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 1집을 다시 들었다. 서해 바다까지 한 시간 반, 운전을 하며 앨범 전체를 듣기에 마침 적당했다.
이 음반은 수백 번쯤 들었을 것이다. 앨범 전체로만 따지면 지금까지도 아마 가장 많이 들었던 음반이 아닐까. 그래서 모든 곡들이 각별하다.
지금도 이 음반을 듣던 1994년의 어느 밤들이 생각난다.
치기로 가득하고 여리고 어설프기 짝이 없던 때였지만, 전람회의 노래들은 엉망이었던 하루도, 비루한 영혼도 그럭저럭 괜찮다고 느껴지게 해주곤 했다.
이 앨범엔 서동욱의 목소리가 담긴 트랙이 두 개 있다. '여행'과 '향수'가 그것인데, 그의 목소리는 보컬이 아닌 대화와 나레이션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여행'의 첫머리에 담긴 대화에선 신해철의 목소리도 잠깐 등장한다. 그는 마지막 곡인 '세상의 문 앞에서'에도 김동률과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때의 세 사람 중 십 년 전에 한 사람이, 어제 또 한 사람이 그가 썼던 노래 가사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떠났다. 모두가 내 청춘을 지탱해주었던 이들이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