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수요일. 193일째 날. 숙소 근처의 Butter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그랑테턴 국립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Craig Thomas Discovery and Visitor Center에서 국립공원 스탬프를 찍고 마그넷을 샀다. 숲에 둘러싸인 비지터 센터 건물이 아름다웠다.
근처의 Chapel of the Transfiguration에 들렀다. 1925년에 지어진 이 교회는 예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규모로, 지금도 여름 동안 일요일마다 예배를 연다. 가끔은 특별한 결혼식을 하는 장소로도 쓰인다고 한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제단 뒷편의 창에 마치 액자 속 그림처럼 그랑테턴 산맥이 담긴다.
Chapel of the Transfiguration |
다음 목적지는 Jenny lake이다. 호수 주변을 도는 트레일 코스가 있지만 주차장 근처만 짧게 걸었다. 호수 건너편으로 가는 보트도 운행했지만 우린 타진 않았다. 물이 정말 맑았다. 이후 옐로스톤에서 여러 호수를 보았지만, 가장 아름다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에게 최고는 역시 요세미티의 테나야 호수) 기슭은 잔 돌이 깔린 바닥이 부드러워 앉거나 누워 쉬기도 좋았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물이 찬 편이라 오래 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Jenny Lake |
물놀이를 하기 위해 좀더 윗쪽에 있는 String lake에 갔는데 주차장이 만차여서 Snake River Overlook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곳에 가려면 국립공원 입구로 다시 나와야 한다. 1942년에 사진가 Ansel Adams가 찍은 사진으로 유명한 지점이다.(이 사진가의 박물관이 요세미티에 있었다.) 사진에선 그랑테턴 산맥 아래로 굽이굽이 흐르는 스네이크 강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은 나무들이 강을 가려 사진과 같은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이곳을 지나는 길이 아니라면 굳이 시간을 내어 들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String lake로 다시 돌아와 물가에 자리를 잡았다. Jenny lake보다 작은, 호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호수이다. 카약을 가져와 타는 사람들이 많았고, 물이 덜 차가워서인지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수영복을 갈아입은 아이들은 금새 물에 뛰어들었다. 나도 함께 한 시간쯤 물놀이를 했다. 종이컵으로 작은 피라미도 잡으며 놀았다. 한국에는 수영을 할 수 있는 호수가 거의 없지만 이곳에선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놀이 후 물고기 잡기 |
숙소에 가는 길에 Signal Mountain에 올랐다. 테턴 파크 로드를 따라가다 우측으로 난 샛길로 4마일 정도 다시 올라가면 꼭대기까지 올라 스네이크 강과 너른 평원을 조망할 수 있다. 오늘은 105마일을 운전했다. 숙소인 Jackson lake lodge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바에 나와 산맥 너머로 저물어가는 저녁 해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레스토랑, 바, 기프트샵이 있는 랏지 2층의 홀은 전면이 창이고, 이를 통해 평원 너머 멀리 그랑테턴 산맥을 볼 수 있다. 홀과 연결된 뒤뜰의 야외 좌석과 잔디밭에서도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Blue Heron이란 이름의 바는 국립공원 랏지 안의 공간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한 분위기의 멋진 곳이었다. Blue heron(왜가리)은 인디언에게 인내와 행운, 그리고 스스로의 삶이 번영할 것에 대한 믿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여행객들은 칵테일과 맥주잔을 들고 혼자, 또는 삼삼오오 모여 노을진 하늘과 그림같은 풍경을 늦도록 바라보았다. 다들 방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보였는데 내 마음 때문에 더 그리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맥주 향에 취했을까 풍경에 취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