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1일 토요일

연수일기 103. 연구 모임 발표

7월 28일 수요일. 186일째 날. 시온 마켓에 들러 장을 봤다. 오전 일찍 가면 종종 괜찮은 채소나 과일을 무척 싸게 살 수 있다. 오늘도 채소와 과일, 그리고 다음 주 여행에 가져갈 즉석 식품들을 샀다. H 마트에 비해 전반적으로 상품 관리가 잘 안되는 느낌을 받는데, 오늘도 유통기한이 한달 지난 단무지를 발견했다. 

델 마르 Philz coffee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주문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체인으로 마크 주커버그가 좋아하는 커피로 유명하다. 샌디에고에도 세 개의 지점이 있다. 시그니처라는 민트 모히또는 나름 독특하고 향이 괜찮았지만, 라떼는 평범했다. 


7월 29일 목요일. 187일째 날. 딸아이 캠프에 아이스크림 트럭이 오는 날이라고 해 돈을 챙겨줬다. 

사람이 많은 공원이나 유원지에서 종종 아이스크림 트럭을 만나는데, 멀리 있거나 트럭이 보이지 않아도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트럭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기 때문인데, 모든 트럭이 비슷한 음악이다. 일종의 약속과 같은 건지. 뮤직박스의 스피커 버전쯤 되는 이 음악은 곡조가 다르더라도 금새 알아볼 수 있다. 가끔은 집에 있을 때도 들리는데, 현관 앞 도로로 나가보면 여지없이 그 트럭을 만나게 된다.

집에 데려오며 들으니 4불을 주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고 한다. 입이 짧아 아이스크림도 바닐라만 먹는 아이인데, 캠프에서 먹는 건 바닐라가 아니어도 괜찮았나 보다. 


7월 30일 금요일. 188일째 날.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더니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아프다고 하는 부위를 만지니 압통이 있었다. 지난 며칠 간 농구 캠프에서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 보니 무리가 갔나 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이번 주처럼 땀에 젖도록 점프를 반복해 한 건 처음이었을 테니까. 캠프 마지막 날이었지만 그냥 집에서 쉬도록 했다. 

오늘 온라인 미팅에선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일차 분석이 마무리 되었고, 이 결과를 잘 다듬어 논문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연구에 대한 것 외에 지난 몇 개월 간의 생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바다 건너에서 온 동양인이 짧은 기간 동안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을지 모르겠다. 발표가 끝나고 A 교수님이 미국에 가볼만 한 곳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는데, 너무 놀러다닌 이야기만 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중간에 한국에 대해 떠오르는 것 한 가지씩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식상한 질문이지만. 코리안 바베큐와 김치가 각각 한 명씩, 현대/기아와 삼성이각각 두 명씩이었다.(아직도 한국은 삼성과 김치의 나라…) 다저스의 팬인 심장내과 펠로우는 박찬호를 외쳤다. 테크놀러지라는 답도 있었다. A 교수님은 예전 한국에서 본 바위가 많은 산들에 대한 기억을, 나이가 가장 많은 C 교수님은 한국전쟁을 이야기했다. (BTS는 한 명도 없었다.)

저녁엔 미션베이 공원에 나갔다. 그동안 다운타운을 잇는 도로 옆의 공원은 여러 차례 보았지만 베이 중앙에 있는 베케이션 섬에 간 건 처음이었다. 델 마르 쪽 해변에 비해 그룹 모임과 파티가 많았고, 곳곳에 모닥불이 있었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하늘 빛과 노을은 한결같이 예뻤다.  

