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4일 화요일

외할머니




당신은 1928년 남도의 어느 마을에서 유지의 첫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딸이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어려서 방문 밖으로 들리는 한자책 읽는 소리만을 듣고 전체를 기억할만큼 영특했다고 합니다. 나중 어른들 말씀으론 고등교육을 받았다면 뛰어난 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요. 

머리가 좋아 천재로 소문이 났던 오빠는 인물도 훤칠해 많은 동네 처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그 시대에 태어난 죄인지 아님 너무 영리했기 때문인지 어느날 순사에게 잡혀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꽃다운 열일곱 나이에, 어려서부터 일본에서 고학한 건너 마을 남자를 소개받아 결혼을 했어요. 문밖으로 몰래 훔쳐본 남편감의 모습이 은근히 맘에 들었고, 남편이 될 청년은 일본에서 가져온 화장품과 노리개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두 해가 지나 첫 딸이,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 기다리던 첫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당시론 늦게 가진 편이라 정이 많은 남편은 뛸뜻이 기뻐했고, 아이들을 당신 무릎에 앉히다시피 해 키웠지요. 그랬기에 어린 첫째 아들이 무언가를 잘못 먹고 탈이 나 앓기 시작한지 며칠만에 죽었을 때 그 슬픔은 이루말할 수 없었습니다. 

스물셋 나이에 한국 전쟁이 일어났고 마을에서도 군인들 사이의 총질이 있었지만 가족들은 다행히 큰 탈 없이 무사히 종전을 맞았습니다. 그 시대의 여인네들이 그랬지만, 손재주가 뛰어나 남편의 양복을 직접 만들 정도였지요. 음식 솜씨도 좋은데다 손도 커서 명절엔 늘 주변에 음식을 나눠주곤 했었어요. 

첫째 아들을 잃은 뒤 몇 년이 지나 아들 셋, 딸 하나를 더 낳았고, 다행히 아이들은 건강하게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성격을 닮아 반듯하게 자랐고, 하나같이 따뜻하고 성실했지요. 이제 부모로서 해야할 일을 다 했으니 앞으로는 행복하고 평온하게 늙어가리라 생각했습니다. 군 제대를 앞둔 둘째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군용차를 몰다 생긴 교통사고였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몇 번을 까무라쳤을까. 뇌출혈을 비롯한 외상으로 몇차례 큰 수술을 받은 아들은 목숨은 건졌지만 네살 아이 지능으로 되돌아가버렸고, 이후로는 보호자가 없으면 길을 잃을까봐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문을 잠궈두어야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 속 큰 짐의 무게는 더해갔겠지요.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의 연금이 나와 생활에 도움이 되었지만, 쾌활하고 정많던 듬직한 아들을 영영 잃어버린 값이라 생각하면 때론 문득문득 숫자가 찍힌 통장을 찢어버리고픈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한 적은 한번도 없었고, 당신은 항상 따뜻한 어머니이자 할머니였지요. 

세상을 떠난 뒤 남게 될 둘째 아들에 대한 걱정을 부쩍 입밖에 내게 된 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기력이 쇠해 자주 병원 생활을 하면서도 퇴원해 집에 가면 굽은 허리로 늘상 하던 집안일을 억척스레 해낸 것도 남겨질 아들에 대한 걱정때문이었겠지요. 돌아가시기전 마지막 입원 이후엔 이전보다 더 자주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와 동생을 끔찍히 돌보던 첫째 아들에게, 남은 동생을 잘 봐 달라고 자주 이야기하셨대요. 음식을 스스로 삼키지 못해 코에서 위로 연결되는 관을 통해 죽을 넣어야했고 눈을 떠있는 시간보다 감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이후에도 꽤 오랜 기간 살아계셨던 건, 끝까지 이생에 대한 끈을 접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없었을 미약한 존재가, 이렇게 당신의 삶을 다시 생각하며 그래도 편안히 가시길 염치없이 기도합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만큼 많은 걸 받았지만 아무것도 돌려드리질 못했어요. 


2012.6.30.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기억


'응급실에 가야겠어요. 지환이가 혈변을 봤어요.'

아내의 문자에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확 들었다.

새벽에 깬 아이는 다시 긴 잠을 자지 않고 울며 보챘다. 태어난지 두해가 되도록 큰 병치레는 커녕 심하게 보채본 적도 없는 아이였다. 어딘가 불편한지 자지러지듯 울음을 터뜨리길 몇 차례, 설사를 하길래 장염이구나 싶었다. 아내가 변 색깔이 좀 이상하다고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이때문에 평소보다 출근 준비가 늦어 마음이 조급해진 아침이었다. 아이를 봐주는 아주머님이 오시자 동네 소아과에 아이를 데리고 가보도록 부탁하고 집을 나섰다. 아내의 문자를 받은건 사람들 사이에 꽉 끼어 한발짝 옆으로 내디디기도 힘든 출근길 2호선 지하철 안에서였다.

