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양제, 정말 먹어도 될까?] 의사가 알려주는 12가지 장기별 건강기능식품 가이드 ⑧ 체지방
여름은 지나가지만, 다이어트 영양제는 아직 식탁 위에 있습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기입니다. 가을옷을 사야하나 싶은 때이지만, 진료실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여름 내내 "이번엔 진짜 빼야지" 다짐하며 사 모은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들이 아직 서랍 속에 한가득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가르시니아 먹고 있는데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녹차 카테킨은 효과가 좀 있다던데 정말인가요?" 여름 내내 듣던 이 질문들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체지방 감소 원료만 50종이 넘습니다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식약처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가 가르시니아, 공액리놀레산, 녹차추출물, 키토산 이렇게 고시형 4종 외에도 개별인정형으로만 50종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그린커피빈추출물, 아프리카망고 종자추출물, 콜레우스 포스콜리 추출물, L-카르니틴 등 생소한 이름들이 여기 포함됩니다.
이 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 면에서 대표 주자 격인 두 성분,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와 녹차 카테킨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껍질에 든 하이드록시시트릭산(HCA)이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기전이고, 녹차 카테킨은 대표 성분인 EGCG가 지방 대사를 촉진하고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기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르시니아가 한때는 건강기능식품 생리활성기능 중에서도 근거 수준이 가장 높은 등급으로 분류될 만큼 기대를 모았던 원료였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가르시니아 — 효과보다 안전성이 더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가르시니아의 체중 감소 효과는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립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적 체중감량 효과는 있었으나 포함된 문헌의 질이 낮고 효과성 지표가 제한적이었으며 관련 회사 등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경우가 많아 추가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안전성 쪽이었습니다. 식약처는 2024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재평가에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과 기타 제품 중복 섭취 시 간 독성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던 점을 고려해 '섭취 시 주의사항'을 새로 추가했습니다. 2025년 3월,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함유된 모든 식이보충제를 섭취하지 않도록 권고했습니다. 근거는 역시 간 독성 부작용 사례들이었습니다. 효과는 불확실한데 부작용 리스크는 분명하다는 쪽으로, 이 성분에 대한 평가가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카테킨 — 효과는 있지만, ‘1kg’이라는 숫자가 말해줍니다
카테킨은 가르시니아보다는 근거가 좀 더 탄탄한 편입니다. 다만 그 효과의 '크기'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2009년 발표된 대표적 메타분석에 따르면 카테킨 단독 섭취로 줄어드는 체중은 평균 약 1kg 수준이었습니다. 이보다 최근인 코크란 리뷰에서는 더 보수적인 결과가 나왔는데, 여러 교란 요인을 보정하자 체중 감소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평균 −0.41kg)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의학계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다고 보는 체중 감량 기준은 '6개월간 체중의 5~10% 감량'입니다. 체중 80kg인 분이라면 4~8kg을 빼야 몸이 실제로 달라졌다고 느낄 만한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이 기준에 비추어보면 카테킨의 감량 효과 1kg은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물론 그 1kg의 감량만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카테킨은 운동할 때 지방을 더 태워주는 보조 연료 역할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운동과 병행하면 어떨까요.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미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카테킨을 추가로 섭취하면, 운동만 한 경우보다 체중이 조금 더 줄었지만 그 추가 효과의 크기는 아주 작은 수준이었습니다. 즉 카테킨이 지방 연소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이라는 엔진에 얹었을 때 미세하게나마 연료를 보태주는 정도는 된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이 정도 용량은 굳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녹차 한 잔에는 카테킨이 100~300mg 정도 들어있는데, 앞서 소개한 연구들이 사용한 용량이 하루 400~600mg 정도임을 고려할 때 녹차 3~5잔이면 비슷한 양이 됩니다. 하루 몇 잔의 녹차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성분들은 어떨까요
그 외 많은 원료들의 근거 수준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패턴이 비슷합니다. 참가자 수십 명 규모의 단기 임상시험 한두 건에 그치고, 그마저 해당 원료를 판매하는 회사가 후원한 경우가 많습니다. 상징적인 사례가 그린커피빈추출물입니다. 한때 해외 방송에서 '기적의 다이어트 성분'으로 소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초기 연구(2012년 발표)는 2014년 데이터 신뢰성 문제로 학술지에서 철회됐습니다. 이후 발표된 15건의 임상시험, 900명에 가까운 참가자를 종합한 2020년 메타분석과 2024년의 후속 연구의 경우 모두 체중이 평균 1.2kg 정도 감소한다고 보고했으나 가장 규모가 큰 2020년 연구는 이후 학술지 논평을 통해 통계 처리 오류를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름값과 화제성에 비해 근거의 몸집은 카테킨과 비슷한 수준(1~1.2kg)이라는 게 팩트일 것 같습니다.
안전성 포인트 — 여러 제품을 겹쳐 먹으면 더 위험합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가르시니아와 녹차추출물 기반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12종을 조사했습니다. 성분 함량 기준은 모든 제품이 충족했지만, 상당수 제품에는 여러 제품을 함께 먹었을 때의 간독성 위험을 알리는 주의 문구가 빠져 있었습니다. 다이어트 제품 하나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가르시니아 제품과 카테킨 제품, 혹은 또 다른 지방분해 성분 제품까지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이렇게 여러 성분이 간에서 함께 대사되면 부작용 위험이 훨씬 큽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처방
체중 조절 건강기능식품의 자리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입니다. 그나마 근거가 있는 성분들조차 1kg 남짓의 효과에 그치고, 이마저 식단 관리와 운동이라는 주연 배우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가르시니아는 지금 시점에서는 효과보다 안전성 문제가 더 부각되고 있는 성분이고, 그 뒤를 잇는 50여 종의 개별인정형 원료들도 대체로 비슷하거나 그보다 얕은 근거 위에 서 있습니다.
체중 감량은 결국 섭취 열량을 줄이고 소비 열량을 늘리는 것 외에 지름길이 없습니다. 칼로리 밀도가 높은 간식과 야식, 술을 줄이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떤 영양제보다 확실한 처방입니다. 보충제를 드시더라도 여러 제품을 겹쳐 드시지 마시고, 평소 간 수치에 이상이 있었거나 음주가 잦으신 분이라면 더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