베케이션 섬의 저녁


2021년 7월 28일 수요일

연수일기 102. English-in-Action (EIA) 프로그램

7월 27일 화요일. 185일째 날. 지난 주부터 화요일 점심 시간에 EI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EIA는 UCSD에서 제공하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영어가 익숙치 않은 구성원에게 원어민과 정기적으로 대화할 기회를 준다. 첫 비용 80불을 내면 1년간 참여할 수 있다. (아래 링크 참고)

https://ispo.ucsd.edu/programs-workshops/programs-events/english-in-action.html#Do-you-want-to-work-with-a-conv

내게 매칭된 분을 지난 주에 이어 오늘 다시 만났다. Rob은 은퇴한 마취과 전문의로, UCSD 근처에 살고 있다. 장소는 UTC 몰이었다. 지난 주엔 한 시간을, 오늘은 한 시간 반을 대화했다. 그가 오늘 약속을 잊어 조금 늦었는데, 그래서 더 긴 시간을 머물러 준 것 같다. 

Rob은 백인이지만 중국인 step mom과 중국인 step daughter가 있다고 한다. 지나가는 이야기만 듣고선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겠다. 아주 오래 전에 한국인 여자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도 많은 것 같았다. 리스닝에 애를 먹는 나를 위해 항상 말을 또박또박 천천히 해주어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visiting scholar의 배우자도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아내도 신청한 상태이다. 외국에서 온 연구자나 학생에게 이런 프로그램은 꼭 필요하고, 실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 오기 전 한동안 캐나다 강사와 일대일 수업을 했었는데, 1시간에 비용이 6만원이었다. 그때의 2주 치 수업 비용으로 지금은 1년을 하는 셈이다. 1년 기간이지만 6개월 뒤 한국으로 돌아가면 수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귀국한 뒤에도 원격으로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1년 7월 27일 화요일

연수일기 101. 다시 썸머 캠프

7월 26일 월요일. 184일째 날. 이번 주 새로운 썸머 캠프 시작이다. 아들은 Masters sports 농구 캠프를, 딸은 Boys and Girls 썸머 캠프를 신청했다. 지난 주 YMCA 캠프는 물에서 하는 활동을 기본으로 포함해 다양한 활동이 있고, 강사들이 활발하고 친절해 만족도가 높았는데, 이번 주는 그에 비해선 아이들에게 조금은 밋밋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이전 요리 캠프와는 달리 일반 Boys and Girls 썸머 캠프는 개별 브랜치 모두에서 운영해서 집에서 가까운 polster 브랜치로 등록했다. 위치는 카멜 밸리 중학교 바로 옆이었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다는 안내를 받아 그 시간에 맞추어 딸아이들 데려다 주었다. 막상 가보니 실제 프로그램은 9시쯤 되어야 시작하는 듯 했다. 생각보다 건물이 번듯했고, 옆에 큰 체육관도 있었다. 체조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이 보이는 걸 보면 스포츠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는 듯 했다. 아들의 농구 캠프 장소는 학기 중에 하던 것과 같이 가까운 Pacific Highlands Ranch Community Park라 걸어서도 갈 수 있다.

오랜만에 의국 동기인 S 선생님 부부를 만나 원 파세오의 North Italia에서 점심을 먹었다. S 선생님은 삼성 서울 병원 소속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몇 년째 이곳 샌디에고 카멜 밸리에 살고 있는데, 올해 장기 연수를 UCSD에서 하게 되어 두 달 전 입국했다. 도착 후 겪어야 하는 정착 과정도 필요 없고,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으니 정말 잘된 일이다. 지난 주에 다녀왔다는 테네시의 내슈빌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그동안 지냈던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시간이 또 금방 간다. 내슈빌이 뮤직 시티라고 불리는 건 처음 알았다. 찾아보니 이 도시는 컨트리 음악의 고향이고, 라이브 바와 스튜디오가 무수히 많다고 한다. 언젠가 가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아들의 농구 캠프는 3시, 딸의 캠프는 5시에 끝난다. 농구 캠프에 또래 아이들이 있었으면 했는데, 아주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정말 농구만 열심히 했다고. 일주일 동안 농구 실력은 많이 늘 것 같다. 그나마 실내 체육관이 문을 열어서 한여름에 하루종일 야외에 있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Boys and Girls 캠프는 간단한 야외 활동과 게임, 피구와 같은 단체 놀이, 실내에서 하는 그림 그리기나 미술 활동 등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플레이스테이션도 했다고 한다. 아주 짜임새 있게 구성된 프로그램은 아닌 듯 했다. 한국의 방과후 교실이나 돌봄 교실의 느낌도 약간 들고. 

