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체중을 한꺼번에 줄여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처음엔 체중이 잘 빠지다가 빠지는 속도가 줄어드는 정체기를
겪어보았을 것이다. 대개 정체기에 접어들면 ‘내 마음이 좀
느슨해졌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식사량을 더 줄이거나 과도한 운동을 하게 되지만, 이전만큼 효과는 없으며 조금 줄어든 체중도 다시 며칠 전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 동안 줄어드는 체중계 눈금과 허리띠 사이즈를 보며 느꼈던 즐거움과 보람은 사라지고, ‘지금까지
해 왔던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해진다. 이러한
시기가 지속되면 ‘내 한계는 여기까지 인가보다’하고 자책감도
들고, ‘또 실패했구나’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체중을 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체중 감량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은 다이어트 방법과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저열량식사(1200-1500kcal)를 6개월 하면 체중은 5-6% 정도 빠지고, 초저열량식사(800kcal 미만)의
경우는 10-12% 정도 빠지는데, 이때 다시 정상적인 식사를
하게 되면 체중은 1년 이내에 다시 체중 감량 전, 또는
그 이상으로 찌게 된다. 저열량식사를 계속한다고 해도 체중은 대개 다시 증가하여 4년이 지나면 원래 체중으로 거의 돌아오게 된다. 요요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체중 감량 후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체중을 10% 이상
감량한 후 최소 1년간 감량한 체중상태를 유지했을 때’ 성공적으로
감량 체중을 유지했다고 말한다. 외국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 중 이러한 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은 대개 20% 미만이었다. 결국 원래 체중의 10% 이상을 뺐다고 하더라도 1년이 지나면 이중 8-9명이 원래 체중에 가깝게 돌아간다는 말이다.
다이어트를 했을 때 체중이 빠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체중이 빠졌다가도
결국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우리 몸 안에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절 시스템이 존재하며, 체중이
변화 했을 때 이러한 조절 시스템의 스위치가 켜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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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 이후 5년 동안의 체중 변화 * 출처: Wadden T. A., 1993
(VLCD : 초저열량식사,
BMOD: 행동수정요법, Combined: 초저열량식사+행동수정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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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체중이 더 줄지 않을까?
우리 몸은 기존의 체중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실제로
체중이 변화할 만한 장기적인 원인이 없는 이상 성인에서 체중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며칠간
감기 몸살이나 장염을 앓고 체중이 빠졌더라도 병이 나은 다음 1-2주 이내로 빠진 체중이 회복되며,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로 밥을 잘 못 먹어 체중이 빠졌더라도 시험이 끝나면 금새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매일매일 먹는 음식과 양이 다르고 활동량도 같을 수 없을 터인데 말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20년간 10% 가량의 체중이 증가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일반적으로 근육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지방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매우 적은 변화이다.
-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균형
일정한 체중은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 사이의 균형의 산물이다.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60-70%는 숨을 쉬고, 혈액을 순환시키고, 위장을 움직이고, 체온을 유지하는 등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쓰이며, 의도적인 활동에 의한 소비는 30%에 불과하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늘릴 수 있는 에너지 소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 쓰이는 에너지 소비량을 휴식기 에너지 소비량(Resting Energy Expenditure,
REE)이라 부르는데, 이는 흔히 말하는 기초대사량과 비슷한 개념이다. 에너지 소비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휴식기 에너지 소비량(REE)의
경우 작은 변화도 에너지 균형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게 먹어서, 즉 에너지 섭취를 줄여서 살을 뺐을 때 생기는 문제는
체중이 줄어듦에 따라 이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휴식기 에너지 소비량(REE)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몸은 이러한 변화를 ‘비상 사태’로 받아들이고 에너지를 적게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소비량의 감소로 에너지 대사는 균형을 맞추고 이에 따라 체중은 감소를 멈춘다.
