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4일 월요일

영화 <인사이더>와 담배 소송


"인사이더"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99년 마이클만 감독이 만든 영화로 담배회사에서 판매량을 늘일 목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의도적으로 담배에 포함시켜 담배를 제조하였다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폭로하고자 하는 PD와 그에 협조하는 담배회사의 중역에 관한 내용입니다. 알파치노와 러셀크로의 연기가 볼만했던 영화이죠.

 같은 해 7월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은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 등 흡연피해자 50만명이 필립모리스 등 5개의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에서 원고들에게 2천억달러(약 240조원)를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배상금이며 담배 소송상 가장 큰 승리를 이끌어 낸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당시 담배 회사들은 <인사이더>가 평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배심원들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여 법원의 승낙을 얻기도 했습니다.

 1994년 이전까지의 미국의 담배소송은 원고패소 판결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시 피고측인 담배회사들이 폈던 전술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담배가 해롭고 흡연하면 폐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제조자인 담배회사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상당히 효과를 발휘하여 여러 법정에서 배심원들은 이를 받아들여 피고측의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둘째는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운 것은 본인의 잘못이라는 주장입니다. 당시만 해도 니코틴 중독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피고측의 주장이 판결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의 이러한 전술은 1994년 Brown & Williamson사의 비밀문건이 공개되면서 위기에 처합니다. 이 문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외부 발표와는 달리 담배회사는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러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둘째, 담배는 마약인 니코틴의 전달 물질이기 때문에 니코틴의 함량을 늘리거나 또는 니코틴의 효과를 상승시키기 위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제품 생산과 판매에 활용하였습니다.
 셋째, 미래의 담배회사의 운명은 청소년과 여성이 얼마나 담배를 피워주는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광고와 판촉을 실시하였습니다.
 넷째, 제3국가에 담배를 수출하기 위하여 정치가들과 고급 공무원을 매수하여 제3국에 공정무역거래라는 논리를 내세워 압력을 가하여 담배의 수입을 자유화하도록 하였습니다.
 다섯째, 각 국가의 학자들을 매수하여 담배가 별로 해롭지 않다 또는 간접 흡연의 피해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고 주장하게 하였습니다.
 여섯째, 덜 해로운 담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지만 담배회사 스스로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됨으로써 이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영화 <인사이더>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폭로한 Brown & Williamson 사의 Jeffrey Wigand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Jeffrey Wigand 

 담배에 수많은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담배를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회사들이 훨씬 오래 전부터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숨겼으며 오히려 의존성과 중독성을 강화시켜 흡연자로 하여금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끊기 힘들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담배는 내가 끊으려면 언제든 끊을 수 있다.”라거나 “흡연은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담배회사가 만든 교묘한 전술의 성공적인 결과겠죠. 생각해보면 정말 괘씸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강에 폐수를 몰래 버리는 것은 범죄이고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발암 물질을 직접 들이마실 수 있도록 잘 포장해 만들어 파는 것은 여전히 합법적입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국영사업이었고 현재 민영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공기업이나 마찬가지죠. 유해성이 분명함에도 담배 판매로 인해 생기는 이득이나 세금이 너무나 커서 주체가 국가이든, 기업이든 건드리지 못하는 현실은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200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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