Boys & Girls club과 Gymnasium (사진 출처는 구글맵)




2021년 7월 26일 월요일

연수일기 100. 벌써 6개월

7월 24일 토요일. 182일째 날. 오늘이 LA 공항을 거쳐 샌디에고에 도착한지 딱 육개월째 되는 날이다. 1년 연수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가까운 해변에서 석양을 보고 간단히 기념 파티도 하려 했는데 나도 아이들도 피곤이 쌓여 내일 나가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운전을 너무 많이 했나 보다. 


7월 25일 일요일. 183일째 날. 콘보이의 Kura 스시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연어 초밥을 좋아하는 딸 때문에 지나가다 보이는 초밥 집이 있을 때마다 구글맵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다. 한국에 비해 스시와 초밥 가격이 너무 비싸 자주 먹기가 어렵다. 칼스배드에 있는 Mot'to Japanese Grill은 초밥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 그동안 즐겨 찾았던 식당이다. 그동안 이보다 나은 초밥 레스토랑은 찾지 못했다. 

Kura 스시의 연어 초밥도 그보다는 못했지만, 2pc 한 접시에 2.9불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른 다양한 초밥도 즐길 수 있어 괜찮았다. 따로 주문한 음식을 앉은 자리까지 서빙하는 자동 컨베이어 벨트가 재미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했다. 다음에 또 오게 될 것 같다.

식사 후 솔라나 비치에서 석양을 보기로 했다. 이사 후 가장 먼저 갔던 해변이라 그런지 더 정이 가는 곳이다. 그때가 샌디에고에 도착한 지 열흘쯤 되었었던가. 아름답기 그지없는 해변 모습에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에 대해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었었다. 오늘은 구름이 많았다. 바람이 세고 기온도 갑자기 떨어져 오래 머물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랄프스에서 조그만 케잌과 와인을 샀다. 이곳에서 보낸 반년을 되돌아보며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지내서 감사할 따름이다. 남은 절반 역시 안온한 일상을 누리면서도 즐겁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많은, 그런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2021년 7월 24일 토요일

연수일기 99. 코로나도 섬, 리틀 이태리

7월 23일 금요일. 181일째 날. 오늘은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코로나도 비치를 돌아보기로 했다. 비치 근처는 관광지라 항상 차가 많지만 아침이라 해변 도로 갓길에 빈 자리들이 있었다. 자리가 없을 때는 델 코로나도 호텔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빈 자리가 나니 그쪽에 주차를 하면 될 것 같다. 

코로나도 섬은 미국 서부에서 유명한 휴양지이고 호텔 숙박비와 물가도 비싼 편이다. 도심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집도 많았다. 부유층의 별장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도 비치는 모래사장이 길고 넓다는 것 빼고는 지극히 평범했다. 한국의 경포나 해운대 백사장을 사방으로 늘려놓은 느낌이랄까. 내게는 이곳보다 솔라나, 델 마르, 문라이트 비치가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해변 동쪽엔 샌디에고의 명물 중 하나인 델 코로나도 호텔이 있다. 1887년에 지어졌으니 130년이 넘은 호텔이다. 특징적인 붉은 지붕의 빅토리아풍 건물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여러 대통령과 유명 인사들이 휴양을 위해 찾았고 마릴린 먼로의 ‘뜨거운 것이 좋아’의 배경이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텔의 규모가 무척 컸다. 오랜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로비로 올라가는 복도엔 이곳을 찾은 베이브 루스, 마릴린 먼로 등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해변이 보이는 호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호텔의 명성에 비해 커피 맛은 평범했다. 메인 로비가 아름답다 들었는데 로비부터 바깥 주차장까지 공사 중이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기념품 샵은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아 볼만 했다. 