아주머님의 연락을 받은 아내는 출근 도중에 집으로 다시 돌아간 상황이었다. 왜 좀더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았을까. 기저귀 색깔이 평소와 다르다고 했을 때 바로 확인했어야 했다. 휴대폰 액정에 선명하게 찍힌 '혈변'이란 단어는 후회와 함께 한동안 잊고있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십년쯤 전이었다. 나는 전공의 1년차였고, 그날은 첫 파견 병원에서 한달간의 소아과 근무를 마치는 마지막 주말이었다. 병동 당직 근무를 하며 응급실에 오는 소아 환자에 대한 호출을 받아야했다. 2차병원의 특성상 병동엔 폐렴이나 장염 등의 단기 입원 환자들이 많았고 몇번의 응급실 당직 근무 때에도 상태가 위중한 아이는 없었다. 비교적 평온한 한달이었다. 적어도 그날 응급실에서 그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봄날의 토요일 오후였고, 바깥의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응급실은 여느때와 같이 환자들로 가득했지만, 날씨 때문인지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철제 침대에 누운 여자 아이는 초등학교 3-4학년 쯤 되어보였고 단발머리에 나들이 복장을 하고 있었다. 감기 기운이 있는채로 학교 야외 활동을 했는데 열이 나고 구토를 해서 데려왔단다. 창백한 얼굴에 약간 졸려하는 것 빼고는 진찰과 초기 응급 검사 결과 아이에게 큰 이상 소견은 없었다. 탈수가 심한 상태여서 해열제와 수액을 처방하고 입원을 시켰다.

오후 늦게 병실을 찾았을 때 아이의 상태엔 변화가 없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병동 스테이션에 돌아와 입원 시 시행한 검사 결과를 확인했을 때였다.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수치가 정상을 크게 벗어나있었다. 윗년차 전공의에게 전화로 상태를 보고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병실로 돌아가는데, 병실에서 아이의 부모가 뛰쳐나왔다.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가 혈변을 본 것이었다. 침대 시트가 선홍색으로 물들어있었다.

*

"엑스레이 찍었는데 장중첩증 같대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엔 불안이 가득했다. 아이는 몇차례 더 보챘고, 그만큼 혈변을 더 보았다. 소아 환자를 안본지 오래 되었다지만 왜 미리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자책이 다시한번 밀려왔다. 항문을 통해 압력을 주어 장을 풀어주면 대부분 나아지지만, 막상 내 아이의 문제가 되었을 땐 그런 교과서적 지식과 통계는 의미가 없는 법이다. 도통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외래 진료를 보면서도, 머리 속에선 이미 좋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고 있었다. 초기 치료가 잘 안되어 수술을 해야했던 몇몇 사례들이 떠올랐다.

십년 전 그날 병실에 있던 아이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의식은 응급실에서 확인했던 것보다 확실히 나빠져있었다. 더이상 이곳에서 관찰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모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소견서를 쓰기 시작했을 때, 아이는 온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짧은 파도처럼 지나간 몇 차례의 경련 이후 찾아온 심한 발작은 항경련제를 최대 용량까지 올려 주사를 해도 멈추질 않았다. 아이의 부모는 패닉 상태였고, 시시각각 급속도로 악화되는 상태를 곁에서 지켜보는 나도 당황스러움을 넘어 공포감에 떨고 있었다. 서둘러 아이를 앰블런스에 실어보내고 나니 바깥은 이미 어둠이 걷히고 동이 튼 뒤였다.

전원 이후 아이는 곧바로 모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며칠 뒤 확인된 병명은 전격성 바이러스 뇌염이었다. MRI로 본 뇌는 폭격을 맞고 난 폐허처럼 끔찍할 정도로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었다. 파견 병원에서 돌아와 새로운 일을 시작한 상태였지만 일이 손에 잡힐 리 없었다. 매일 아침 중환자실 환자 명단을 확인했고, 아이의 이름이 남아있으면 일단 안심을 했다. 아이는 힘겹게 버티고 있었고, 나는 처음 본 의사가 내가 아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른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중환자실 주치의는 병세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어 일찍 전원되었다 해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 했지만 그 말이 위안이 되진 않았다. 소아중환자실은 일부러 피해다녔고 밤이면 악몽을 꾸기도 했다.

