과 후 교실에 가기 싫다며 울먹거려 안내하던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선택했지만 실제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영어를 못 하는 상황에서 학교에 너무 오랫동안 있는 것이 너무 큰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상의 끝에 결국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미 지불한 1인당 등록비 100달러는 환불되지 않는다. 조급함을 버려야 하는데 또 그러질 못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아이들이 되도록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고 느꼈으면 하는 지나친 바램이 때로는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 되곤 한다. 매일 선물처럼 주어지는 파란 하늘과 햇살, 시원한 공기와 바람을 느끼는 것. 이른 오후에 아이들과 바닷가 잔디밭에서 파도를 바라보는 것. 매일 네 식구가 저녁을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런 것들로 행복을 느끼고, 그것만으로 만족하면 안되는 걸까. 

방과 후 교실 문제로 시무룩했던 아이들과 아파트 수영장에서 놀았다. 풀이 넓어 아이들과 놀기도, 수영을 즐기기도 적당했다. 아파트 부대 시설이 좋아 다행이다. Gym과 다른 커뮤니티 시설까지 운영을 재개하면 아파트 내에서 운동하기가 훨씬 더 편해질 것 같다.

리조트... 가 아닌 아파트 수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