해변에서 본 델 코로나도 호텔

연구실에서 화상 회의 참석 후 캠프 끝나는 시간을 맞춰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두 녀석 다 일주일 내내 즐겁게 캠프에 참여했다. 마지막 날이라 아쉬운 눈치이다. 딸은 일주일 더 하면 안되냐고 하는데, 아빠 엄마도 이 캠프가 맘에 들지만 일주일 더 이렇게 왕복 운전은 못하겠구나. 그래도 덕분에 일주일 동안 또 다른 여행을 온 기분으로, 그동안 와보지 못했던 임페리얼 비치와 코로나도를 충분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녁을 먹기 위해 리틀 이태리에 들렀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동네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태리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모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레스토랑이 즐비한 메인 도로 외에 이름에 걸맞는 느낌을 주는 다른 것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파스타 맛은 괜찮았지만 아주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식당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외식을 하러 나온 현지인들 외에 관광객이 많고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 거리였다. 보라색 자카란다 꽃이 가득해진다는 봄철에 오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토요일 낮에 와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리틀 이태리 입구

2021년 7월 23일 금요일

연수일기 98. 임페리얼 비치 Imperial beach

7월 21일 수요일. 179일째 날. 어제와 같이 아침에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다 주고 일을 하다 오후에 아이들을 픽업해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엔 공원을 산책했다. 여름이 되니 해가 저문 뒤 날씨가 산책하기 참 좋다.


7월 22일 목요일. 180일째 날. 오늘은 임페리얼 비치 Imperial beach를 돌아보기로 했다. 임페리얼 비치는 이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해변의 이름이기도 하다. Trident coffee에서 커피를 마시고,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 입구 공원에 써핑 보드 모양과 비치의 이름으로 장식한 게이트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조형물을 통과해 똑바로 가면 해변을 지나 바다로 길게 뻗은 피어 위를 걸을 수 있다. 피어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은 그동안 갔던 호수들과는 달리 낚시를 하는 데에 license는 필요 없어 보이는데, 낚싯대를 사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해변 입구

모래밭에 파라솔을 세우고 비치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오전을 보냈다. 가까운 바다에도 파도가 높았다. 아들이 지난 주에 써핑했던 문라이트 비치보다 이곳의 파도가 더 세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다. 피어 주변에선 높은 파도를 타는 써퍼들을 볼 수 있었다. 

점심을 먹을 곳을 찾으며 메인 스트리트를 걸었다. 아주 작은 동네라 메인 스트리트라고 할 것도 별로 없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느낌이었지만 그 한가로움이 좋았다. 수제 기념품 가게에서 서핑 보드 모양의 마그넷을 샀다. 점심은 Mike Hess Brewing에서 맥주를 곁들인 타코를 먹었다. 이 맥주 회사는 2010년에 미라마르에서 작은 브루어리로 시작해 지금은 샌디에고 내에 다섯 개의 지점이 있다고 한다. 이곳 임페리얼 비치의 지점에선 안주로 타코를 주로 팔았다. 맥주는 물론이고 피쉬 타코도 훌륭했다. 지금까지 브루어리 여러 곳을 갔는데 대부분 특색이 있고 맛있었다. 샌디에고의 수백 개의 브루어리 중 얼마나 더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부지런히 찾아가야겠다. 

피쉬 타코에 맥주!

오후엔 도서관에 들렀다가 아이들을 픽업했다. 어디든 가까운 곳에 책을 읽거나 일하기 편한 도서관이 있는 게 참 좋다. 도서관 서점에서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중고책 몇 권과 50센트 페이퍼백 두 권을 샀다. 


