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일요일. 316일째 날. 라호야의 글라이더 포트에 가보기로 했다. 바다와 맞닿은 언덕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실제 하늘을 난다면 더 좋겠지만 파란 하늘을 떠다니는 패러글라이더만 봐도 좋을 것 같다. 코스트코에서 간단히 장을 보며 주유를 하고 인앤아웃에서 버거를 산 뒤 라호야로 이동을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오후 네 시가 넘었다. 해가 질 시간이 가까워서인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고, 하늘을 날고 있는 글라이더(무동력 비행기) 모형 한두 개만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 좀더 이른 시간에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12월 6일 월요일. 317일째 날. 오전에 Cardiff-by-the-Sea 카디프 바이 더 시 도서관에서 논문 원고를 썼다. 샌디에고 카운티 도서관 중 하나이다. 이곳은 처음이었는데 아담하고 깔끔한 건물과 실내가 마음에 들었다. 도서관 앞의 Pipes cafe에서 브런치를 먹고 San Elijo State Beach 샌 엘리요 스테이트 비치를 잠깐 산책했다. 해변 캠핑장엔 RV 몇 대와 텐트들이 있었다. 몇 발짝만 걸으면 바다이고 깨끗한 화장실도 가까이 있어 캠핑 하기엔 아주 좋을 것 같다. 바닷 바람을 쐬다 심심하면 카페에 걸어가 맛있는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어도 좋겠다. 한국의 어느 해변에 이런 곳이 있다면 이렇게 한적한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Cardiff-by-the-Sea Branch Library |
해변 앞의 서퍼 동상. 뒤에 새겨진 시 제목은 Magic Carpet Ride |
아들의 농구 수업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당분간 윈터 브레이크가 있고 1월 중순에 새 시즌이 시작되어 더 등록하긴 힘들 것 같다. 가끔은 수업 가는 걸 귀찮아 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했던 수업이라 아들도 마지막 수업이 못내 아쉬운 눈치이다.
12월 7일 화요일. 318일째 날. 비가 오고 날씨가 쌀쌀해졌다. 딸을 학교에서 데리고 와 집에서 다른 일을 하다 학교 선생님의 메일을 받았다. 오늘 딸이 교실에서 필통을 바닥에 던지고 울었다고 한다.
놀란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나와 이유를 물었다. 네 명이 앉은 책상에 함께 앉은 남자 아이가 책상에 선을 긋고 자신을 밀어냈다고 한다. 책을 펴지 못할 정도로 선을 그어서 책과 학용품을 가지고 바닥으로 내려가 앉았는데(여기 교실에서 아이들은 종종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는다) 그 아이가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말했고, 딸은 그 행동에 화가 폭발해 필통을 바닥에 던지게 되었다고. 그 남자 아이는 지난 학기에도 같은 반이었는데, 그때부터 종종 짖궂은 행동을 했다고 한다.
딸은 오빠에 비해 감정적이고 아직은 감정을 제어하는 데에도 서툴러서 가끔 분을 참지 못하고 과한 행동을 한다. 겨우 아홉 살이니 당연할 수도 있다. 선생님도 당부하셨지만, 교실에서 물건을 던지는 건 해서는 안되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한번 더 이야기해 주었다. 앞으로 그런 행동을 다시 하지 않기로 약속도 했다. 한편으론 아이가 좀 안쓰럽기도 했다. 한국에서처럼 말이 쉽게 통하는 상황이었다면 먼저 말싸움을 해서 감정을 누그러뜨렸을 수도 있었을텐데. 화가 난 마음을 표현하고 그 아이에게 따지기 어려우니 순간 욱하는 행동이 더 나왔을 것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작은 동양 여자 아이라 그 아이가 더 우습게 본 건 아닌지 걱정도 조금 되었다. 캘리포니아의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차별이나 따돌림은 드문 일일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 보고 들은 일들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선생님께 딸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를 주겠다고 메일로 말씀드렸다. 더불어 그 아이의 평소 행동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고 앞으로 잘 지켜봐달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