다시 식사를 줄이면 체중 역시 줄어들 수 있지만, 곧 에너지 소비량이 다시 감소해 에너지
대사의 균형을 맞추므로 체중은 얼마간 감소하다 또 다시 정지한다. 체중을 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중 감량 속도가 줄어드는 일차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체중을 뺄 때 동시에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휴식기 에너지 소비량(REE)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제지방량(fat-free mass)이다. 제지방량이란 우리 몸에서 지방을 제외한
부분인데, 근육이나 뼈가 여기에 해당한다. 뼈는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근육량 변화가 휴식기 에너지 소비량(REE) 변화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똑같이 10kg를 빼더라도 근육량을 유지해준다면 에너지 소비 감소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체중 감량을 할 때 적절한 근력 운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호르몬에
의한 항상성 유지
최근의 많은 연구 결과들을 통해 여러 종류의 호르몬이 에너지 대사와 체중을 조절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렙틴(leptin)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며 뇌에서 일종의 ‘식욕억제호르몬’으로 작용한다. 체중이 증가해 지방세포가 늘면 렙틴 분비도 늘어, 배고픔 신호를 감소시켜 음식 섭취가 줄고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도록 한다. 렙틴의
이러한 작용은 체중과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만, 결국 체중 감량 후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체중 감량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보상 작용으로 렙틴 분비가 줄면서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배고픔 신호가 강해진다.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본능적 반응을 잘 극복해야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는데, 방법은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다. 이전에 먹던 양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중간에 배가 고프면 간단한 간식을 먹어 하루 5-6끼를 먹는다. 이렇게 하면 우리 몸은 위기감을 덜 느끼고, 기초대사량 역시 떨어지는
폭이 작아진다. 동시에 빠르게 걷기와 같은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렙틴의 작용을 개선시켜
요요현상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감량 체중 유지를 위한 생활 습관
어떻게 하면 요요현상 없이, 빠진 체중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앞에서 본 우리 몸의 체중 유지 기전을 잘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체중 감량이라는 과제가 장기전을 필요로 한다면, 평소
어떠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느냐가 그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감량한 체중을 성공적으로 유지한 사람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활습관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이러한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요요현상 없이 체중을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l 열량과 지방이
적은 식사를 한다.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는 것은 물론 가장 중요한 습관이지만 과도한 칼로리 제한은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저지방 식사를 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l 자주, 나누어, 천천히 먹는다.
배고플 때 먹고 포만감을 느끼면 그만 먹는다. 우리 몸이 이러한 변화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천천히 먹으면 많은 양을 먹기 전에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l 아침식사를 한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 단기적인 ‘비상사태’와 같은 상황이 된다. 배고픔
신호가 강해지고 에너지 소비는 줄어들어, 이후의 식사로 인해 체중이 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l 일관된 식습관을
유지한다.
주중에는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주말 내내 과식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주일에
한끼 정도는 먹고 싶은 근사한 음식을 먹는 것은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l 매일 30분 이상 운동한다. 운동을 할 수 없다 해도 가능한 한 많이 움직여
신체활동량을 늘린다.
장기적으로 일상 생활에서 신체활동량을 늘림으로써 ‘칼로리를 소비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또한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려면 유산소운동 이외에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l 체중을 정기적으로
측정한다.
스스로의 체중에 관심이 많을수록 빠진 체중을 잘 유지한다. 단, 강박적으로 매일매일의 체중계 수치에 얽매여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금물.
감량된 체중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우리 몸은 변화된 환경에서 스스로 안정적인 체중 상태를 유지하려는 생체항상성(homeostasis)을
지니고 있다. 체중 감량 후 발생하는 생리적인 변화 역시 대부분 기존의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우리
몸의 적응 과정이며, 이러한 면에서 체중을 감량하는 것보다 감량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임은 당연하다. 감량한 체중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량한 상태에 맞춘 새로운 생체항상성이
생길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비만 바로알기(보건복지가족부)' 집필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