용기를 내어 아이를 보러 간 건 한달 쯤 지난 뒤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방문한 그 시간은 부모의 면회시간이었고, 침대 곁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더이상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아빠는 마스크 위 텅빈 시선으로 아이의 손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의 어깨가 몇번쯤 들썩거렸던 것 같기도 하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나는 면회 시간이 끝나기 전에 그 자리를 도망치듯 떠났다.

다시 두달간의 지방 병원 파견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중환자실 환자 명단에서 그 아이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속에 얹혀있던 무거운 돌덩어리를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아이가 집으로 돌아갔는지,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는지, 아님 그 힘겨운 싸움을 영영 그만둔 것인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남아있는 의무기록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는 기록을 찾아보지 않았다. 그날의 공포스런 기억과 일부러 다시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고, 그 아이가 어떻게 병원을 나갔는지 알게되는 걸 피하고 싶었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새로운 환자들이 입원하고 퇴원했고,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자연스레 조금씩 묻혀져갔다.

*

아이는 제 엄마 품에 안겨 잠들어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아내와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나왔다. 미안할 따름이었다. 미안한 마음은 대수롭지 않게 무시했던 내 아이와 아내를 향한 것이기도, 십년 전 그 아이와 부모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그 아이의 기억은 문득문득 신경통증을 일으키는 오래된 흉터처럼 그동안에도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그 부모의 마음은 이제서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환자들에 대한 기억 중엔 흐뭇하고 뿌듯한 것도 많지만 아프고 안타까운 순간들도 있다. 어느 의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뿌듯한 것이든 안타까운 것이든, 의사로서의 삶을 지속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기억들이다. 그 아이와의 만남 이후에도 또다른 아프고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은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꾸덕꾸덕 굳어진 상처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시 아련한 통증을 일으키곤 한다. 한동안 잊고있던 십년 전 기억이 헤집혀져 뿌옇게 떠올랐다가 가라앉던 오늘처럼.

십년 전 그 봄날의 오후와 같이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만나야 할 의사들로 북적이는 응급실에서의 일이었다.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소금과 건강

고대의 나트륨 섭취량은 100mg(소금으로 0.25g)도 안되었다고 합니다. 5천년 전 중국에서 염장법(음식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법)이 발명된 뒤 자연스럽게 소금 섭취가 늘어났습니다. 현대에 들어와 냉장고를 사용하면서 음식을 보관하기 위한 염장은 불필요해졌지만, 가공식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금 섭취는 다시 증가하게 됩니다.

소금의 주요 성분인 염화나트륨은 몸에 필요한 미네랄 중 하나입니다. 너무 많아도 문제지만 부족하면 뇌부종 등 신경계 이상을 일으키며, 탈수를 교정하는 수액에 소금 성분이 포함된 것은 이때문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나트륨이 한국인에게나쁜미네랄로 인식된 배경은 짜게 먹는 전통적인 식습관 때문입니다.


○ 한국인 하루 섭취량, 권장기준의 2배 이상 초과

세계 보건기구(WHO)와 한국영양학회에서는 하루 소금 섭취 목표량으로 5g (나트륨 2g)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12~13g(나트륨 4.6g)이며, 국민의 87%가 목표섭취량 이상을 섭취하고 있습니다.(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주된 급원 식품은 김치, 양념류(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쌈장), 라면, 국수 등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양에서 가공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참고로 미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8.5g(나트륨 3.4g)이며, 75%가 가공식품을 통한 섭취입니다.

짜게 먹는 습관은 고혈압, 심혈관 질환, 만성신장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인에게 흔한 암인 위암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고혈압은 소금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소금 섭취가 직접적으로 고혈압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권장량에 맞추어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식습관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DASH-Sodium 연구에서 다른 식습관을 그대로 둔 채 소금섭취만 절반으로 줄여도 수축기 혈압이 7 mmHg 가량 낮아졌습니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30~50% 가량에 해당하는 염분 민감성(salt sensitive) 고혈압의 경우에는 소금 섭취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큽니다. 하지만 본인이 염분 민감성 고혈압에 해당하는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일단 고혈압이 진단되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에서 저염식의 혈압 강하 효과는 65세 이상, 비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 더 큽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이 싱겁게 먹었을 때는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풍, 심장병의 원인인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립니다.

