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화요일. 332일째 날. 이번 주부터 많은 학교가 방학을 시작해서인지 아침 출근길 도로에 차가 줄었다. 이미 휴가를 떠난 이들도 많은 것 같다. 나도 올해 연구실에 나가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C 박사님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C 박사님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분으로, UCSD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고 계신다. 샌디에고에서 사는 이야기나 실리콘밸리,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왔고, 올려주신 정보를 통해 생활에 도움도 받았다. 그동안 가끔 댓글만 다는 정도로 아는 척을 하다 떠날 때가 가까워오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회가 마련되어 다행이다.
약속 장소는 Cutwater Spirit이었다. 샌디에고 최초의 distillery(증류주 제조장)라고 하는데, 발라스트 포인트를 포함해 브루어리가 모여있는 미라마르에 있다. 주변의 브루어리보다 조금 더 힙하고 세련된 분위기였다. 증류주 기반의 칵테일이 주 메뉴로, 메뉴의 첫 번째에 있는 vodka mule, 다음으론 margarita를 시켰다. 캔으로 만든 칵테일은 일반 마트에서도 판매한다고. 칵테일도, 안주로 시킨 음식도 괜찮았다. 알고보니 이곳은 발라스트 포인트의 창업자인 Yuseff Cherney가 세운 곳이었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Cutwater Spirit 칵테일 |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C 박사님과 샌디에고에서의 생활, 가족, 맛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발라스트 포인트와 Cutwater Spirit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도 들었다. 자세한 스토리는 링크 참고. 발라스트 포인트를 $1 billion이란 어마어마한 가격에 매각한 뒤 곧바로 이 distillery를 오픈했는데, 매각 당시 계약에 조건을 걸어서인지 이곳에선 맥주는 제한된 종류만 팔고 있다. 낮 시간에 오면 가끔 바에서 창업자인 Yuseff Cherney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고 한다.
12월 22일 수요일. 333일째 날. 귀국해 가족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칼스배드 아울렛을 방문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에 많은 매장에서 50퍼센트 이상 할인을 하고 있다. 덕분에 폴로 매장에서 괜찮은 가격의 티셔츠를 여러 벌 샀다. 한국을 떠날 때 여러 사람에게 고마운 도움을 받았기에 돌아가서 답례를 해야 할 분들도 많다. 선물을 뭘 해야 하나 아내가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대부분 해결해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아들의 스케이트 보드 수업에 강사인 Mike가 나타나지 않았다. 미리 연락 없이 수업을 빵꾸내는 게 최근 들어 두 번째이다. 문자에도 답이 늦고 통화 연결도 잘 안된다. 뒤늦게 문자에 답이 오긴 했다. 아들의 스케이트 보딩 실력은 제법 늘었다. 수업 내용과 방식엔 문제가 없고 아들도 Mike를 좋아하지만, 성실함은 부족한 것 같다. 패키지로 예약한 수업은 이제 두 번이 남았을 뿐인데, 기간이 더 남았다고 해도 수업을 계속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