2021년 7월 20일 화요일

연수일기 97. YMCA 썸머 캠프, 샌디에고 베이

7월 19일 월요일. 177일째 날. 이번 주엔 아이들 둘 다 YMCA 캠프에 간다. 샌디에고 근처의 YMCA 캠프는 세 곳이 있는데, 두 곳은 Julian 근처로 꽤 멀리 있고 나머지 한 곳은 임페리얼 비치 Imperial Beach에 있다. 임페리얼 비치도 카멜 밸리에선 35마일, 40분이 걸리므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YMCA에서 운영을 하는 캠프라 오랫동안 검증이 되었고 시스템도 괜찮을 것 같아 (거기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 선택한 캠프인데, 아침 일찍 애들을 깨워 일곱시 반에 출발해 먼 거리를 운전할 생각을 하니 좀더 가까운 캠프에 등록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곳 캠프는 Camp Surf란 이름으로 불린다. 위치가 바닷가라 물에서 하는 활동이 많고 이 비치가 워낙 써핑으로 유명하다 보니 이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캠프 활동도 매일 반나절은 써핑을 포함한 워터 스포츠가 포함되어 있다. 직접 가서 보니 캠프장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해변과 접한 넓찍한 부지에 여러 채의 랏지와 액티비티를 위한 공간이 배치되어 있었다. 데이 캠프 뿐 아니라 숙박을 할 수 있는 캠프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시설을 보니 기회가 된다면 이런 캠프에 참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에 따라 네 개의 반으로 나뉜다. 오전, 오후 중 하나는 써핑을 하고, 나머지는 크래프트, 클라이밍, 필드 게임, 활쏘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계가 잘 잡혀이고 강사들도 수가 많고 경험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점심과 간식을 준비하도록 안내 받았지만, 간단한 점심과 스낵이 나오기도 해서 입이 짧은 아이가 아니면 음식을 많이 준비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아들은 첫날 점심으로 나온 브리또와 간식을 잘 먹었다. 

Camp Surf 입구


오늘은 캠프 프로그램이 끝나는 오후 세시 반까지 샌디에고 베이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각자의 반에 맡기고 일단 가까운 Trident coffee 에서 커피를 마셨다. 코로나도와 임페리얼 비치에 각각 지점이 있는데 콜드브루 커피 맛이 훌륭한 곳이다. 임페리얼 비치 지점은 샌디에고 베이 야생동물 보호 지역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강을 따라 코로나도까지 이어진 바이크 웨이도 이곳을 지나는지라 자전거를 타다 들러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샌디에고 만의 부두 쪽으로 차를 몰았다. Victory Kiss, Midway Museum, Maritime Museum을 지나쳐 Waterfront park까지 천천히 걸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샌디에고에 여행을 왔다면 진즉 왔을 곳인데 어쩌다 보니 여섯 달이 되어가는 지금에야 오게 되었다. 오늘은 겉에서만 보았지만, 두 뮤지엄은 나중에 아이들과 관람을 해도 좋을 것 같다. 

Victory Kiss

점심을 먹기 위해 코로나도 다리를 건너 Coronado brew pub에 들렀다. 코로나도 브루어리는 미션 베이, 코로나도 섬, 임페리얼 비치, 이렇게 세 곳에 지점이 있다. 1996년에 이곳 작은 브루 펍으로 시작해 지금은 미국 전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한 맥주이다. IPA와 hazy IPA 두 잔을 시켰다. 맛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펍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Centennial park에 서니 건너편 샌디에고 만의 요트 항구와 컨벤션 센터, 고층 호텔들이 이어진 스카이 라인이 보인다. 오른쪽 코로나도행 페리가 정박하는 피어 아래 작은 모래사장에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Coronado brew pub

캠프가 끝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Imperial beach library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곳 도서관도 앤시니터스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샌디에고 카운티 도서관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도서관 내부 생김새가 비슷하고 도서관 밖에 중고 서점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앤시니터스 도서관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과 공간이 전체의 절반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아이들과 오기에 좋아 보였다. 