○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인식과 노력이 필요

외국에서는 소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일찍부터 국가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최근 국가 차원의 캠페인과 대국민 교육을 통해 소금 섭취량을 10% 가량 성공적으로 줄인 바 있으며 일본, 핀란드, 포르투갈 등의 나라도 비슷한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50년대 뇌졸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였던 일본은 이후 10년간 소금 섭취를 10%가량 줄였는데, 지방 섭취와 비만, 흡연, 음주율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뇌졸중 사망률이 80% 줄어든 것은 이 같은 변화 덕분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식습관과 현재의 소금 섭취량을 고려할 때 소금 섭취 5 g 미만은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아침에 달성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1 10 g 이내의 소금 섭취를 일차적인 목표로 싱거운 음식을 선택하거나 먹는 방법을 조절하여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국물을 남기면 약 1 g의 소금 섭취를, 김치 섭취량을 평소보다 1/2 접시 정도 줄이면 약 1 g의 소금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하루 세끼 식사 때 국물을 남기고 김치 섭취량을 줄이는 것으로 5~6 g 정도의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식단에 나트륨 함량이 많은 가공식품이 포함되어 있다면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어려우므로, 가공식품(라면, , 통조림, 스낵, 빵류 등), 염장음식(김치, 젓갈, 장아찌, 자반 등), 국물음식(찌개, , 스프 등), 소스음식(간장, 된장, 고추장, 토마토소스, 데리야키소스 등)은 가급적 식단에서 줄입니다.


주요 식품의 나트륨 함량: 왼쪽보다 오른쪽 컬럼의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 건강에 좋다는 저염소금

소금은 지하의 암염 광산이나 바닷물에서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바닷물을 말려서 소금을 얻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천일염이고 이를 정제한 것이 정제염입니다. 천일염에는 나트륨 외에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더 많기 때문에 흔히 건강에 이롭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일염에 있는 미네랄은 매우 소량으로 일반적인 한국인 소금 섭취를 기준으로 했을 때 칼슘, 칼륨의 경우 권장 섭취량의 2-3% 정도밖에 안됩니다. 천일염으로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려면 나트륨 섭취 또한 엄청나게 많아져야 하는 것입니다.

저염소금은 나트륨 대신 칼륨을 섞어 짠맛은 유지하면서도 나트륨 함량을 50% 가량으로 줄인 소금입니다. 나트륨을 적게 먹어야 하는 고혈압, 심장질환 환자들을 위한 대용 소금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가 높아져 일반 소금에 비해 3-4배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염소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며, 나트륨 대신 포함된 칼륨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전체적인 식습관 관리가 우선되어야

이처럼 소금을 골라 먹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확실치 않습니다. 소금을 골라 먹는 것보다 이미 소금이 많이 들어간 가공 식품, 인스턴트 식품을 적게 먹고 외식을 줄이는 등 평소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굳어진 식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어릴 때부터 싱겁게 먹도록 식습관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미 짠 음식에 길들여졌다면 서서히 입맛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외국의 예처럼 가정에서뿐 아니라 판매되는 음식의 소금 함량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 역시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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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t and Lifestyle Recommendations. 2011 American Heart Association, Inc. http://www.heart.org/HEARTORG/GettingHealthy/Diet-and-Lifestyle-Recommendations_UCM_305855_Article.jsp Accessed August 18, 2011.
American Heart Association. CDC report on usual sodium intake compared with dietary recommendations [press release]. October 20, 2011. http://newsroom.heart.org/pr/aha/cdc-report-on-usual-sodium-intake-217757.aspx Accessed January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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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tandards Agency. Agency research reveals a drop in British salt consumption. http://www.food.gov.uk/news/newsarchive/2007/mar/saltresearchmar07 Accessed August 24, 2011.
National Center for Social Research. An assessment of dietary sodium levels among adults (aged 19-64) in the UK general population in 2008, based on analysis of dietary sodium in 24 hour urine samples. June 2008. http://www.food.gov.uk/multimedia/pdfs/08sodiumreport.pdf Accessed January 13, 2012.
Davis BR, Oberman A, Blaufox MD, et al. Lack of effectiveness of a low-sodium/high-potassium diet in reducing antihypertensive medication requirements in overweight persons with mild hypertension. TAIM Research Group. Trial of Antihypertensive Interventions and Management. Am J Hypertens. 1994;7:926-932.
Bibbins-Domingo K, Chertow GM, Coxson PG, et al. Projected effect of dietary salt reductions on future cardiovascular disease. N Engl J Med. 2010:36:590-599.
Smith-Spangler CM, Juusola JL, Enns EA, Owens DK, Garber AM. Population strategies to decrease sodium intake and the burden of cardiovascular disease: a cost-effectiveness analysis. Ann Intern Med. 2010;152:481-487, W170-W173.
Stolarz-Skrzypek K, Kuznwtsova T, Thijs L, et al. Fatal and nonfatal outcomes, incidence of hypertension, and BP changes in relation to urinary sodium excretion. JAMA. 2011;305:1777-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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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FJ, MacGregor GA. Salt reduction lowers cardiovascular risk: meta-analysis of outcome trials. Lancet. 2011;378:380-382.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비타민 D와 건강


