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인류 역사와 더불어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소비되는
기호식품이다. 많은 경우에 사교적 소통과 인간관계를 증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뿐만 아니라 종교, 사회, 가족 의식의 목적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 이미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하지만, 술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가족적인 측면에서 볼 때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이 있어 적절한 음주를 할 경우 여러 가지 득을 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해악을
주는 경우가 많다.
OECD 'Health
Data 2007' 음주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류 소비 수준은 OECD 30개국 중 22위에 해당한다. 또 우리나라의 1인당 음주량은
8.1L로 OECD 국가의 평균인 9.5L에
못 미치는 수준이나, 폭음하는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술 마시는 문화가 사회적으로 조성된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려면 술은 마실 줄 알아야 하고, 남자라면 술을 잘 먹는 게 자랑할만한 일이 되는 게 우리나라 문화이다. 진료실에서도 알코올 중독 수준의 음주를 하면서 스스로는 전혀 문제를 깨닫지 못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음주로 인한 영향은 개인 삶의 모든 측면뿐 아니라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며,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도 크다. 직장인의
경우 음주로 인한 업무능력 저하, 지각, 결근, 직무수행 차질 및 생산성의 손실, 의료비용과 사회비용의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며, 2007년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의 13%, 교통사고 사망의 16.1%가 음주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모임과 행사가 많은 연말에는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음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 어떨까. 음주와 건강에 대해 흔히 궁금해하는 내용을 문답식으로 구성해보았다.
평소에 조금씩 꾸준히~음주를 하는 것과 연말연시 등으로
일년에 몇 번 폭음을 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건강에 위험한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적절한 음주량은
65세 미만의 성인 남성의 경우 일주일에 평균 14잔 이하, 1회 최대 음주량 4잔 이하이며 여성이나 65세 이상인 경우는 그 절반 정도입니다. 표준 1잔은 알코올 10-14g에 해당하는 양으로, 맥주 340 cc, 포도주 140
cc, 소주 70cc, 양주 40 cc 가량이며
각 술의 술 종류에 맞는 술잔으로 한잔에 해당합니다.(맥주의 경우는 캔 맥주 1캔, 알코올 함유량이 21%인
소주의 경우 보통 크기의 소주잔으로 1.5잔) 그 이상을
마시면 과음, 또는 폭음이 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음주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적절한 음주는 심혈관 계통에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과음은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등의 심장병,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간경화, 치매, 등의 위험을 높이며, 암의 경우 구강, 인후, 식도, 간암을 10∼12배 이상, 대장, 유방, 난소암 위험도 1.2∼3.5배 높입니다.
폭음은 급성 알코올 독성으로 인한 증상, 사고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고, 폭음이 반복되면 알코올 남용이나 알코올
의존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폭음과 장기적인 과음이 미치는 영향은 다르겠지만, 모두 건강에 유해한 것은 분명합니다.
술을 자주 마시면 주량이 늘어나나요?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는
두 가지 효소가 작용을 합니다. 흡수된 대부분의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ALDH)의 역할로 분해되는데, 술을 자주 꾸준히 마시게 되면 이
효소 이외에 마이크로좀에탄올산화효소(MEOS)의 활성이 증가됩니다. 알코올
분해에서 가장 중요한 ALDH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며 그 양이 변하지 않지만, MEOS는 술을 자주 마시면 활성이 약간 증가하게 되므로 술이 약한 사람도 자주 술을 마시게 되면 평소의 주량에도
취기가 오르지 않아 술이 세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MEOS라는 효소는 간이 담당하는 다른 대사작용에도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약물인데, 결국 약물을 분해, 대사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어 알코올-약물 상호작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알코올성 간질환의 진행에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술을 자주 마셔서 주량이 세졌다고 느낀다면
간기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반대로 이미 간 건강에 위험이 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는 것이지요.
술 깨는 약, 숙취방지약 등은 효과가 있습니까?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것들은 어떻게 도움이 되는 것이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요?
일정량의 술을 섭취한 이후엔 충분한 시간이 지나기
이전까지 숙취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숙취는 알코올이 분해될 때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자율신경계통에 강한 영향을 미쳐 오심/구토, 과호흡, 기면, 혈관확장, 빈맥, 저혈압
등을 일으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술 깨는 약이나 숙취방지약은 이러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을 도와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나, 그 효과가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큰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의 효과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숙취로 인해 생기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대증치료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음주 측정을 할 때 재는 혈중알코올 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성인 남성이 1잔의
술을 마시고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려면 일반적으로 1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이미 혈액으로 흡수된 알코올을 분해하는 속도는 알코올의 양에 무관하게 일정하기 때문에, 결국 술이 깨는 시간은 얼마나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였는가에 정비례합니다. 두
잔을 마시게 되면 한 잔을 걸칠 때 보다 두 배의 시간이 흘러야 술이 깨게 됩니다
일단 혈중에 흡수된 알코올 농도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음주 측정기는 호흡 속에 있는 알코올 농도를 감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껌, 구강청정제, 물 등으로 입 안을 청소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음주측정과 상관없이 술에서 깨고 숙취를 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알코올은 그 자체로 이뇨작용을 일으키고,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는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탈수가 되면 숙취로 인한 증상 역시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일단
혈액으로 흡수된 알코올을 분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실 때 알코올이 덜 흡수되도록 하는
것도 좋습니다. 섭취한 알코올의 20%는 위 점막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천천히 마셔서 위 배출 시간을 늦추거나 음식을 함께 먹어서 위의 알코올 농도를 희석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폭탄주는 삼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 마신 다음날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이유는?
음주 후에는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간의 본래 업무인 포도당 생성 작용이 방해를 받으므로 공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갈증은 알코올의 분해
과정에서 수분을 소비하고, 알코올 자체가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 배출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주독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은 무엇이 있나요?
주독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증거가 충분한
음식은 없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휴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콩나물이나 북어 등은 경험적으로 해장국 재료로 많이 쓰이며 포함된 성분이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과음 후의 불편한 증상들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요.
술을 마실 때 여자라서 더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나요?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주량이 약하고, 알코올에 취약합니다.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는 것 이외에도, 몸 안에 수분이 적기 때문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는 것이 이유입니다. 여성호르몬이
알코올 분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인 음주로 인한 신경계, 심혈관계, 간 질환 등이 남성에 비해 쉽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성의 경우 적정 음주는 남성의 절반 정도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술은 금기인데, 태아가 적은 양의 알코올에 노출되더라도 저체중, 낮은 지능지수, 기형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