Imperial beach library

캠프 첫날을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했는데 둘 다 재미있었다고 한다. 지난 주에 써핑을 하는 오빠를 보고 딸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이번 캠프에서 배울 수 있어 더 즐거운가 보다. 


7월 20일 화요일. 178일째 날.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다 주고 연구실에 갔다가 캠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임페리얼 비치에 가 아이들을 태우고 집에 돌아왔다. 집 - 임페리얼 비치 - 라호야 - 임페리얼 비치 - 집까지 자그마치 120마일의 거리이다. 따져보니 서울 - 천안을 왕복한 셈이었다. 오늘도 아이들은 즐거운 하루를 보냈고, 이곳 캠프는 모든 것이 좋다. 집에서 지나치게 거리가 멀다는 것만 빼면. 

점심 시간엔 이번 주부터 새로 시작한 English in Action (EIA)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UCSD에서 제공하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으로, 매주 한 번씩 1:1 영어 대화를 할 수 있다. 내게 매칭된 대화 상대는 은퇴한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었다. 당분간 화요일마다 만나기로 했다. 

2021년 7월 19일 월요일

연수일기 96. 아들과 미용실

7월 18일 일요일. 176일째 날. 아들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갔다. 그동안 두 번 아내가 직접 아들 머리를 잘랐는데, 처음 치고 결과가 나쁘지 않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내도 아들은 녹초가, 끝나고 난 자리는 머리카락 투성이가 되는지라 이번엔 그냥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미라 메사와 콘보이에 있다고 들었는데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시온 마켓에 있는 한국인 미용실은 후기가 좋지 않았다. 미라 메사에 있는 미용실들 중 하나를 선택했다.

미용사는 중국인 아주머니였는데,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아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걸 싫어한다. 너무 짧게 치진 말아달라. 귀밑 머리도 밀지 말아달라.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설명했는데 이해가 안되었는지 결국 벽에 걸린 스타일 사진을 보고 고르라고 한다. 아들의 이전 헤어스타일과 최대한 비슷해 보이는 사진을 골랐다. 아내와 구석에 앉아 기다리는데, 아뿔싸, 미용사가 손에 든 바리깡을 관우가 청룡원월도 휘두르듯 가차없이 움직인다. 바리깡이 몇 번 왔다갔다 하자 벌써 옆머리가 훤해졌다. 아내도 나도 당황스러웠지만 가장 심각해진 건 역시 머리를 맡긴 아들 본인이었다. 멀리서도 동공지진이 생기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나중엔 그냥 체념한 표정이었다. 지난 6개월 간 수북히 자랐던 머리칼의 절반 이상은 잘라낸 듯 했다. 머리가 많이 자라서 그랬는지, 아님 꼼꼼한 미용사 분이였는지 가위질을 꽤나 세심하게 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16불에 이 정도 솜씨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실을 나와 다음 주 새 캠프를 위해 딸의 써핑 수트와 스포츠 가방을 샀다.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아들은 별 말이 없다. 나중에 말하기론, 자른 머리를 보고 옆에 샌드백이라도 있었음 싶었단다. 아내나 내가 보기엔 이마를 훤히 드러낸 짧은 머리도 괜찮아 보였다. 사실 예전에도 짧게 자르라고 살살 꼬드긴 적이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던지라 속으론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금방 익숙해지면 기분도 나아지겠지 하면서도 오죽 자기 머리가 마음에 안들었으면 저럴까 싶어 짠한 마음도 든다. 

샤워를 하고 짧아진 머리가 어색한지 거울을 요리조리 들여다보던 아들이 빙긋 웃으며 한마디 했다. 

“자꾸 보니까 잘 생긴 것 같은데?”

그래. 우리 십대 청소년. 해맑고 단순해서 좋네. 