비타민 D는 뼈의 성장과 유지, 체내 칼슘과 인의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칼슘 흡수와 분배가 제대로 안돼 뼈가 약해지고, 성장기 아동에서는 구루병, 성인에서는 골연화증과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식품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는 다른 비타민과는 달리 비타민 D는 식품을 통한 섭취보다 햇빛의 자외선을 받아 피부에서 합성되는 양이 더 많습니다. 햇빛 또는 식품으로부터 공급된 비타민 D는 간과 신장을 거쳐 활성화되고, 최종적으로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시킵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혈중의 칼슘이 부족해짐에 따라 뼈에 있는 칼슘이 빠져나오므로 결국 뼈가 약해지게 됩니다.

최근에는 뼈에 대한 영향 이외에 비타민 D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데, 다수의 연구에서 비타민 D가 부족할 경우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암 발생의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비타민 D 수치를 높여주었을 때 이러한 질병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부족한가?

비타민 D혈액 검사를 통해 부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D의 대사 물질인 25(OH)-vitamin D 수치를 측정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30ng/mL 이상을 적정 수치로 권하며 20ng/mL 미만은 결핍(deficiency)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햇빛이 비교적 풍부해 비타민 D 부족이 적을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실제로는 야외 활동 감소, 자외선 차단제 사용, 비만 등의 원인으로 비타민 D 부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47%, 여성의 65%20ng/mL 미만이었으며, 적정 수치인 30ng/mL 이상인 경우는 남성의 13%, 여성의 7%에 불과했습니다. 10명 중 1명만 적정 수준이며, 5명은 비타민 D 부족 상태인 것입니다.

    어떻게 높일 수 있나?

비타민 D 부족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을 쬐는 것입니다. 햇빛이 많은 한낮에 하루 15~20, 3회 이상 팔다리를 내놓고 일광욕을 하는 것으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낮에 햇빛을 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고 한낮에는 건물 안에서 업무를 하는 직장인, 집 안에서만 주로 생활을 하는 주부, 하루 내내 학교나 도서관에서 생활을 하는 학생들, 이런 현대인의 생활습관이 앞에서 언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와 같은 비타민 D 부족 상태를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비타민 D 부족의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비타민 D 수치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겨울에는 일조량이 부족하고 두꺼운 옷을 입게 되므로 비타민 D 합성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계절에 따른 비타민 D 수치를 비교해보면 여름-초가을이 가장 높고, 겨울-초봄이 가장 낮습니다. 여름에 비타민 D 권장 수치를 유지하던 사람도 겨울이 되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타민 D 수치를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음식을 통한 섭취입니다. 고등어, 연어, 참치, 정어리 같은 기름진 생선, 계란 노른자, 우유, 버섯, 새우, 대구 간유 등이 비타민 D가 많이 포함된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음식을 통한 섭취가 어려울 경우 별도로 비타민 D 보충제를 복용할 수 있는데, 종합비타민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100-200단위(IU) 가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영양학회의 경우 음식과 보충제를 합해 소아와 성인에서 200IU, 50세 이상에서 400IU를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대한골대사학회에서는 50세 이상에서 800IU 섭취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비타민 D를 과량 섭취했을 때는 체내에 칼슘 축적이 과도해져 독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상한섭취량인 2400IU 이상으로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먼저 혈액 검사로 확인하고, 햇빛과 음식을 통한 보충이 우선되어야

비타민 D는 혈액 검사를 통해 부족 여부를 쉽게 체크할 수 있는 비타민입니다. 주로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경우 비타민 D 부족을 의심할 수 있고, 노인이나 비만한 사람의 경우에도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비만 환자의 경우 체지방이 비타민 D를 흡수해버려 비타민 D 부족에 취약해지며, 노인의 경우 비타민 D 합성 능력이 떨어지므로 권장 섭취량이 높아지는 50대 이후에는 보다 적극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20ng/mL 미만인 결핍 상태로 확인된다면 어떻게 보충할지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햇빛을 더 쬘 수 있도록 야외 활동과 운동 시간을 늘리고, 평소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도록 합니다. 너무 과도하게 햇빛을 쬐면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비타민 D 부족이 심하거나 골다공증이 있는 등 보다 적극적인 섭취가 필요한 경우는 보충제를 복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비타민 D가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들 질환의 예방을 위해 비타민 D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