2021년 7월 18일 일요일

연수일기 95. 델타 변이

7월 16일 금요일. 174일째 날. 연구 미팅 중간에 최근 covid-19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속적으로 호전을 보이던 관련 지표들에 최근 변화가 생기면서 낙관적이던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몇 개월 전과 비교하면 훨씬 적은 숫자이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최근 2-3주 동안 새 환자와 입원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데, 첫 번째는 백신 접종률의 둔화이다. CDC의 아래 링크에서 백신 접종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 날짜로 전체 미국 인구의 48.8%, 18세 이상 인구의 59.6%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엄청난 수치이긴 하지만,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던 한두 달 전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되었음을 느낀다. 

https://covid.cdc.gov/covid-data-tracker/#vaccinations

두 번째 이유로는 델타 변이가 꼽힌다. 뉴스에선 연일 변이 문제를 보도하고 있다. 델타란 이름이 붙은 이 변이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새로운 빌런으로 등극하는 모양새이다. 이전에 생겨났던 변이들보다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백신의 효과도 떨어진다고 한다. 델타 변이에서 화이자 백신의 효과가 67%에 불과하다는 이스라엘 연구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연구 미팅에서 공유된 캐나다 연구 결과를 보면 그 정도는 아닌 듯 하다. 이 자료에선 화이자 2회 접종 시 87%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21일 업데이트. NEJM에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논문을 보면, 델타 변이에 대해 화이자 백신은 1회 접종 35.6%, 2회 접종 88.0%의 효과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회 접종 30%, 2회 접종 67%의 효과를 보였다.)

전파력과 백신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델타 변이는 치명률도 높을까?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입원과 사망 숫자를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새로운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부수적으로 입원과 사망 사례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치명률을 따지려면 새 환자에 대한 입원 또는 사망의 비율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델타 변이가 일찌감치 활동을 개시한 영국의 아래 자료를 참고하자면, 이 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 자료에서 입원과 사망에 대한 백신의 효과도 변이 이전과 이후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결국 어떤 빌런이 등장하든 현재까지는 빨리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과. 

By The New York Times | Source: Public Health England

이번 주 캠프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들의 써핑 캠프에선 피자를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많은 캠프들에서 금요일에 피자를 나눠 먹는데, 해변으로 공수되는 피자 박스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일 듯 하다. 아이들의 여름 캠프야말로 피자 가게들이 호황을 누리는 대목이 아닐까. 


7월 17일 토요일. 175일째 날. 아침에 아파트 풀에서 수영을 했다. 여름이 되면서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아침엔 여전히 한적해서 조용히 수영하기 좋다. 오후엔 아이들과 공원을 산책했다. 

2021년 7월 16일 금요일

연수일기 94. 파도타기

7월 13일 화요일. 171일째 날.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다 주고 오늘은 앤시니터스 도서관에서 일을 했다. 연구실이 아닌 곳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이럴 땐 도움이 된다. 

H 선생님 가족과 저녁을 먹었다. 딸의 생일은 지난 일요일, 우리 딸보다 한 살이 적은 H 선생님 첫째 아이의 생일은 내일이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함께 조그만 파티를 해주기로 했다. 딸은 오후 내내 종이를 오리고 붙여 동생의 생일 선물을 만들었다. 우리는 식사를 준비했고, H 선생님은 케잌과 생일 풍선을 가져왔다. 다 같이 풍선을 불어서 벽에 붙이니 파티 분위기가 그럴듯하게 완성되었다. 


7월 14일 수요일. 172일째 날. 딸은 매일 요리 캠프에서 두어가지 음식을 만든다. 수업이 끝나면 그 중 하나씩은 손에 들고 교실을 나선다. 오늘은 기름에 튀긴 또띠야에 설탕을 바른 간식을 들고 나왔다. 내일은 몽고식 볶음 라면을 만들거란 소식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몽고식'이 아니라 '라면'에 방점) Boys & Girls club 지점 중에 키친이 있는 곳은 이곳 뿐인 것 같다. 키친과 건물 뒤편에 있는 정원 공간을 엮어서 건강한 생활 습관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아이들의 요리 수업도 그런 일환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키친 입구 위의 'Center for a Healthy Lifestyle'이란 현판이 눈에 띄었다. 교실을 살짝 엿보니 칠판에 분필로 무언가 가득 적혀있다. 요리 레시피와 특성에 대한 내용인 것 같다. 뒤편의 정원에 심어진 과일 나무에서 복숭아나 레몬을 따 요리 재료로 쓰기도 했다. 요리 재료를 준비하고, 수업을 듣고, 요리를 직접 만들고 맛을 보는 과정이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첫날 만들었던 계란과 야채로 만든 머핀은 사실 아내가 종종 집에서 만들었던 음식인데, 딸은 이전엔 손도 대지 않았지만 이번에 자기 스스로 만든 음식은 맛있게 먹었다. 요리 교실은 음식에 picky인 아이들의 교정 프로그램으로 적당하다. 한국에서도 방과 후 요리 교실을 즐거워 했었는데 이번 요리 캠프도 너무나 좋아한다. 다음 학기에도 요리를 할 수 있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프로그램 내용과 가격을 생각해보니 한국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참으로 혜자가 아닐 수 없다.)

Center for a Healthy Lifestyle

아들은 파도를 이기고 써핑 보드를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은지 오늘은 좀 힘들어 보인다. 물 위에 뜬 보드를 누르느라 평소 안쓰던 근육을 써서 팔이 아프다고 앓는 소리를 한다. 여기 햇살은 어디서나 강하지만 바다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며칠 새에 얼굴이 까맣게 탔다. 


7월 15일 목요일. 173일째 날. 앤시니터스의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Better Buzz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거리를 둘러보았다앤시니터스는 인접한 칼스배드, 솔라나 비치나 델 마르와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아마 도시를 가득 메운 써핑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이 도시는 바다와 써핑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듯 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써핑 샵과 써핑 보드를 쉽게 만나고, 골목 곳곳에 써핑을 소재로 한 벽화와 예술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앤시니터스의 Swami's beach는 세계 5대 써핑 비치에 속한다고 한다. 비치 보이스의 Surfin' U.S.A의 가사에도 등장한다. (이 노래 가사에 나오는 열 다섯 개의 비치 중 다섯 개가 샌디에고 카운티에 있다.)



태초에 써퍼가 있었나니


써핑 캠프가 끝나기 전 바닷가에 앉아 아이들이 파도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얕은 바다에서도 밀려오는 파도가 제법 높았다. 가끔은 어른 키만한 파도도 오곤 했는데, 아들은 캠프 첫 날 가까이서 높은 파도를 보고 쓰나미가 오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 겁이 났다고 했다. 

보드를 밀고 몇 번씩 파도를 넘어 허리춤 정도의 깊이에서 파도를 기다린다. 아직은 보드를 다루는 게 서툴러 더 깊이 가면 보드에 올라탈 수 없을 것이다. 몇 차례의 파도를 보내고 적당한 크기의 파도가 오는 것을 확인하면, 기슭 쪽으로 뒤돌아 보드에 올라타 엎드린 뒤 양팔로 열심히 노를 젓는다. 파도가 꽁무니까지 오면 보드 위에 두 다리를 얹고 균형을 잡아 일어선다. 먼 바다의 써퍼들이 타는 커다란 파도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작은 파도라 해도 보드 위에 선 아이를 기슭까지 실어나르기엔 충분하다. 


아이들이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보는 것 만도 즐거웠다. 보드 위에 서서 밀려오는 포말과 함께 미끄러질 때의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파도를 한 번 타려면 보드를 끌고 한참을 나가야 하고 몇 번을 넘어져야 하지만, 그 과정이 있기에 파도를 탔을 때 더 짜릿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